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둘 다 피우면 일반담배만 피우는 것보다 몸에 훨씬 더 해롭다."
최근 이 같은 내용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근거는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인데요,
실제로 보고서에 그런 내용이 담겨 있는지, 팩트체크했습니다.
팩트와이, 한동오 기자입니다.
[기자]
"전자담배·일반담배 둘 다 피우면 대사증후군 위험 2.8배↑",
"혼용하면 결과는 경악",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둘 다 피우면 더 해롭다는 기사들입니다.
▲ 둘 다 피우면 더 해롭다?
보고서 원문입니다.
심장병, 당뇨병 등의 원인이 되는 대사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의 비율을 보면,
일반담배만 피우는 집단보다, 둘 다 피우는 집단이 1.5배 더 높았습니다.
둘 다 피우는 집단에서는 우울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2.3배, 강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응답도 1.3배였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두 종류의 담배를 함께 피워서 그렇게 됐다는 '인과 관계'를 입증한 것이 아닙니다.
[이기헌 /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보고서 작성) :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랑 같이 피웠더니 대사증후군이 생기거나 여러 가지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는 연구가 아닙니다. (이중 사용자들이) 심혈관 질환, 대사질환에도 더욱 취약한 집단이라는 것을 확인한 내용입니다.]
두 담배를 함께 피우는 집단이 야구보다 축구를 더 좋아한다고 해서, 그것을 흡연 습관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 '이중 흡연' 집단의 특수성?
해당 연구는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영양조사 5년 치를 바탕으로 진행됐습니다.
두 담배를 같이 피우는 사람은 일반담배만 피우는 사람보다 교육수준이 높고, 도시에 많이 거주하며, 육체노동보다 전문직 종사자가 많았습니다.
가족력으로 고지혈증이 있다는 사람도 2배 가까이 더 많았습니다.
대사증후군과 우울감 등의 원인이 두 담배를 함께 피워서가 아니라, 분석 대상 집단의 특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만 전자담배를 피우면 더 자주 흡연하게 돼 건강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 흡연 행태 분석 보고서 의미는?
두 담배를 함께 피우는 집단에서 운동부족과 만성질환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들이 애초 건강 때문에 금연을 결심했고, 그 중간 단계로 전자담배를 혼용하고 있을 가능성입니다.
[이기헌 /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보고서 작성) : 전자담배가 금연의 길목으로서 제시되는 건 정당하지 않다. 전자담배와 일반담배를 다 쓰는 분들에게도 적극적인 금연 치료와 생활 습관 중재, 치료들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결국,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전자담배 등의 대용품을 찾을 것이 아니라, 금연만이 정답이라는 게 해당 연구가 주는 의미라는 얘기입니다.
YTN 한동오[hdo86@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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