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9년 10월 18일 (금요일)
□ 출연자 : 김성신 출판평론가
-‘82년생김지영’소설 100만 판매는 시대의 결핍을 상징
-한국소설 동남아 인기, 한국이 문화적 젠더 의식 앞서있다는 것일 수 있어
-소설 ‘82년생김지영’ 30대 경단녀 평범한 설정이 국경을 넘은 공감대 일으켜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아직 개봉도 하지 않은 영화 한 편이 정말 뜨겁습니다.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네티즌들이 평점 1을 주는 거예요. 이게 정말 평점테러를 당한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논란의 시작은 책이 처음 출간된 3년 전입니다. 당시 페미니즘 소설로 부상고, 고 노회찬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선물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김성신 출판평론가와 함께 조남주 작가의 소설 을 둘러싼 이야기, 자세하게 나누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성신 출판평론가(이하 김성신): 안녕하세요.
◇ 노영희: 지금 출판 불황이잖아요. 그런데 10만부 정도면 엄청난 대박이다 그러는데 100만부가 넘게 팔렸어요. 게다가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많이 팔리고 있다. 이게 왜 이렇게 인기가 있는 거고, 이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 김성신: 네, 지금 말씀하신 대로 2016년 10월 달에 발간된 이 출간 2년 1개월 만인 2018년 11월에 누적판매부수가 100만부를 돌파했습니다.
◇ 노영희: 2018년 11월에요? 그럼 지금 1년 됐으니까 더 많이 팔렸겠네요.
◆ 김성신: 더 많이 나갔다고 할 수 있겠죠. 한국은 연간 출간 종수, 1년 동안에 책이 한국에서 얼마나 많이 나오느냐. 이게 세계에서 7~8위권 정도 될 정도로 출판대국이기도 합니다. 현재 매년 8만종 정도의 책이 나오는데요. 한국인들의 지적 관심사가 다각화되고 또 굉장히 파편화된 오늘날, 우리 인구가 또 5000만밖에 안 되잖아요. 그런데 이런 한국의 상황에서 100만권이 팔린다. 이거 어마어마한, 아주 극히 이례적인 판매부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베스트셀러라는 것은요. 그 어떤 당대 가장 많이 팔리는 책들은 그 당대 차고 넘치는 것들이 아니라 그 시대의 결핍을 상징합니다. 그 당대에 반드시 있어야 하고 인간 사회에 있어야 하는데 뭔가 빠져 있거나, 그러면 그것을 책을 통해서 찾는 그런 어떤 하나의 속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들을 가지고 ‘베스트셀러의 사회학’이다, 이렇게들 이야기하는데. 가령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0년도에 그 책 기억나시죠. 마이클 샌델 교수의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에서 효율지상주의 이런 것들 때문에 가장 정의가 부족하다고 느껴졌을 때 사실 이 어려운 정치철학서가 종합베스트셀러 1위까지 가지 않았습니까. 사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이라는 소설이 가지고 있는 그 함의와 우리 사회의 결핍, 이런 부분들을 연관지어서 생각해볼 수 있겠죠.
◇ 노영희: 그러면 이 책을 안 읽으신 분들, 혹은 영화 당연히 아직 개봉 안 했으니까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이 무슨 내용인지 한 번 이야기해주신다면 어떨까요?
◆ 김성신: 34살의 경력단절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 노영희: 34세 경단녀가 주인공이다.
◆ 김성신: 너무 평범한, 우리 주위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떠올리고 또 만날 수 있는 그러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는데, 주인공 김지영의 삶을 통해서 한국 사회 여성들이 지금 맞닥뜨리고 있는 차별의 문제, 불평등의 문제, 바로 이것을 고발한 작품인데요. 1982년에 서울에서 태어난 김지영이 대학 졸업하고 홍보대행사에서 근무하다가 31살에 결혼하고 딸을 낳아서 키우는 그 과정을 그대로 따라갑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살아간 그 시기에 각종 우리의 한국 사회의 통계나 또 자료, 지표 이런 것들을 함께 제시해서 그러면서 우리 한국 사회 여성들의 보편적인 삶의 모습을, 감성적인 부분들뿐만 아니라 우리가 하나의 사회적 지표라든지 이런 걸 통해서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끔 배려하고 있는 것이 이 작품의 장점이죠.
◇ 노영희: 저는 사실 안 읽어봤는데 꼭 읽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게 한강 작가가 라고 하는 책을 써서 맨부커 상을 수상하고 유럽 독자들에게 한국 소설을 알리는 참 엄청난 일을 했었는데. 도 동남아 쪽에서 인기가 엄청나게 많다고 그러잖아요. 왜 그러는 겁니까?
