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과거가 아닌 현재' 4대강 사업을 진단하다

2020.01.02 오후 04:48
■ 진행 : 이광연 앵커, 김경수 앵커
■ 출연 : 홍성욱 기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새해를 맞아 2020년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4대강 사업의 후속조치일 겁니다. 올해는 총선이 있기 때문에 4대강 보 해체와 개방에 대한 논란이 더 치열해질 전망인데요.

[앵커]
보 개방과 해체를 주장하는 환경단체 그리고 이를 반대하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YTN 신년 기획으로 4대강 사업 팩트체크 보도를 한 이슈팀 취재기자가 지금 스튜디오에 나와 있습니다. 홍성욱 기자, 안녕하십니까?

[앵커]
앞서 지금 자막에 과거가 아닌 현재의 사업을 진단하다, 표현이 눈에 띄는데. 사실 4대강 논란,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YTN에서도 다른 언론에서도 많이 다룬 문제인데 이 시점에서 왜 4대강이지? 뭐가 문제가 있지? 이렇게 의문점이 드는 분들도 계실 거거든요.

[기자]
그렇습니다. 취재하게 된 계기를 말씀을 드리면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삽질이 하나의 계기가 됐습니다. 4대강 사업이 불러온 환경 파괴와 반성 없는 공직자 그리고 정치인을 고발한 영화인데요. 지난 2012년 4대강 사업이 끝난 뒤에도 환경 오염에 대한 논란은 계속됐고 보를 만들어 물을 채운 곳에서 녹조가 창궐했습니다. 또 물고기가 떼죽음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환경 문제가 발견되면서 일부 보는 개방 결정이 내려졌고 해체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등도 적지 않습니다. 수질 문제도 있고요. 또 농민 피해를 주장하는 농민분들도 많이 있고 또 보를 유지하는 데 드는 수천억 원의 비용까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보다 정확하게 진단을 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텐데. 지난해부터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다시 떠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이슈팀이 4대강 사업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라고 판단을 하고 정확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취재를 하게 됐습니다.

[앵커]
그러면 내용을 하나씩 짚어보면 어제부터 보도가 시작이 됐는데 4대강 수질 문제 그리고 녹조와 관련해서 이 보를 열었을 때랑 닫았을 때 언제가 더 녹조가 많이 생깁니까?

[기자]
물론 보를 개방해서 물을 흘려보냈을 때 녹조가 감소하는 건 확실합니다. 수문을 연 영산강과 금강의 사례에서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보를 개방한 금강과 영산강의 녹조발생을 보면 녹조 발생이 확실히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픽을 보면 확인이 가능한데요. 지난 2017년 말부터 수문을 열었는데 지난해 녹조 발생이 크게 줄었습니다. 또 일부 학자들은 수문을 열면 녹조가 그대로 떠내려가 상류에서 발생할 녹조가 하류에서 발생하는 것뿐이라고, 줄어드는 게 아니라고 주장을 했는데요. 하지만 과학적으로 봐도 이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래픽을 다시 보면서 말씀을 드리면 녹조 발생은 햇빛과 영양분 그리고 체류 시간에 영향을 받습니다. 보 개방은 이 가운데 체류시간에 영향을 크게 주는데 녹조는 체류시간이 길면 많이 생깁니다. 수문을 열면 빨리 흘러가니까 그만큼 녹조가 덜 생길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정도는 생각을 해야 녹조 발생 요인이 이해가 되는데 이건 어떻습니까? 보를 닫아서 수량이 많아지면 물의 깊이가 깊어지게 되고 또 이렇게 되면 오염물질이 희석되고 또 물의 온도도 내려가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주장도 있거든요. 이건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그 예로 일부 전문가들이 소양강댐을 항상 이야기합니다. 가둬뒀는데도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곳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역시 물을 가두고 수량을 늘렸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소양강에도 2000년대 이전에는 가두리 양식장 등에서 나오는 영양분, 즉 인과 질소 등의 영향으로 녹조가 빈번하게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환경정비사업을 통해서 양식장을 없애고 소양호로 흘러드는 축산폐수를 정리해서 녹조가 사라졌습니다. 결국 물을 가둬서가 아니라 물을 철저하게 관리해서, 외부 오염물질을 관리해서 녹조가 발생하지 않은 겁니다. 이 부분은 전문가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전화조 / 한국수자원공사 소양강 지사 : 소양호 같은 경우도 이들(녹조 발생) 요소 중에 인 성분을 상당히 낮게 유지해서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저희가 지금까지 나눠본 얘기들을 종합해 보면 어쨌든 물을 가두면 녹조가 늘어나는 건 맞는 것 같은데 그러면 4대강 사업 때문에 전반적으로 수질이 나빠졌다, 이렇게 볼 수도 있을까요?

[기자]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좋아진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희가 취재를 해 보니까 4대강 사업 이후에 생물학적 산소요구량, 즉 BOD 그리고 총질소, 총인 등 일부 수질은 개선된 것이 확인이 됐습니다. 그 이유는 소양호와 비슷한 차원의 물 관리 때문이었습니다. 4대강 사업으로 16개 보만 설치된 게 아니라 전국에 공공하수처리시설이 굉장히 많이 생겼습니다. 이 부분도 그래픽을 보면서 다시 설명을 드리면 4대강 사업 기간에 무려 1200곳이 넘는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새로 설치됐습니다. 지난 2008년에 2300곳에 불과했는데 사업이 마무리될 때에는 1200곳이 늘어서 2012년에는 3600곳으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4대강 정화시설 사업으로 수질 개선이 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수질 개선은 꼭 보가 아니라 하수처리시설 덕분일 수도 있기 때문에 사실 이 부분이 4대강 문제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인데 4대강 사업 때문에 전반적으로 나빠졌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라는 취재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거 말고도 사실은 이게 하나씩 증명해 나가야 되는 과정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주장들도 많은데 최근에 또 어떤 주장들이 있죠?

