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의 행복한 쉼표, 잠시만요]
■ 방송 :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0년 11월 1일 (일요일)
■ 대담 : 송상아 간호사/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잠시만요]"환자들과 하루를 더 사는 게 행복해서 시작한 일"
◇ 이성규 한국장애인재단 이사장(이하 이성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나 ‘낭만닥터 김사부’ 같은 의학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죠. 생과사의 경계에서 늘 환자 곁을 지키며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의료진들 이야기, 그 안에서 또 하나의 꿈을 꾸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근무하고 계신 송상아 간호사입니다.
◆ 송상아 간호사/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이하 송상아)> 네. 안녕하세요.
◇ 이성규> 청취자 여러분들께 간단하게 자기소개 한 번 하시죠?
◆ 송상아> 안녕하세요. 저는 중앙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에서 6년째 근무 중인 간호사 송상아입니다. 일이 힘들고 때로는 지치기도 하지만 그래도 간호라서 매일매일이 행복한 현직 간호사입니다.
◇ 이성규> 근데 처음부터 간호사를 꿈을 꾸셨나요?
◆ 송상아> 아니요. 저는 처음부터 간호사를 꿈꾸지는 않았고요. 저는 이전에 직장이 있다가 잘 맞지 않아서 이직한 케이스입니다.
◇ 이성규> 항공사 승무원이 꿈이셨다고?
◆ 송상아> 네. 맞습니다. 원래는 학창시절부터 승무원이 꿈이었고, 외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한국에 와서 항공과를 전공해서 운이 좋게도 졸업과 동시에 바로 국내 항공사 인턴을 할 기회가 생겼는데, 교육 받던 중에 이 길은 나의 길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그렇게 그만두신 건데, 어쩌다가 또 간호사 쪽에 관심을 가지셨어요?
◆ 송상아> 인턴을 관두고 다시 사실 미국으로 가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근데 3개월만에 엄마가 백혈병 판정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그 길로 바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엄마 옆에서 몇 년간 보호자로 있게 되는데요. 그동안 진로에 대해 굉장히 많은 고민을 했었던 것 같아요. 그때 병원을 워낙 많이 가시니까 병원에서 만났던 간호사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또 암투병을 옆에서 함께 겪었기 때문에 제가 남들보다 환자와 보호자의 입장을 더 많이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간호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막상 그러시면서 간호사가 돼보니까 생각하신 것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던가요?
◆ 송상아> 이전에는 이정도까지 내가 한 생명에 관여할 거라고는 사실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저 또한 이제 이런 것에 있어서는 인식이 좀 낮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환자가 심장이 멎어서 환자 위로 뛰어올라가서 심장마사지를 하고 또 온 몸에 피칠갑을 하면서 환자를 살리는 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가 경험하고나니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 일은 더 중요하고,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거서들과 함께 저의 무지함이 혹시나 환자의 생명에 해를 끼칠까해서 많은 공부와 또 노력을 해야 하는 직업임을 깨달았어요.
◇ 이성규> 지금 계신 곳이 혈액종양내과라고 하셨어요. 제가 듣기로는 여기가 굉장히 힘든 쪽이라서 지원률도 많이 낮다고 들었거든요. 근데 처음부터 그쪽을 지원하셨다고요?
◆ 송상아> 맞아요. 혈액종양내과는 어느 병원이든 악명 높은 병동으로 굉장히 유명합니다. 그런데 저는 처음에 입사지원서를 낼 때도 1지망부터 3지망까지 쓰는데 1지망, 2지망, 3지망 전부 다 혈액종양내과를 쓸 정도로 이곳에 오고싶어 했었어요.
◇ 이성규> 왜 그러셨어요?
◆ 송상아>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실습을 하는데, 실습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혈액종양내과하면 사실 저도 굉장히 우울하고 침체돼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근데 막상 와서 보니 전혀 그렇지 않더라고요. 누구보다도 하루를 소중히 살고, 또 제가 가본 어느 곳보다도 희망차고 열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죽음과 가까이 있어서 굉장히 어두울 것 같지만 매일을 또 소중히 여기고 감사히 매일을 바라는 환자들과 저 하루를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혈액종양내과에 오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주로 어떤 업무를 하고 계시죠?