◆ 김성신: 지금 동남아에서 큰 인기가 있고, 또 주목해봐야 할 것이 일본에서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거든요.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억압되고 또 심지어 혐오의 대상이 되고, 이런 상황들이 오늘날 아시아 여성들의 보편적인 삶의 정황하고 연결돼 있기 때문에 그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거죠, 사회상은 다르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것이 국경을 넘어서 공감대를 형성한 이유다. 이렇게 볼 수 있는데. 더군다나 K팝이라든지 한류, 이런 영향으로 특히 전 세계 젊은이들 같은 경우에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우리가 우리를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선망의 대상이 되고 훨씬 앞서 있는 나라처럼 인식되기도 하거든요. 문화적 선망의 대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문화는 사실 그 속성이 굉장히 물과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흘러가거든요. 그러니까 최소한 여성, 성차별의 문제, 젠더의식에 대한 문제,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한국이 어떤 식으로든 문화적으로 앞서 있다라는 것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죠.
◇ 노영희: 성차별과 젠더의식을 담고 있는 34세 경단녀의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수 있는 김지영 이야기, 이것은 우리 이야기기 때문에 그만큼 인기가 있는 거다. 그래서 사실은 이게 페미니즘 소설이다,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면서 문제가 조금 더 불거지는 것 같아요. 지금 윤김지영 교수님 인터뷰 들으셨는데요. 김성신 평론가님, 어떠세요, 들어보시니까?
◆ 김성신: 네, 전적으로 저는 이 분석 굉장히 정확하게 분석을 해주신다는 생각이 들고요. 적극적으로 동감합니다. 사실 근본적으로 보면 혐오라는 감정은 인간의 본능 중의 하나이기는 하죠. 우리 신체에 위험할 수 있는, 예를 들면 동식물이 썩어 있다거나 이런 것들을 보면 혐오감을 느끼는 것은 그것은 먹으면 안 된다라는 신호처럼 간직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본능이니까 그런 혐오라든지, 오늘날의 이런 것들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뜻은 전혀 아니고요. 페미니즘에 대한 일부 남성들의 격렬한 감정적 반응, 이런 것들이 혐오본능이라는 측면에서도 분명히 해석이 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들이 우리 남성들의 사회적 기회를 빼앗고, 남성들의 생존에 위험이 될 수도 있다. 이런 공포로 작동하고 있다는 거죠. 이것은 이성적인 부분들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들인데. 아주 근원적으로 보면 심리학적으로는 일종의 거세공포하고 닿아 있다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이런 공포심이 집단화하면서 일종의 집단적 히스테리 증상 비슷하게 지금 사회적으로 그런 현상들이 보인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미니즘은 성평등을 이야기하잖아요. 보편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것을 잘못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페미니즘을 보편적 가치로 지금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이게 상당히 비지성적이고 비이성적으로 우리가 대응하고 있다. 그런 부분들에서부터 우리가 논의를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 노영희: 사실 저도 30년 전에, 30년도 더 전이죠. 그때 심리학에서 거세 콤플렉스, 여성 심리 남성 심리 이런 걸 공부를 하고, 그때가 사실 페미니즘이 태동되는 시기이기도 했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그렇게까지 많이 달라진 사회적 분위기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다만 표현이 조금 더 많아졌을 뿐이다. 이런 이야기 하더라고요.
◆ 김성신: 세상이 달라졌는데 그 의식이 달라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것은 비유를 하자면, 몸은 성장을 했는데 유치원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죠. 그리고 그 세월이 우리 특유의 어떤 가부장 문화 때문에 너무 오래 지나가다 보니까, 유지가 되다 보니까 견디지 못하는 옷이 한꺼번에 뜯어져서 이렇게 터져나가고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저는 페미니즘에 대해서는 논란이라는 말을 쓰는 것에 좀. 논란은 뭔가 잘못돼서 논란인데요. 이것은 논쟁이 있어야 하고요. 발전적이고 생산적인 뭔가 결과물들을 우리 사회가 만들어내는 것이 필요한 일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또 이런 이야기도 있네요. 우리 애청자 분께서 뭐라고 하셨냐면요. ‘일본에서 이 유행하니까, 일본 사람들이 조선인이 일본에 독을 탔다. 이렇게 비아냥거리더라’ 이런 이야기도 있고, 또 ‘남성들이 자꾸 이렇게 하는 것은 여성보다 물론 권리도 많았지만 의무를 상당히 많이 그동안에 가져 왔었는데 왜 이제 여성은 권리만 찾아가고 의무는 우리들한테 주느냐. 이런 것 때문이다’ 이런 분석을 해주기도 하셨네요. 그런 말들이 사실은 좀 일반적으로도 어느 정도는 수용이 가능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좋습니다. 논란은 있지만, 논쟁이라고 합시다. 논쟁은 있지만 불황 속에서 어쨌든 소설이 100만부가 팔리고 해외에서도 사랑을 받았잖아요. 그러면 이게 출판업계 측에서는 사실 상당히 반가운 일일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그런데 이 해외에서 이렇게까지 좋은 반응을 얻으려면 특별하게 해외 시장을 겨냥한 어떤 방법이나 전략이 있었던 건가요?
