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19년 12월 28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가세연'의 김건모 성폭력 폭로, 그대로 받아쓴 언론들 '야만의 시절'로 되돌아간 것
- 경향신문 기사거래 의혹, '경향'이니까 가능했던 일
- 손석희 떠난 JTBC, 보도기조도 변할까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이하 김언경)> 네, 안녕하세요.
◇ 김양원> 먼저, 최근에 경향신문 기자들이 사과성명을 낸 일 있었죠. 회사가 기업으로부터 협찬을 받기로 하고 기사를 빼줬다, 이런 내용이었는데요?
◆ 김언경> 지난 12월 22일,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는 경향신문이 대기업 SPC로부터 협찬금을 약속 받고 SPC 관련 기사를 삭제했다고 폭로했습니다. 해당 기사는 12월 13일 1면과 22면에 게재될 기사였습니다. 이 말은 매우 중요한 당일 메인뉴스였다는 뜻입니다. 이런 기사가 나갈 것을 SPC가 알게 되었고 기사 삭제를 요청하며 협찬금 지급을 약속했고 이 과정에서 경향신문 사장과 광고국장은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했다고 합니다. 편집국장 역시 기사 삭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이 사실을 알게 되자 사표를 제출했다는 거예요. 현재 경향신문 사장·편집국장·광고국장 등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 김양원> 언론사와 자본 간의 기사거래 의혹, 사실 알면서도 말하지 않았던 부분 아닐까요?
◆ 김언경> 맞습니다. 경향신문에서 벌어진 ‘기사 거래’ 관행은 우리 언론계에 뿌리 깊게 구조화되어 있으며, 악습입니다. 올해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보도에서 △불법적 기사 위장 광고 △컨퍼런스와 포럼을 빌미로 벌어지는 기업에 대한 티켓 및 협찬금 영업 △홍보대행사를 브로커처럼 끼고 자행하는 적나라한 기사 거래 등 도저히 언론이 저질렀다고 상상하기 힘든 일들을 지적했습니다. 자본과 권력을 견제하고 그들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언론의 본령이기 때문에 언론이 대기업과 거래를 한다는 것, 심지어 기사를 그 거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언론의 존재 이유를 언론 스스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요. 이런 현상은 사실 최근에 나온 것이 아니고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던 관행입니다.
◇ 김양원> 경향신문에서는 올해 초에도 비슷한 일로 기자들이 항의하는 일이 있었잖아요?
◆ 김언경> 맞습니다. 지난 3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기획기사’가 보도되지 못했다면서 기자 70여명이 항의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습니다. 당시엔 구체적인 ‘거래’나 ‘압력’이 작용하기도 전에 경향신문 사측이 현대차, 한화, SK 등 대기업 이름이 한꺼번에 나와 ‘부담감’을 표했다고 하는데요. 당시엔 관성화된 대기업과의 ‘기사 거래’로 사전 기사검열이 벌어졌다면 이번엔 ‘기사 거래’를 실제로 시도하다가 일선 기자들의 저항이 터져 나온 것입니다.
◇ 김양원> 경향신문이기에 이런 일이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 김언경> 네, 저도 조심스럽게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경향신문이 잘못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내부의 문제를 고발하는 경향신문의 기자가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간 이런 문제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책임은 거의 모든 언론사들이 이런 스스로의 치부를 들추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향신문 기자들이 올해에만 2번 ‘기사 거래’가 공론화하는, 어떻게 보면 내부고발을 한 것이거든요. 매우 근본적인 이야기이지만요, 기업과 언론, 더 나아가 권력과 언론의 기사 거래는 장기적으로 모두의 파국을 초래할 뿐입니다. 이런 현실을 경향신문 기자들이 분명하게 앞서서 지적한 것을 보면서 저는 오히려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리고 경향신문 사태를 계기로 경향신문 스스로도 이런 것에 대해서 재발방지 제도를 분명히 만들어야 하고요. 타 언론들이 이것을 그냥 전하기만 하는데 그치지 말고, 자사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김양원> 언론계 소식 하나 더 짚고 가죠.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룸 하차, 이번 한주 빅 뉴스였습니다?
