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5:10~16:00)
■ 진행 : 김혜민 PD
■ 대담 : 김누리 중앙대 교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저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생생경제] 우리의 불행은 야수자본주의 때문이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저자 김누리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정말이지 우리는 참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세상이 놀라워하는 경제성장도 거두었는데 우리의 불행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정말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일부를 읽어드렸는데요.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대한민국의 여러 문제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지적하고 분석하는 책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이해가 안 갔던 우리 사회의 모습들이 이해가 가기도 했고요. 왜 내가 이걸 당연하다 생각했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의 저자 중앙대 김누리 교수 나오셨어요. 교수님 어서 오세요.
◆ 김누리 중앙대 교수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저자)(이하 김누리)> 안녕하세요.
◇ 김혜민> 제가 요즘 사람들 말로 ‘성덕’이라고 하죠. 팬이 스타를 만날 때 하는 얘기예요. 제가 정말 이 책을 앞서 표현한 것이 모자랄 정도로 굉장한 성찰과 지혜를 얻었습니다. 사실 교수님 이 책 이전에 JTBC에서의 강연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한 충격과 성찰을 주셨는데 그 이후로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자 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아요.
◆ 김누리> 좀 그런 것 같아요.
◇ 김혜민> 오늘 그래서 저희가 모시게 됐고요. 청취자분들께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릴게요.
◆ 김누리> 이런 자리에 불러주셔서 고맙고요. 제 목소리가 이렇게 공중파에서 이야기를 낼 수 있다는 게. 한국 사회의 금기의 영역을 조금씩 깨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너무 표준화된 언어의 틀 속에서만 있거든요. 한국 사회가. 그런데 사실은 언어가 가장 중요한 것이죠. 정확한 언어로 현실을 규정해야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죠. 그래서 제가 보기에 한국 사회의 큰 문제는 정확한 언어로 현실을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너무나 기만의 언어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고요. 저는 그런 맥락에서 기만의 언어를 비판하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 김혜민> 정확한 언어로 현실을 규정하는 게 아마 한국 사회의 시작이다.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더 나은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한 시작이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생생경제 내내 함께하실 거예요. 제가 교수님께 처음 섭외전화 드렸을 때, 제가 경제 프로그램 나가서 무슨 얘기를 할까요?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교수님 책 첫 장에 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씨가 한 말, 우리는 지금 이상한 나라에 살고 있다로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교수님이 생생경제에 딱 맞는 분이다. 왜냐하면 지금 대한민국의 가장 아픈 부분들, 약한 사람들은 결국 자본주의의 폐해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서 교수님을 모셨거든요. 제 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누리> 네. 100% 맞는 말씀이시고요. 저도 사실은 이 책을 원래 쓰려고 한 건 아니지만, 이런 강연을 하고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김용균 씨 어머니라든가,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에 70년대 전태일 씨나 이런 분들의 고통, 이런 것에 대해서 둔감한 사회가 됐다, 그것이 한 중요한 원인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보면 경제 문제가 관련이 없다고 말씀드릴 수 없죠. 다 관련이 있는 거죠.
◇ 김혜민> 우리의 불행의 대부분의 원인이 경제와 관련된 거더라고요.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원인도 대부분, 가정 경제 때문이고요. 그래서 이 경제 문제라는 게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나누는 본질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교수님께서도 한국 사회가 지옥이 된 건 야수 자본주의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야수 자본주의가 뭡니까?
◆ 김누리> 처음에 제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말씀드리려면 조금 일종의 전제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설명을 길진 않더라도 조금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일단 우리가 이상한 나라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것은 지금 한국 사회가 이렇게 정치 민주화를 잘한 나라가 없어요. 지금 아시아 민주주의의 상징이고, 유럽에서도 한국 민주주의는 오히려 유럽과 미국의 민주주의보다 나은 것 아니야? 이런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대단한 민주주의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그리고 30:50 클럽이라는 게 있듯이, 우리가 세계에서 7번째로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다음에 7번째로 인구 5,000만 인구 이상이 되는 나라 중에서 1인당 국민 소득이 3만 불이 넘는 그런 그룹에 들어간 거예요. 정말 대단한 거죠. 그래서 정치 민주화를 이루고 경제 성장을 했어요. 사실 그 정도가 아니죠. 최근 벌어진 코로나 사태에서 한국인들이 보여준 것은 사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커다란 잠재력을 보여준 거예요.
