대전의 한 여고에서 남성 교사가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사실이 대자보를 통해 폭로됐다. 그 이후 해당 학교 교사들이 이 대자보를 말없이 수거했다는 학생들의 추가 폭로가 이어졌다.
지난 9일 이 학교에는 '○○○ 선생님의 정식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에는 남성 교사 A 씨가 1학년 수업 중 "피임약을 먹지 말고 콘돔이나 피임기구도 쓰지 말고 임신해서 애를 낳으라"고 발언한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에 따르면 A 씨는 "우리나라가 왜놈(일본)보다 못한 이유가 애를 안 낳아서"라면서 여학생들에게 피임하지 말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대자보를 작성한 학생들은 "10대 미혼모나 낙태 문제, 고아 문제 등 학생과 사회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교사로서 너무나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순전히 여성의 책임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학생에게 주입하는 일"이라고 지적하면서 A 교사의 사과를 요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A 교사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전 학급을 돌며 사과했다. A 교사는 "반성합니다. 나이가 많다고, 고작 선생이라는 미천한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해서 다 옳은 소리를 하지는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며 "다수가 옳다고 하여도 소수가 아니라면 틀린 말이라는 걸 알았다. 죄송하다"고 울먹이며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관계자는 "A 교사 문제를 대전시교육청에 알리고,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특별히 주의를 당부한 상황"이라며 "해당 교사가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이라고 YTN PLUS에 전했다. 실제 대전시교육청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런데 이 학교 일부 학생들이 지난 13일 밤 YTN PLUS에 A4용지 3장 분량의 추가 제보를 해왔다.
이들은 A 교사가 자신의 잘못을 명확히 말하지 않은 채 감정해 호소했다는 점, 학교 내에서 문제의 대자보가 말없이 수거된 점을 지적했다.
제보자는 "A 교사의 사과를 듣고 '불쌍하다', '1학년들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사과의 진정성이 떨어지고 감성팔이를 하는 것'이라는 입장도 있다"고 밝혔다. 사과에 대해 만족을 못하는 학생이 한 명이라도 존재한다면 추가 피드백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또 제보자는 "문제의 대자보가 교사들에 의해 급하게 제거됐고, 상황이 묻히는가 싶었다"며 "그로 인해 트위터를 통해 사태를 공론화를 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학교 측에서 대자보를 설명도 없이 수거한 것은 사태를 덮으려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대자보를 제거한 이유에 대해 '이 상황을 보지 못한 아이들까지 동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는 것이 제보자의 설명이다.
제보자는 "일부 교사는 '나 학생 때에는 선생님이 애들 가슴 툭툭 쳐도 그냥 참았다'면서 'A 교사가 사과하고 있었는데 대자보를 붙이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제보자는 A 교사와 학교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 A 교사가 정확히 자신의 잘못을 언급하며 사과하는 것, 둘째는 학교 측의 초기 대응에 관한 교사들의 공개 사과다.
끝으로 "우리는 학교가 초기에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라며 "다른 학교에서도 잘못된 교사의 발언들과 행동들이 있다면 우리를 시작으로 변화되기를 바란다"며 제보의 취지를 전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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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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