◆ 김성신: 고민을 해봤는데 여러 모로 살펴봤는데 특별한 전략이 출판계에서 만들어졌다라고 보기에는 힘듭니다. 그런 것들이 없습니다. 한국 출판은 해외 저작권 판매에 아직까지도 경험이 많이 부족하고요. 그래서 섬세한 마케팅 전략을 세워서 이걸 적용할 만한 노하우는 아직 없다고 보이고. 그런데 의 경우에는 일본에서 이례적일 만큼 좋은 반응을 얻고 있거든요. 그리고 일본 서점은 굉장히 발빠른 마케팅으로도 정평이 나 있는데, 현재 일본의 대형서점에 가보면 여성 소설 분야를 따로 분류해서 가장 서점에서 눈에 잘 띄는 곳에 놓고, 또 그 안에서도 가장 잘 띄는 한복판에 이 올라가 있거든요. 그래서 전적으로 이라는 책이 가지고 있는 함의, 메시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힘에 의한 것이다. 이것이 지금 국경을 넘어가고 있고 일본의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고, 이렇게 보는 것이 옳지, 이것에다가.
◇ 노영희: 전략이나 상술이나 이런 것보다는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 의미가 사람들에게 진정적으로 다가갔기 때문에 이런 것 같다. 그렇죠. 그런데요. 지금 말씀하시다 보니까 이런 게 있어요. 이 소설이 시대상황을 잘 반영한 건 맞는데, 좀 약간 문학적으로 보자면 부족한 것 아닙니까? 이런 이야기도 하시던데 어때요?
◆ 김성신: 과 같은 페미니즘 소설들에 대해서 비평계에서는 정치적 올바름을 내세워서 문학생은 조금 결여된 작품이다. 또 대중추수주의에 편승한 작품. 이런 것들로 평가절하 하려는 시도가 초반기에는 좀 이뤄진 면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문화연구자로 아주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오혜진 씨 같은 경우에는 지난 5월에 이라는 책에서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관점에서 한국 문학을 설명하는, 이 부분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일단 페미니즘이 한국 문학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지고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분명한 의미가 있다. 예를 들어서 1990년대 여성 작가들의 작품이 여성적이다, 라고 저평가된 이런 측면이 있는 반면에 최근에는 페미니즘 소설이 하나의 브랜드로 등장한, 굉장히 발전되고 진화된 그런 면모가 있다라는 거고요. 하지만 이 관점에서도 결코 정치적으로는 올바르지 않다라고 비판하는 점들도 있었습니다. 이성애자 기혼여성 비장애 중산층 여성의 목소리만 들려주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는 반페미니즘적인 시각이 아니라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봤을 때도 문학적 한계가 그래도 있기는 하니까. 세상에 완벽한 작품이라는 건 없잖아요. 좀 더 좋은 작품들을 기대한다, 이런 의미로 해석해볼 수 있겠죠.
◇ 노영희: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말이 사실 좀 와 닿는데요. 그게 저도 듣기로는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 옛날에 생각하는 정의와 지금 이야기하는 정의가 다른 것 같고, 말하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이 문제는 제가 꼭 말씀드리고 끝내겠습니다. 2340 쓰시는 애청자분께서 뭐라고 하셨냐면요. 아까 우리가 설리 이야기했잖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설리가 옛날에 노브라로 욕먹던 시절에는 소위 페미니스트라는 사람들이 설리가 성상품화로 여성인권 하락에 앞장선다고 욕하더니 같은 아이디로 그 시절에는 욕하던 사람이 이제 설리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나니까 페미니스트 운동을 하다가 욕먹고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거다, 이렇게 욕하더라고요. 이게 무슨 말이 됩니까?’ 이런 이야기 하시네요. 이거 어떻게 보세요?
◆ 김성신: 저는 법을 전공하신 변호사시니까 이렇게 비유하면 어떨까 싶은데.
◇ 노영희: 저는 심리학 전공입니다.
◆ 김성신: 아, 그러시구나. 판례가 중요하지 않습니까. 즉 기본적인 법률만 가지고서는 사람들이 벌이는 그 수많은 각기 다양한 상황들을 다 정리할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그전에 앞선 판례들에서 어떤 것들이 나왔느냐. 이런 것이 중요한데, 지금 이 상황에 비유하자면 어떤 논의의 방향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지금 우리가 격렬하게 논쟁도 하고 해보고 있지만 아직 판례가 너무 적은 겁니다, 우리 사회에서. 그러다 보니까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기준점들도 뒤죽박죽 말하는 사람들마다 다르고 이런데요. 지금과 같은 단계에서는 큰 방향, 과연 페미니즘 논의, 성평등이라는 가치가 옳으냐, 옳지 않으냐.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그게 옳다라면 그 논의들을 계속 이어나가면서 우리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이런 사례들을 통해서. 설리 씨에 대한 비극적 사건을 두고서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중한 하나의 판례를 우리는 얻게 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 노영희: 사실 시간 끝나긴 했는데 하나만 여쭤보고 끝낼게요.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너무 출판계나 영화 스크린계나 이런 쪽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 어떻게 보세요?
◆ 김성신: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 맞죠. 상업적 토대들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어쨌든 그안에서 문화상품들이 가지는 메시지라든지 그 영향력이라는 부분들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그런 것들을 잘 선별해서 소화해나가면 생산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 노영희: 맞지만 잘 이용해서 오히려 생산적으로 논의를 진행해 가자.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신: 감사합니다.
◇ 노영희: 지금까지 김성신 출판평론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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