◇ 김혜민> 맞아요. 우리가 우리 모습에 놀랐어요.
◆ 김누리> 그렇죠.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저는 특히 대구 시민들이 보여준 그 행동들, 정말 놀랐어요. 앞으로 대구 시민들이 한국 민주주의를 성숙하게 하는 데, 정치적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 봐요. 그런 잠재력이 있다. 어떠한 사재기도 없고, 어떠한 패닉도 없고, 사실은 도시 봉쇄도 하지 않고, 이동 금지도 하지 않고, 심지어 이동 제한도 안 했는데 자발적으로 이동을 자제하고 한 이런 일련의 행동들은 전 세계에서 정말, 가장 성숙한 민주 시민이 됐다. 이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큰 잠재력들이에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너무 끔찍한 나라가 돼서요. 지금 16년째 자살률이 1위예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예요. 지금 여당이 180석을 얻어서 굉장히 좋다고 하는데, 정말 이 자살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해요.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거의 몇십 년에 걸쳐서 자살을 하는가. 이것은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그것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지 않는다는 건 그 자체로 정말 끔찍한 문제예요.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예요. 한국이. 그것도 사람들이 잘 몰라요. 지금은 불평등하면 미국이나 멕시코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한국을 이야기합니다. 그것을 많은 지표들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끔찍합니다. 최근 20년 동안의 불평등 정도는 상상을 초월해요. 제가 시간이 없으니까 지표는 얘기 안 할게요. 한마디만 말씀드릴게요. ‘정태인’ 씨라고 노무현 정부 때 경제 청와대에 있었죠. 그분은 사실은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아니라, 자본주의 역사상 이렇게 불평등한 공동체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불평등한 사회예요. 전 세계에서 노동자가 가장 많이 죽어 나가는 나라예요. 25년째 OECD 수치를 보면 노동자 사망률이 1위입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4만 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죽었어요. 매년 2천 명씩 죽은 거예요. 말이 안 되는 거죠. 이것은 사실은 전시 상태라는 뜻이에요. 4만 명이 죽었다는 건. 저는 한국은 일상적으로 상시적으로 자본과 노동이 내전 상태에 있는 나라로 봐요.
◇ 김혜민>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곳이 노동의 현장이라는 거, 먹고 사는 일터라는 게 정말 전시 상황인 거죠.
◆ 김누리> 그렇죠. 사실상 전시예요. 이런 상황을 우리는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정상적인 국가라고 하고 살아가는 거예요. 또 끔찍한 것이 출산율입니다. 최근에 제가 어디서 봤더니 올해가 0.92인가 그렇더라고요. 최근 2년간 출산율이 1이하를 연속으로 나온 이런 나라는 지금까지 기록에 없대요. 사실은 국민들이 이게 지옥이라는 걸 아니까 아이들을 낳지 않는 거예요. 그러니까 이 괴리를 우리가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한편으로는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정치 민주화도 이루었고 심지어 국민들의 시민 의식도 성숙했어요. 그런데 우리가 맞닥뜨리는 일상은 지옥이란 말이에요.
◇ 김혜민> 그러니까 교수님 말씀은 이상한 나라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이 괴리. 이 괴리는 결국 야수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그 괴리이고. 거기에 대해서 성찰과 변화가 있지 않으면 우리는 불행을 지속할 것이라는 말씀이세요.
◆ 김누리> 왜 야수 자본주의라는 게 생겨났는가 하는 건데요. 야수 자본주의라는 말을 한국에서는 잘 안 쓰기 때문에 저는 이 말을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 김혜민> 원래 있는 말입니까?