◆ 송상아> 흔히 말하는 암 환자들이 거의 주를 이루고 있고요. 저의 주 업무는 암의 치료를 위한 항암제 투약을 하고, 또 암의 진행에 따른 증상을 조절하는 간호를 합니다. 워낙에 또 중증환자가 많아서 응급상황이 아까 설명했듯이 많은 만큼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말기 암 환자들이 많아요, 그래서 임종을 다루기도 하고요. 실제로 저희 병동에서 많은 환자들이 죽음의 근처에 있기 때문에 치료적 행위뿐만 아니라 정서적 치료또한 아주 중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 이성규> 그런 일들을 늘 하시다보면 마음이 지친다거나 그런 적은 없으세요?
◆ 송상아> 사실 6년 동안 정말 다양하고 많은 분들의 임종을 맞이해드렸는데요. 19살의 소녀부터 또 100세에 가까운 어르신들에 이르기까지 참 많은 분들이 제 마음 속에 별이 되었다고 저는 표현하거든요. 사실 아직도 그 환자분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가슴이 약가나 미어지는 느낌이 드는데요. 하지만 그분들 덕분에 제 마음이 더욱 반짝반짝 빛나고 또 그렇게 모아놓은 별들을 또 우리 어두워진 환자들 마음에 띄우고 하면서 힘들기보다는 사실은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가장 보람있었던 순간도 있을 것 같아요.
◆ 송상아> 하나 꼽자면 오후 근무 어느 날 정리를 하고 있을 때인데요. 병동으로 한 할머니가 찾아오셔서 저를 막 찾으시는 거예요. 봤더니 임종하려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임종을 위해 이실을 하시는데 그 할아버지 환자의 부인이셨어요. 그 할아버지는 3년 동안 저희 병동에서 투병을 하셨고, 병실에 들어갈 때마다 그렇게 반겨주시면서 입에 사과를 넣어주세요. 주머니에 사탕도 넣어주시고 했던 할아버지신데요. 할머니께서 얼마 전에 할아버지 돌아가셨다고 하시면서 고마웠다고 꼭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서 왔어요 이러시더라고요. 그리고 제게 단팥빵을 하나 건내주세요. 그때 정말 많은 감정이 들면서 처음으로 보호자 앞에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호스피스에 가셔서도 저를 기억하시고 또 고맙다고 말도 못 전했다며 아쉬워 하신 할아버지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그 늦은 밤에 10시 넘어서였거든요. 그렇게 오신 할머니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이런 것들이 보람되는 일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이성규> 만약에 후배들이 혈액종양내과에 지원을 할까 말까 망설이고 그러면 무슨 얘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 송상아> 우선 혈액종양내과에 지원한다고 망설인다면 사실 망설인다는 것 자체가 저희 병동에 매력을 느낀 거거든요. 그래서 왔으면 좋겠어요. 오라고 강력추천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다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는 환자들 속에서 제 하루도 더 가치있어지기도 하고요. 또 워낙에 많은 케이스들과 환자분들의 병들이 굉장히 다양하고 또 깊이있기 때문에 간호사로서의 무한한 성장을 할 수 있는 곳이라서 저는 언제든지 오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이성규> 병동에서 일을 하시면서 대단히 바쁘실 텐데, 그 와중에 언제 그렇게 글까지 잘 쓰셔서 한 출판사에서 주최한 간호문학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다면서요?
◆ 송상아> 네. 맞습니다. 6월에 우연히 공모전이 열린다는 기사를 하나 봤어요. 그래서 그걸 보고 처음에는 한 번 경험이다, 한 번 도전해보자는 생각으로 공모를 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달과 별을 띄울게요’ 라는 제목의 에세이 출간 제안서를 냈는데요. 감사하게도 생각지도 못하게 제가 대상을 수상하게 돼서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 이성규> 어떤 내용입니까?
◆ 송상아> 마지막 하루를 보내는 암환자들과 함께 하는 진짜 죽음과 진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행복한 간호사가 환자들과 겪어낸 병원 이야기인데요. 한마디로 환자들과 지지고 볶는 에피소드를 담아냈습니다.
◇ 이성규> 그런 내용을 왜 쓰고 싶으셨어요?
◆ 송상아> 시중에 나와 있는 간호사가 쓴 책들을 보면 대부분이 불행하거나 힘들다는 얘기들이 많고요. 그리고 암 환자들이라고 하면 우울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제가 겪은 6년의 시간들은 불행하지도 않았고, 그리고 또 우리 환자들도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 인식이 간호사는 힘들고 암 환자는 시한부니까 불행해라고 만들어버리는 게 조금은 안타까워서 그렇지 않아요 라고 처음에는 말하고 싶어서 집필을 시작했습니다.
◇ 이성규> 언제쯤 출간이 되나요?
