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인사동부터 인천 송도까지...치욕의 '창지개명'

2019.08.13 오전 04:43
[앵커]
내가 살거나 자주 찾는 곳에 일제 잔재가 서려 있다면 얼마나 황당할까요.

민족말살의 목적으로 실시한 '창씨개명'과 비슷하게, 우리 땅 이름을 멋대로 바꾼 이른바 '창지개명'도 있습니다.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인사동부터 인천의 송도까지, 모두 일제가 지은 이름입니다.

김다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전통문화의 거리로 유명한 인사동.

그런데 정작 '인사동'은 일본이 제멋대로 붙여준 합성지명입니다.

부근에 큰 절이 있어 '절골'이나 대사동이라고 불렸지만, 지난 1914년, 일본이 행정구역을 개편하며 근처 지명인 관인방의 '인'자와 대사동의 '사'자를 합쳐 이름을 바꿨습니다.

[현준원 / 서울 돈암동 : 아 진짜요? 아 저는 모르고 있었어요.]

[조원숙 / 서울 진관동 : 아니 진짜요? 에이 말도 안 되네요.]

일제는 민족 말살 정책의 목적으로 창씨개명을 실시했습니다.

또, 식민 통치의 편의를 위해 행정구역을 통폐합해 일본식 지명을 갖다 붙이는 '창지개명'도 진행했습니다.

넓은 들이란 뜻의 '너더리'라고 불렸던 곳은 '관수동'으로, 탑이 있는 동네라는 의미를 지닌 탑골은 '낙원동'으로, 잣나무가 있었던 잣골은 '동숭동'으로 바뀌는 등 수도 서울은 일제 창지개명의 주 희생양이었습니다.

일본 지배를 노골화한 지명도 있습니다.

제가 나와 있는 이곳 인천 송도가 대표적인데요, 일본 군함 이름을 그대로 붙인 겁니다.

송도의 일본식 발음은 마츠시마(松島).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 참전했던 일본 군함의 이름입니다.

[윤진솔 / 인천 송도동 : 놀랍고 어떻게 생각하면 불쾌하기도 하고 그래요.]

[최수용 / 인천 송도동 : 생각보다 일본 잔재가 주위에 아직 남아있는 게 많은 것 같아서….]

이런 식민 지배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우리나라 지명의 절반 정도가 일본 마음대로 바꾼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민 혼선을 이유로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실정입니다.

[배우리 /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 : 전국적으로 보면 한 50% 정도가 일본식 이름으로 바뀌었어요. 서울만 하더라도 한 32% 정도가….]

74년 전에 나라는 빛을 찾았지만, 우리 민족의 얼은 아직도 저만치에 있습니다.

YTN 김다연[kimdy0818@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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