◆ 김누리> 그렇죠. 제가 만든 말이 아니고, 독일에서는 이 말을 일상적으로 써요. 왜냐하면 자본주의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야수적 속성을 가지고 있어요. 경쟁만이 아니라 그러니까 말하자면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측면을 같이 잘 봐야 하는 거죠. 다시 말하면 자본주의는 지난 21세기 내내 70년 80년 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계획 경제가 서로 경쟁했잖아요. 거대한 체제 경쟁을 했고, 그 결과는 우리가 알고 있죠. 1990년경 동유럽 사회주의가 다 붕괴했잖아요. 그것이 뜻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이미 결판이 난 거예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인간의 욕망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합리적으로 충족시켜주는 체제이다. 그건 확실하게 결론이 생긴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뭐냐하면 자본주의는 이렇게 효율적인 체제인데, 그건 증명이 됐어요. 문제는 인간을 잡아먹는다는 거예요. 자본주의는 자유롭게 놔두면 인간을 잡아먹는 야수라는 거예요. 그 인간을 잡아먹는 게 기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게 실업과 불평등이에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가만히 놔두면 어마어마한 실업과 불평등이 너무나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한국 자본주의를 보잔 말이에요. 결국 자본주의는 자유롭게 놔두면 그런 야수가 돼서 또 심지어 효율적인 야수라서 인간을 굉장히 잘 잡아먹어요. 저는 한국 사회가 지금 그런 상태라고 보고요. 이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길들이기 위해서 정치가 존재하는 거예요. 정치는 바로 이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길들이는 중요한 사회적 합의가 작동하는 장인 거예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소위 이 시장에 더 강한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는 소위 시장 자유주의자들, 자유시장경제를 주장하는 자들이 의회의 99%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런 나라는 전 세계에 없어요.
◇ 김혜민> 그러니까 정치가 야수성을 억누르고 그 야수성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정치는 오히려 이 자본주의의 야수성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 김누리> 그렇죠. 그것을 부추기고 있는, 그리고 그것을 정당화하고 합법화하는. 말하자면 시장 경제가 더 약탈적으로 작동하도록 오히려 부추기는. 그게 바로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이에요. 한국에 지금 여의도에 300명이 앉아 있잖아요. 그중 294명, 295명이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고 있잖아요. 지금 정의당 정도만 좀 다른 것이죠. 이런 건 전 세계에 없어요. 이걸 우리 국민들이 아셔야 해요. 이 부분을 너무 몰라요. 독일의 경우를 예로 들면, 전 회기에는 633명이 베를린 의회에 있었어요. 그중에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자가 제로였어요.
◇ 김혜민> 우리가 말하는 그 자유시장경제요.
◆ 김누리> 그렇죠. 지금 이 자유시장 경제는 어느 나라나 똑같죠.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이라는 것은 대체로 자유당, 혹은 자유민주당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여기서 자유당이라는 것은 인간의 존엄한 자유를 지켜준다는 게 아니에요. 시장의 자유, 기업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거죠. 독일에서는 그 정당이 지난번 의회에 못 들어왔어요. 한 명도 없었어요. 퇴출됐어요. 말하자면. 그러다가 이번에 들어왔어요. 이번 회기에 들어가서 지금 11%를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독일에서는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있지만, 지난 70년 동안 5~10% 정도의 득표를 하고 있어요. 이것은 유럽의 표준이에요. 일반적으로 유럽에서는 자유시장 경제를 지지하는 정당이 5~15% 안에서 득표를 하지, 우리처럼 99%인 나라는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살 수 없어서 자살하고 노동자들이 그렇게 죽어 나가고, 전 세계에서 가장 노동 시간이 긴 나라가 한국이에요. 독일보다 거의 700시간에서 1,000시간을 일해요. 그러니까 사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상황을 너무나 당연시하고 있는 거예요.
◇ 김혜민> 교수님 말씀을 너무 잘 듣고 있고, 7128 청취자님은 교수님 방송 듣는데 정말 감동적이네요. 9785님 교수님 오랜만에 목소리 들으니 반갑네요. 이렇게 보내셨는데. 우리 2790님은 이런 극단주의적인,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이유가 뭡니까라고 왔어요.
◆ 김누리> 좋은 말씀이에요. 그게 극단적으로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한국이란 말이에요. 그 정도로 지금 한국 사회에는 극단적으로 보수적인 그런 정치 구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보편적인 생각이 세계적인 수준과 굉장히 떨어져 있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지금 한국은 정치적으로 보면 2개의 거대 정당이 말하자면 지배해오고 있는 거죠. 거대 양당제 구조인데요. 이것을 일반적으로 우리가 정치를 이야기할 때 하나는 보수정당이고 하나는 진보정당이라서 두 정당이 지금까지 경쟁하면서 이렇게 오고 있다, 이렇게 알고 있잖아요. 그게 제가 보기에는 거짓말이라는 거예요. 제가 아까 언어의 말씀을 드렸잖아요. 그러니까 언어적으로 현상을 잘못 규정하면 그것을 아무리 해도 고칠 수가 없는 거예요. 보수와 진보가 정상적으로 경쟁하는 사회였으면 이런 사회가 안 됐죠.