◆ 김언경> 23일 손석희 JTBC 사장이 23일 앵커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습니다. JTBC 기자들은 당일 유례없는 긴급총회를 열고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 미디어오늘은 “회사에서 먼저 손 사장에게 하차를 제안했다”는 복수의 증언을 JTBC 내부에서 확보했다. 여기서 ‘회사’는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홍정도 JTBC·중앙일보 사장 이하 오너 일가다. 이들이 수개월 전부터 손 사장의 ‘하차’를 종용했다는 것. 취재 결과에 따르면 손 사장은 지난 10월부터 본격화된 오너의 ‘요구’에 자신이 예상했던 시기보다 하차 결정을 앞당겼다고 보도했습니다.
◇ 김양원> 손석희 앵커이자 JTBC 대표이사도 입장을 밝혔죠?
◆ 김언경> 손석희 JTBC 대표이사는 보도국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앵커 하차 문제는 1년 전 사측과 이야기한 바 있다"며 "경영과 보도를 동시에 한다는 건 무리라는 판단은 회사나 나만 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해했다. 중요한 것은 사측이 제안했지만 동의한 건 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뭐래도 JTBC는 새해에 새로운 전망으로 시작할 것이다. 오랜 레거시 미디어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나는 이제 카메라 앞에서 물러설 때가 됐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 김양원> 손석희 앵커=JTBC 메인뉴스, JTBC 보도기조의 상징이기도 했잖아요. 그래서 시청자들도 더 깜짝 놀란 것 같아요.
◆ 김언경> 손석희 앵커 본인은 자신의 결정이라고는 하지만 어찌 되었든 사측의 제안 때문에 물러난 것 아니냐는 걱정들을 많이 하는 거고, 손석희 사장이 물러났을 때 과연 JTBC가 그동안 6년 동안 가져왔던 보도의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그 품질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걱정하는 것이죠. 손석희 저널리즘에 대한 책을 쓰기도 했던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요. 본인의 기사에서 손석희 사장이 앵커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은 단순히 메인뉴스의 ‘간판’이 바뀌는 것이 아니다. 보도의 ‘구심점’이 사라지는 일이다. 손 사장이 앵커직에서 물러나면 메인뉴스의 틀을 잡는 오후 편집회의에 들어갈 명분이 없어진다. 6년4개월간 보도 방향과 주요 아이템을 잡아 온 구심점이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수많은 이해관계로부터의 ‘압력’을 막아주던 방패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고 이 상황을 설명했는데요. 사실 손 사장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JTBC 뉴스가 어떻게 변화할지 걱정이 되는 상황인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입니다.
◇ 김양원> 자, 간단히 짚어보려고 했는데 이번 한주 언론계 뉴스가 많았군요. 다음으로 한 유튜브 채널의 가수 김건모 씨의 성폭력 의혹, 최근 계속해서 논란이 됐죠?
◆ 김언경> 지난 6일 김세의 전 MBC 기자와 강용석 변호사가 설립한 ‘가로세로연구소’(이하 가세연)의 유튜브 라이브에서 김건모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전했습니다. 유튜브라는 공간의 특성과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유튜브 라이브’의 특성으로 인해 이 영상은 시민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구체적이고 자극적으로 가해 방법이 묘사되고, 피해자가 성적 행위의 대상처럼 인식될 만한 선정적인 내용 설명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매우 선정적인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언론이 마구잡이로 받아쓰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규제 영역 바깥에 있는 매체이다 보니, 선정적으로 부풀려진다 해도, 그런데 이런 유튜브 채널의 폭로를 기성 언론이 확인도 하지 않은 채, 그리고 언론에서 다루기 부적절한 내용까지 마구 보도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 김양원> 네, 김건모 씨가 워낙 유명인이고 한 TV 예능에서 소탈하면서도 사차원적인 싱글라이프로 인기를 끌었기에 이번 성폭력 논란이 충격적이기도 했는데요. 그렇다보니 기성 언론들이 유튜브에서 나온 폭로를 너무 자세히, 자주 다룬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 김언경> 맞습니다. 보도에서는 김건모 씨가 어떻게 했다더라, 이런 식의 내용이 너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유튜브 라이브에서 그런 내용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기성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는 것이 정당화될 순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도 있어요. 피해자가 본인이 미투를 한 거잖아요. 미투 하는 사람은 대부분의 속성이 내가 당한 것을 정말 증명하고 싶기 때문에 구체적인 정황을 하나라도 더 얘기하려고 해요. 그러다 보니까 언론에 그대로 나가서는 부적절한, 어떻게 보면 수사할 때만 말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들도 나오게 되거든요. 