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국내 강제동원 현장을 가다'...부평 삼릉 줄사택

2019.03.01 오전 06:46
[앵커]
YTN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국내에 남은 일제 강제동원 현장을 살펴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전쟁 물자를 만들었던 미쓰비시의 사택이 줄지어 있는 곳, 인천 부평으로 가보겠습니다.

낙후된 지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요구와 아픈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는 곳입니다.

김대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현장을 찾아가는 시간.

이번엔 대한민국 홍보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와 함께 합니다.

교수님 이번에 같이 갈 현장은 어디인가요?

[서경덕 / 성신여대 교수]
전범기업으로 유명한 미쓰비시가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강제동원이 일어난 사택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기자]
그럼 같이 가 볼까요?

세월의 때가 묻은 낡은 건물들이 동네 한구석에 다닥다닥 붙어있습니다.

일제시대 군수공장에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들이 좁은 방에 고된 몸을 누이던 곳입니다.

[서경덕 / 성신여대 교수 : (기자:교수님 여기를 왜 삼릉 줄사택이라고 부르나요?) 삼릉, 미쓰비시의 한자어를 삼릉이라고 읽고요. 줄사택은 여기 보시는 것처럼 다닥다닥 붙여서 모여있는 상황이거든요. (동네 주민분들이) 예전 그대로 모습으로 창틀 등이 남아 있는 현장이 아직까지 있다고 저한테 알려줬습니다.]

미쓰비시가 조선에 건설한 110여 개 사업장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있는 유일한 현장.

하지만 대부분 변형되거나 무너져 가고 있습니다.

[서경덕 / 성신여대 교수 : 전국적으로 강제징용의 흔적이 정확히 남아 있는 곳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줄사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일제 강점기 아픈 역사가 깃든 곳이지만 무조건 보존만을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오랫동안 낙후된 채 방치된 지역인 만큼 이제는 지역민들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일제시대 어두운 흔적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천 부평동 주민 : 원형이 별로 남아있지 않잖아요. 이 상태에서는 보존의 가치가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좋지 않은 역사니까 없앴으면 하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별로 보고 싶지 않다는….]

[인천 부평동 주민 :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주민들을 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주민들은 여기가 조금 더 개발됐으면 좋겠고, 주민들이 살기 편할 수 있도록 법도 제정해서 건물도 지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데….]

이에 따라 지자체는 원래 있던 87채 가운데 30여 채를 헐고 독서실 등 주민공동이용시설과 주민센터를 짓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남은 건물 일부를 보존하거나 박물관을 짓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결정이 쉽지 않습니다.

[남점숙 / 인천 부평구청 문화예술팀장 : 미쓰비시 줄사택지 일부를 활용해 생활사 마을 박물관을 조성할 계획이었는데요. 일부 주민들의 반대 여론이 있어서 현재 사업은 보류 상태고, 이곳의 보존 방안은 향후 학술 토론회 등의 과정을 거쳐 검토할 계획입니다.]

지금을 사는 지역민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면서도 어두운 과거를 기억할 방법은 없을까?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필요해 보입니다.

YTN 김대근[kimdaegeun@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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