◇ 김혜민> 유럽처럼요.
◆ 김누리> 그렇죠. 이렇게 불평등하고, 이렇게 노동자들이 약자에 몰리고 노동시간이 이렇게 가혹한 나라가 되지 않죠. 한국의 정확한 정치 구도를 정확한 용어로 말한다면 한국은 지금 소위 보수라고 하는 정당은 보수 정당이 아니고요. 그런 정당은 수구 정당이에요. 다시 말하면 보수라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보수는 굉장히 중요한 정치적 가치이고, 굉장히 좋은 보수가 있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진보가 그 옆에서 함께 경쟁하는 것인데. 저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좋은 보수가 없다는 것이 한국 정치의 최대 비극이라고 봐요. 소위 보수라고 하는 자들이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겠어요? 보수가 뭐예요?
◇ 김혜민> 공동체를 중시하고 지키고.
◆ 김누리> 맞아요. 공동체를 중시하는 게 보수고요. 그래서 사실은 보수가 중시하는 게 소셜입니다. 소셜(Social)이라는 가치는 사실 보수적 가치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보수주의와 반대되는 게 자유주의죠. 자유주의는 소셜보다는 Individual, 개인을 더 중시하는 거죠. 이게 보수와 자유주의의 전형적인 대립 구도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공동체를 중시한다고 하면 빨갱이라고 공격을 해요. 완전히 왜곡된 거죠. 냉전체제에 의해서. 그다음에 공동체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공동체가 민족이잖아요. 그래서 보수주의자들은 민족을 중시하는 거죠. 우리 김구 선생처럼. 그다음에 역사를 중시하고, 그런데 지금 한국에서 소위 보수주의를 자칭하는 자들의 태도를 보세요. 공동체를 중시한다고 하면 그걸 공격하고, 통일에 반대하고. 계속 훼방을 놓고. 오히려 외세를 끌어들이려 하고. 그리고 역사 이야기가 나오면 도망가고. 이거는 보수일 수 없는 거죠.
◇ 김혜민> 실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한 중앙일보 기사를 봤는데요. 예전에는 반공이 핵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반일이 핵심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 김누리> 그것은 또 너무 극단적인 이야기인 것 같고요.
◇ 김혜민> 제가 오늘 교수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얘기를 꺼낸 이유는 이제 아까 전에 우리는 냉전체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왜곡된 진보, 보수의 개념이 생겼다고 하셔서.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건데. 그런데 독일 연구를 하신 거죠? 독일도 냉전체제였잖아요. 그런데 독일은 우리와 같이 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 김누리> 그러니까 그것은 결국 똑같은 냉전체제 하에서도 말하자면 우리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극단적인 반공주의를 가진 나라예요. 그게 지금도 작동하고 있어요. 지금도 누구를 빨갱이라고 규정하면 그게 굉장히 강한 부정적인 규정이 되는 것이죠. 물론 과거에 비해서는 약해졌지만 그런 것들이 작동하고 있죠. 독일의 경우도 사실 처음엔 우리와 비슷했어요. 그것을 극복한 결정적인 계기가 6.8혁명이에요. 6.8혁명을 거치면서 독일 사회에서도 그런 류의 냉전적인 사고, 냉전적인 의식, 이런 것들이 극복됐고요. 그러면서 69년부터 빌리 브란트에 의한 소위 동방 정책이 시작된 거거든요.
◇ 김혜민> 그러니까 통일이 이루어지기 전에 먼저 극복을 한 거군요.
◆ 김누리> 물론이죠. 그러니까 냉전 의식을 극복한 것. 그것이 통일의 길을 연 거죠.