그런데 이런 내용들을 언론이 그냥 완전히 다 받아쓴 거예요. 게다가 제가 더 걱정하는 것은 이런 선정적인 보도를 내놓은 매체가 그냥 이름 없는 인터넷 언론사, 우리가 말하는 주요 매체가 아닌 곳에서만 그런 게 아니고요. 주요 일간지들, 경제지들, 모두 다 이런 보도들을 받아쓰고 있다는 것이에요. 제가 제목을 그대로 말씀드리기 너무 어렵고요. 그냥 이것도 불편하지만, 왁싱, 노출, 지퍼, 이런 식의 키워드가 제목에 그대로 나오고 있고, 내용은 말도 못하게, 그 유튜브 내용을 그대로 다 전하는 내용들이 나가고 있습니다. 시청자나 독자들이 과연 유흥업소의 종류를 구분하고 어떤 업소가 불법 성매매를 하는지 등의 여부를 모두 알아야 할까요? 그리고 김건모 씨의 성취향이나 이런 것은 우리가 알 필요가 전혀 없는 내용이에요. 그런데 이런 것을 미주알고주알 엄청나게 자세히 알려주고 있는 보도들이 지금 포털을 누르면 그대로 떠 있다는 사실이거든요. 이런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폭행 피해 사실 자체는 성애화하게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성폭행을 막는 보도가 되는게 아니고, 오히려 성폭행을 유발할 수 있는 보도가 된다는 게, 그리고 범죄의 심각성을 낮춰보게 되는, 흥미 위주로 보게 되는 이런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 김양원> 특히, 이번 김건모 씨 의혹 보도에서는 그 피해당사자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었어요. 관련 기사에 댓글을 보니, 참 입에 담기가 어렵던데요.
◆ 김언경> 그런데 저는 댓글도 문제지만 그런 댓글을 가져다가 다시 기사를 쓰고 있는 언론 보도가 더 심각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다시 말해서 유흥업소 직원은 강간해도 된다? 문제적 의견을 비판 없이 전달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사들은 유흥업소 종사자와 성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 ‘이게 강간죄가 되냐’며 법률 상담이 잇따르고 있다는 내용이거나, 유흥업소 직원과 관계를 했는데 이게 강간죄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한마디로 ‘유흥업소 직원들의 미투 운동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댓글을 모아놓은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문제는 ‘유흥업소 직원을 상대로 왜 성관계하면 안 되냐’는 범죄적 시선을 비판하지 않고 그대로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유흥업이 합법인 한국에서 유흥업소 직원은 존재합니다. 기본적으로 성폭력이라는 것은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다 성폭력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버젓이 따지고 있는 댓글이 있고, 그것을 기사화해준다? 이거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그렇습니다. 더구나 한국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죠. 유흥업소에 가는 게 합법이라고 할지라도 거기서 이루어지는 성매매 자체는 불법인데요. 과거에 우리가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 같은 것을 만들면서 언론 보도에서 이런 부분들을 굉장히 조심스럽게, 피해자 입장에서 다루는 이런 게 정착되나 싶었는데요. 요즘에 유튜브 때문에 이런 것들이 다시 무너지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습니까?
◆ 김언경> 네, 맞습니다. 저는 사실 이번 김건모 씨 성폭력 관련 보도를 보면서 우리의 성폭력 보도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언론들이 같이 자정하면서 지나온 세월이 있어요. 그 15년을 그냥 다 원점으로 돌려 버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처음에 기사를 보면서 정말 눈을 비볐어요. 이게 2019년의 기사 맞나? 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에게 정말 많은 성폭력 사건이 있었고요. 그 성폭력보다 더 끔찍한 성폭력 보도가 있었어요. 그런 야만의 시대를 겪으면서 우리가 이런 식의 성폭력 보도는 결코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고 해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많은 언론사들이 그동안 자정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지금 초등학생들도 같이 보고 있는 포털사이트에 엄청나게 부적절한 기사들이 계속 돌아다니고 있어요. 저는 이 사안에 대해서 언론사뿐만 아니고 포털도 도대체 이것을 이렇게 방치해도 되는 것인가.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빨리 찾아서 막아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양원> 네, 오늘은 김건모 씨 성폭력 의혹 보도와 관련해서 이런 것들을 무작위로 폭로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도 문제지만, 더 문제는 그런 유튜브 방송의 내용을 가감 없이 그대로 기사화하고 있는 우리 언론의 문제점에 대해서 짚어 봤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언경 사무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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