[기자]
저희가 취재하면서 잘못된 주장들을 확인했는데 방금 말씀하신 잘못된 주장은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면 오히려 녹조가 줄어든다는 등의 주장인데. 지난해부터 다시 유튜브를 통해서 많이 퍼지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의 시작점을 찾아봤더니 4대강 사업의 이론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박석순 교수가 등장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을 지냈는데 박 교수의 주장을 팩트체크했습니다. 고한석 기자의 보도 보시고 마저 이야기를 나누어보겠습니다.


[기자]

[박석순 /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 세계 문명국가의 문명 강에 보 없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4대강 사업 전도사.

이명박 정부 국립환경과학원 원장.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입니다.

그의 주장은 4대강 예찬론의 이론적 근거가 돼 보 해체를 둘러싼 논란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칩니다.

▲ 4대강 사업 덕에 기형 붕어 사라졌다?

환경 호르몬 때문에 암수한몸 기형 붕어 비율이 8%나 된다는 2007년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박석순 /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 강에 물이 많으면 희석이 되는데 환경호르몬이 남아서 물고기가 다 저 모양이 되는 거죠. 생태계 재앙이죠.]

이런 환경호르몬 피해를 막기 위해 4대강에 보를 만들어 물을 가두고 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

그런데 어류는 생식 기관이 단순해서 성별이 바뀌거나 암수가 한몸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붕어로, 자연상태에서 최대 18%까지 자웅동체가 발견된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고, 국내도 비율은 비슷합니다.

당시 환경부는 이를 근거로 환경호르몬 때문이라는 건 억측이라며 조선일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환경호르몬을 희석해야 한다면, 보를 만들 것이 아니라, 수량이 압도적으로 많은 바다로 빨리 흘려보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 보 개방해서 우라늄 수돗물 나왔다?

지난해 여름 충남 청양군 수돗물에서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이 과다 검출돼 주민 건강을 위협했습니다.

박 교수는 이를 두고, "보 개방이 지하수 고갈로 이어져 우라늄 수돗물이라는 엽기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주장합니다.

2018년 10월 인근 백제보가 완전 열렸고, 물이 빠지면서 지하수 수량이 감소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청양군은 우라늄 수돗물과 보 개방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합니다.

백제보 수위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농업용수로 쓰는 땅 밑 20∼30m 사이 지하수인데, 청양군 수돗물은 지하 100m 암반층에서 뽑아 쓴다는 겁니다.

[구민호 / 공주대 지질학과 교수 : (보 개방으로) 암반 지하수에서 수질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없고요. 우라늄이라는 특정 성분을 가지고 그것이 보 개방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얘기고요.]

▲ 4대강 유역 농가 소득 늘었다?

[박석순 /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 4대강 사업하고 나서 강변에 사는 분들 수입이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가구당 5천만 원에서 거의 8천만 원으로 급속히 증가합니다.
잘살게 된 거 아니에요?]

그러면서 박 교수가 보여준 그래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전체를 4대강 유역 농가로 뭉뚱그린 것도 말이 안 되지만, 농가 소득 계산법은 더 황당합니다.

충남과 충북, 전남과 전북, 경남과 경북 농가의 연평균 소득을 단순 합산해, 8천만 원이라는 비현실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남북으로 나뉘지 않은 경기도보다는 2배 많습니다.

통계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통계청 관계자 : 두 개 도를 보태면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안 돼. 이 자료 만든 회사는 뭐하는 회사에요?]

이 같은 왜곡은 4대강 찬성론의 과학적·객관적 근거로 둔갑해 유튜브를 통해 퍼지고, 책으로도 출간돼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YTN 고한석입니다.

[앵커]
고한석 기자의 리포트를 보고 오셨는데. 인상적인 부분을 이야기해 보자면 암수동체인 기형 붕어가 이게 꼭 환경 호르몬 때문은 아닐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어요.

[기자]
맞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인데요. 저희도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붕어는 대표적인 성전환 어류입니다. 태어날 때는 수놈으로 태어나는 붕어가 성장을 한 후에 번식할 때가 오면 암놈으로 성전환을 합니다. 암컷을 만날 수 없는 수컷 붕어가 성을 바꿔 처녀생식으로 알을 부화하는 것인데 이런 성전환이 붕어의 개체 수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고 있습니다. 붕어 외에도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흰동가리도 마찬가지고요. 장어의 한 종류인 리본장어도 성전환 후 양쪽의 생식 세포를 모두 가지고 있는 어류입니다. 혹시 저희가 모르는 다른 이론적 근거가 있어서 기형붕어 주장을 하셨는지 하고 박 교수에게 직접 물어봤는데 조금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박 교수 역시 붕어가 암수동체인 걸 전혀 몰랐다고 답을 했습니다. 이렇게 전문가의 얘기가 잘못됐을 때 여론이 얼마나 호도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앵커]
박 교수 역시 붕어가 암수동체인 걸 몰랐다. 이 보도 시작할 때 오늘부터 사흘간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어제부터죠. 최소한의 진실을 밝히는 시간을 마련했다고 했는데 내일도 그러면 팩트체크 보도 이어지는 겁니까?

[기자]
내일도 팩트체크 보도 이어집니다. 내일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제기구나 외신들의 평가가 얼마나 정확한지 살펴볼 예정입니다. 또 4대강 주변 농민들의 얘기도 직접 들어봤는데요. 보 해체를 둘러싼 주민들의 갈등과 해결점을 모색하는 보도도 이어집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내일 보도도 기대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이슈팀 홍성욱 기자와 함께 4대강 사업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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