◇ 김혜민> 그 얘기는 뒤집어 말하면 우리한테 희망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 김누리> 그렇죠. 우리의 경우 냉전 의식 요즘 너무나 과하기 때문에 과연 통일로 가는 데 그게 당연할지에 대한 회의가 드는 것이죠. 그래서 아무튼 그렇게 볼 수 있는 것이고요. 그리고 한국은 전 세계 표준으로 보면, 가장 보수적인 정치 지형을 가진 나라예요. 그러니까 쉽게 비유하자면 지금 소위 거대양당은 보수와 진보정당이 아니고요. 보수를 주장하는 정당은 수구라고 보는 게 정확한 규정이고요. 그다음에 지금 소위 진보라는 현재 여당 정도가 중도보수 정도의 정당인 거죠. 그래서 예를 들면 독일의 지금 메르켈 여자 수상 그분이 지금의 정당 정책을 가지고 한국에 온다면, 한국의 정치 구도에서 어느 정도 될 것 같아요?
◇ 김혜민> 완전 진보적이라고 얘기하겠죠.
◆ 김누리> 그렇죠. 그러니까 사실은 심상정 씨의 정의당보다도 더 왼쪽입니다. 지금 정당 정책이. 그러니까 독일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 정책이 한국에 오면 가장 진보적이라고 불릴 정도로 한국은 이미 정치 지형 전체가 극단적으로 오른쪽에 가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여기서 정권 교체를 해봐야 한국 사회의 사회적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 김혜민> 그러면 아까 그 문자에 대한 답변으로 돌아간다면, 그런 지형 속에 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하시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는 말씀을 해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문자에 대한 답변뿐만 아니라 제가 준비한 질문도 그거였어요. 교수님 이런 얘기 들으면 빨갱이라는 얘기 안 들으세요? 이거였거든요.
◆ 김누리> 저는 지난번에 다른 자리에서 다니엘 린데만 독일 친구가 그 말을 하더라고요. 자기가 독일 얘기를 하면 자기 댓글에 빨갱이라는 댓글이 올라온다는 거예요. 그걸 보고 너무나 놀랐대요. 그 정도로 한국 사회는 한편으로는 정치 민주화도 이루고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성숙한 민주 의식을 가진 시민이 탄생했지만 또 동시에 다른 쪽에서는 그런 시대착오적인 정치의식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그런 사회예요. 그거는 과도기에서는 불가피한 일이요.
◇ 김혜민> 오늘 뉴스에 핫한 뉴스가 두 가지예요. 하나는 김정은 위원장의 건강 문제고요. 지금 위중하다는 얘기까지 나왔고요. CNN에서는 사망설, 이런 얘기까지 돌았는데 일단 우리 정부에서는 확인된 바 없고, 오보라고 얘기가 나왔습니다. 또 하나는 재난 기본금 논란이에요. 정부에서는 70% 여당에서는 100%, 통합당에서는 다시 지금 우리는 정부 따라가겠다, 이렇게 하고 있어요. 사실은 복지에 대한 논쟁할 때 빨갱이냐는 이런 얘기 나오잖아요. 교수님께서는 한국의 부유한 나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헬조선인 이유는 바로 이 복지 관련된 부분이라고 이렇게 지적을 하셨어요. 이걸 재난 기본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 김누리> 재난 기본금을 100% 줘야 된다 하는 부분은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얘기고요. 제가 지금 현상에 대해서 코멘트를 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러나 지금 너무나 터무니없는 그런 일들은 아무튼 선거 과정에서 지금 거대 야당이 했던 약속을 그냥 뒤집으니까, 어떻게 아무리 정치라고 하지만 저럴 수가 있나, 한국 사회 전체를 거대한 냉소주의에 빠뜨리는 정치인들의 행태에 정말 너무 분노가 일어요. 아무튼 그 정도로만 코멘트를 하고요. 그다음에 한국이 너무 이 복지 문제에 있어서,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게 너무 좌파적인 관점이다? 이건 전혀 그렇지 않아요. 한국은 지금 정당, 지금 여당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여당은 전혀 아까 진보적인 정당이 아니라고 말씀드렸고요. 중도 보수 정도, 그것이 지금 민주당의 스탠스이고요. 지금 한국을 이렇게 보시면 돼요. 정부가 쓰는 재정지출의 내용을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거예요. 지금 한국은 거의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작은 정부예요. 어떻게 보면 정부도 아닌 정부예요. 왜냐면 정부의 역할을 전혀 못 하니까요. 지금 그걸 비율로 보면, 작년에 나온 통계를 보면 프랑스가 전체 대비 재정지출이 52% 에요. 말하자면 국가에서 쓰는 전체에 정부가 쓰는 게 52%. 사적 경제보다 공적 경제가 더 크다는 얘기죠. 스웨덴이 49%, 독일이 45% 대체로 유럽은 한 50% 정도가 공적인 경제로 가는 거예요. 그런데 자유시장주의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잖아요. 미국이 혹시 몇 프로나 되는지 아세요? 미국도 32% 예요. 한국은 몇 프로인지 아세요. 25%입니다. 가장 낮아요. 정부의 재정 지출의 비율이 프랑스의 절반도 안 돼요. 그 얘긴 뭐냐 하면, 쉽게 말하면 프랑스와 독일 같은 경우는 교수, 교사, 의사, 이런 사람들이 다 공무원이에요. 우리는 아니잖아요. 그런 걸 전부 시장에 맡겨놓고 있잖아요.