◆ 송상아> 원래는 가을쯤 출간이 예정이었는데요. 일하면서 원고 쓰기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의 원고 작업이 조금 늦어져서 미뤄진 상태인데. 거의 마무리 단계라서 마감하면 봄이 오기 전에 책으로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성규> 이거를 근무 중에 쓰셨을 텐데, 시간을 어떻게 쪼개서 이런 작업을 하셨어요?
◆ 송상아> 사실은 입사 초부터 병원에서 특별했던 날들을 sns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거나 아니면 핸드폰에 간단한 메모로 써두었던 것이 밑거름이 되기는 했어요. 그리고 출판사 대표님이 녹음을 해서 글로 옮기면 그게 아주 도움이 된다고 해서 출퇴근 시간에 생각나는 것들을 녹음한 다음에 퇴근 후에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 이성규> 원래 그렇게 글 쓰는데 관심이 있으셨어요?
◆ 송상아>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걸 조금 좋아하긴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막연하게 언젠가 내 이름으로 책 한 권 내야지 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이렇게 빨리 실현이 될 줄 몰랐습니다.
◇ 이성규> 제가 어느 기사를 봤더니 현직 판사가 드라마를 집필하거나 또 현직 간호사분이 드라마를 집필하거나 의학 관련된, 병원 관련된 드라마 이런 식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분들이 있어요. 우리 송상아 간호사님도 그런 생각도 있으세요?
◆ 송상아> 네. 저의 영역도 확대하고 싶은 마음도 크고요. 그리고 현직에 있는 많은 간호사들이 다양한 사회활동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세상에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결국에 간호사들이 직접 사회에 나가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로 시작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호사들이 병원에만 갇혀있지 않고 사회로 좀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성규> 간호사를 6년째 하시다보니까 간호사는 이런데 밖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같다 그런 생각하시는 거 있으세요?
◆ 송상아> 네.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실 간호사라는 직업이 간호사들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들에게도 힘든 직업, 고된 직업이라는 생각과 함께 간호사라는 이미지 또한 선진국에 비해서 굉장히 낮은 인식을 갖고 있는데요. 간호사는 3D야, 힘들어, 불행해라고 단정짓는 이런 단편적인 생각들로 저희를 불행한 사람들로 만드는 것 같아서 그게 좀 안타깝습니다. 더러는 심부름꾼 정도로 대하거나 그러한 요구를 하는 환자들을 보면서 인식개선이 시급하다라는 생각을 하고요. 그래서 간호사인식개선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또 그 변화를 위해서 많은 참여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 이성규> 인식개선을 하는 모임이 있거나 그런 상태인가요?
◆ 송상아> 간호사들이 차린 다양한 작은 중소기업들에서 그렇게 인식개선 캠페인을 많이 하고 있고요. 국회에서 올해 초쯤에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인식개선 및 현실태를 주제로 한 포럼을 진행했었는데요. 그쪽에 현장 간호사로 참여해서 국회 포럼에서 심포지엄 한 적도 있습니다.
◇ 이성규> 이 방송을 듣는 분들 중에서 간호사를 꿈꾸는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한테 어떤 말씀을 해드리고 싶으세요?
◆ 송상아> 저는 간호사를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나 생각해보면 환자와 하루를 더 사는 게 행복해서 시작한 것 같아요. 세상에 이렇게 하루하루 더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라는 생각을 날마다 하는데요. 간호사여야만 느낄 수 있는 이 보람과 행복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값진 것 같습니다. 간호사는 정말 멋진 직업이고 특별한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간호사를 하면서 SNS에 많은 병원 일기들을 올리는데 그 중 가장 많이 쓴 말이 간호사하길 참 잘했다더라고요. 이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 병원에서 동료로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이성규> 나는 앞으로 이런이런 계획을 갖고 어떤 일을 하는 게 나의 목표다 이런 말씀 좀 해주시죠.
◆ 송상아> 당장 코 앞에 있는 계획으로는 책 출간과 내년 대학원 입학을 위한 준비가 남아있거든요. 좋은 책을 출간하고 그리고 또 종양전문 대학원을 앞두고 있어서 종양전문 간호사를 취득하는 것이 당장의 계획입니다. 나아가서는 할 수 있는 한, 힘 닿는 데까지 환자의 옆에서 지금처럼 함께 하며 더 깊이 있고 넓은 마음의 간호사가 되는 것이 저의 장기적 목표입니다.
◇ 이성규> ‘이런 사람 또 없습니다’ 오늘은 일선에서 고군분투하시면서 또 글도 쓰시는 중앙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송상아 간호사와 함께 했습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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