◇ 김혜민> 그러니까 공적 영역을 하는 사람들이 공무원이라는 얘기죠. 우리는 사적인 직업이 돼 버렸잖아요.
◆ 김누리> 그러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시장 자유주의라는 게 뭐겠어요. 이 영역을 국가가 맡을 것인가, 아니면 시장에 맡길 것인가, 둘 중에서 결정하는 거예요, 생각을 해 보세요. 인간이 한 사회에서 사는 데 가장 중요한,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영역이 뭐겠어요. 교육, 의료, 주거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세 영역을 대부분 다 시장에 맡겨 놓고 있어요. 교육? 전 세계에서 사립대학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가 한국이에요. 사립대학이 87%인 나라예요. 독일은 99%가 국립대학이에요. 우리는 87%가 사립대학입니다. 그것도 국민들이 돈을 내서 운영을 하잖아요. 대학에 가려면 내 돈 내고 가야 된다는 생각이고 독일은 학비가 없잖아요. 오히려 교육은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라고 해서 생활비까지 주잖아요. 지금 한 100만 원씩 줘요. 그것은 기본적으로 그런 교육 문제를 개인이 시장에서 구매하는 상품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그 사회의 구성원은 누구나 누려야 될 권리로 볼 것인가, 완전히 다른 입장이죠. 지금 한국은 그걸 상품이라고 보는 거죠.
◇ 김혜민> 근데 교수님이 예로 든 독일, 스웨덴, 이런 데 다 선진국인 것 알아요. 그런데 이런 데에 대해 비판하시는 분들이 예를 드는 국가는 브라질, 퍼주기, 좌파 정부 결국 망했다는 식의 예시를 되게 많이 들거든요.
◆ 김누리> 그것은 또 다른 많은 요인들이 있는 거죠. 거기서 왜 그런 정책 실패가 나왔는지 그런 요인들을 살펴야 되는 거지요.
◇ 김혜민> 살펴야 하는 건데, 그렇게 극단적으로 퍼주기 했으니 실패한 나라를 예로 들어서 우리나라가 이렇게 하면 망할 거라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이시죠.
◆ 김누리> 그거야말로 선동가인 거죠. 포퓰리즘이고. 그러니까 정밀한 분석들이 필요한 것이고요. 지금 말씀드린 대로 바로 우리나라의 경우는 주요 국가 중에서 아주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작은 정부이고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정부가 떠맡아야 할 많은 일들, 교육, 지금 너무 전 세계에서 가장 대학등록금이 비싼 나라예요. 1인당 국민 소득 대비 대학 등록금이 가장 비싼 나라가 한국이에요. 놀라운 얘기예요. 지금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은 다 교육비는 무료죠. 그리고 한번 보세요. 제가 이렇게 예를 들어볼게요. 최근에 예를 가지고. 우리도 선거를 있지만 미국도 선거를 했잖아요? 지금 미국은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죠. 그 과정에서 워렌이나 샌더스 같은 민주당 후보, 독일은 민주당과 공화당 2개의 정당이 중심이 되어 있죠. 이 두 개의 정당이 둘 다 보수정당이잖아요. 미국은 보수양당제라고 하는 체제예요. 그런데 그런 체제 안에서도 여기서 어떤 주장을 했어요? 대학등록금 없앤다, 대학 등록금 무상등록금, 무상보육, 대학생이 가지고 있는 부채탕감 그다음에 부유세 도입, 이게 워렌과 샌더스가, 민주당 후보들이 내세운 공략이에요 요번에 우리 총선 했잖아요. 이와 유사한 공약이 있어요? 심지어 정의당조차 이런 공약을 못 내요. 그럼 뭐 해요?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당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나란데 거기서도 이 정도 공약을 내는데, 우린 그것보다 더 보수적이잖아요. 그 정도로 지금 한국 사회가 그렇게 돼 있는 것이고요. 한국 정부는 가장 작은 정부이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교육 문제, 그다음에 주거 문제, 이런 그 사회구성원이 존엄한 존재로 살기 위한 조건이 되는 영역까지도 시장에 맡기고 있어요. 거기서 유일하게 그나마 조금 미국과 다른 것이 바로 의료 영역이었던 거예요. 왜 의료 보험이 가능했던가. 이것도 역사가 있어요. 그런데 지금 시간이 없으니까 그 말씀을 안 드리겠는데. 여기서 우리가 중요한 하나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어요. 지금 교육 문제라든가 주거 문제, 이런 것들은 거의 다 미국 모델을 쫓아 왔어요. 의료만 미국과 달랐어요. 그렇기 때문에 의료 영역은 비교적 한국이 상당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거예요.
◇ 김혜민> 그 열매를 사실 우리가 이번 코로나 사태 때 거뒀죠.
◆ 김누리> 그렇죠. 그래서 이 코로나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더 이상 미국 모델을 추종해서는 안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두 가지만 말씀드리자면. 두 가지 측면인데 하나는 우리가 평화 모델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이 들어요. 근데 지금 문재인 정부가 평화가 통일보다 우선 한다고 하면서 지금 북한에 대해서 굉장히 전향적인 정책을 펼쳐 온 것은 맞는데 너무나 미국의 눈치를 봤어요. 너무나 지나치게 그것은 제가 말하는 게 아니에요. 문재인 정부의 가까운 통일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에요. 더 이상 그렇게 하면 안 돼요. 이제는 지금 우리가 코로나 방역을 통해서 얻은 이 자존감, 우리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 이런 것들을 통일 문제에 그대로 적용해야 돼요. 우리가 미국을 더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우리가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더 이상 종속변수가 아니라 하나의 독립변수로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 가고, 이런 상황들이 굉장히 필요한 것이다. 그다음에 두 번째 사회 모델도 마찬가지예요. 우리가 어떤 새로운 사회를 만들 것인가 했을 때 더 이상 미국 사회를 추종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지금 우리가 이번 사태에서도 봤잖아요. 미국은 사실은 재난이 올 때마다 미국 사회의 상당 부분이 제3세계라는 걸 스스로 드러내는 사회예요. 지난번에 카트리나가 왔을 때도 마찬가지죠. 지금도 마찬가지인 거예요. 왜 그렇겠어요. 이것은 일종의 사회적 공동체라기보다는 시장이 지배하는 시장자유주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죠. 이런 부분에 대한 성찰이 이번 코로나를 보면서 우리가 가져야 할 새로운 성찰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혜민> 평화 모델 주도권을 이제 우리가 가지고 통일 문제에 있어서 한 걸음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사회모델 지금까지 미국 사회를 우리가 추종해왔고 모델화했지만 이제는 좀 벗어나서 우리 자체의 모델 혹은 유럽의 모델을 좀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대안까지 교수님이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교수님의 책을 보면서 굉장히 충격받았던 부분도 바로 우리 사회의 금기, 그 금기는 결국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지 않았던. 예를 들어 교육, 주거, 당연히 내 돈 주고 해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지 않았구나. 우리가 의료보험 너무 당연하게 여기잖아요. 그런데 사실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의료 보험이 당연한 거 아니잖아요. 그래서 또 이번에 이런 많은 문제들이 있었고요. 그런 차원에서 한번 교수님이 처음에 이런 말이 금기를 깨는 것 같고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었던 거 같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지금 문자에도 불편하다는 분들도 많으시고요.
◆ 김누리> 그럼 다행입니다. 제 의도가 좀 불편하게 하는 건데.
◇ 김혜민> 그리고 1337님은 교수님 견해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많은 대중들의 각성이 절실합니다. 이렇게 또 보내주셨고 6059 님은 방송 들으면서 교수님 말씀 귀에 쏙쏙 박혀서 바로 인터넷 검색해 봤어요. 저 이 책 너무 궁금해요. 보고 싶어요. 하셨고 9772님은 지금 번역가 이윤기님 책 읽다가 갑자기 교수님 책 제목 듣고 꼭 읽어 보고 싶어요. 시간이 너무 빨리 가는 게 아쉽네요. 이렇게 남겨주셨습니다. 교수님 시간이 없어서 짧게, 아까 김정은 위원장 위독설 이야기했지만 아직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만약에 정말 갑작스럽게 우리가 준비하지도 못하게 남북관계가 뭔가의 변화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우리 정부가 준비를 해야 할 텐데요. 정부 준비까지 가지 말고 국민들이 좀 통일에 대한 어떤 인식을 준비를 해야 할까요?
◆ 김누리> 지금 김정은의 병세에 대한 이야기에 대해서 제가 코멘트할 수가 없고요. 통일 문제가 우리에게 어떤 문제인가만 한 말씀 드릴게요. 통일 문제라는 것은 우리가 굉장히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잖아요. 사회 문제, 정치 문제, 경제 문제, 교육 문제,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그런 여러 문제 중에 하나의 문제가 아니에요. 통일 문제는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는 문제예요. 통일 문제가 풀리면 어떻게 보면 나머지 거의 모든 문제들이 풀릴 수가 있어요. 이 분단체제, 냉전체제라고 하는 기형적인 체제가 완전히 기형적인 국가를 만들었고, 기형적인 사회를 만들었고, 기형적인 인간을 만들었어요. 우리는 우리 자신을 그렇게 못 느끼지만 우리 자신을 좀 대상화해서 보면 한국인들은 굉장히 독특한 성격 구조를 좀 가지고 있어요. 이것은 냉전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성격 구조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냉전 분단체제를 해소하는 문제, 다시 말하면 평화체제를 빨리 구축하는 문제, 한반도에서 더 이상 전쟁의 공포를 갖지 않아도 되는 상태가 되는 문제. 이게 가장 중요한 거예요. 한국 사회에서 통일은 그다음 문제라고 전 생각해요. 평화가 통일보다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평화체제 구축은 신속하게 해야 되고 통일은 신중하게 해야 돼요. 그냥 통일이 된다고 좋은 게 아니에요. 통일이 준비 없이 없는 상황에서 되면 거기 뒤따를 여러 가지 문제들을 우리가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이것이 독일 사회가 보여 주는 거거든요. 그러면 분단 냉전체제가 얼마나 우리를 기형화하고 있는 부분을 간단하게만 말씀드리면. 우리는 지금 좀 전에 대단한 국가라고 여러 번 이야기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대국가가 가져야 될 기본조차 못 가지고 있어요. 근대국가의 기본적인 권리가 민족 자결, 국민주권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지켜낼 권한을 못 가지고 있어요. 이건 정말 아주 볼품없는 국가가 이 분단 때문에 된 거예요. 그다음에 아까 말씀드린 대로 한국 사회 구조, 이런 어마어마한 불평등 구조. 이것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극단적으로 우경화된 정치체제가 만들었다 그랬죠. 그다음에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는 잘못 느끼지만 아주 기형적이라고 생각되는 성격 구조가 바로 권위주의적 성격이에요. 이건 군대의 병역 문화가 우리에게 내면화되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거예요. 이런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평화 체제가 빨리 구축돼야 해요.
◇ 김혜민> 시간이 없어서 너무 아쉽습니다. 교수님 아무래도 다시 나오셔야 될 거 같아요. 제가 성덕을 한 번 더 잇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들 자세한 내용은 교수님 강연 유튜브 찾아보시면 쉽게 접하실 수 있어요. 보시고요. 책 한번 꼭 읽어 보시면 좋겠습니다. 방송만 들으시면 오해하실 수 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꼭 책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중앙대 김누리 교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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