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 장애인 환자가 병실에서 신분증과 장애인 복지카드를 도난당했습니다.
알고 보니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던 같은 병실의 환자 소행이었는데, 훔친 신분증으로 대출 등을 받아 3천만 원을 챙겼습니다.
제보는Y, 신준명 기자입니다.
[기자]
장애 1급으로 입원 치료를 받던 A 씨.
지난해 9월, 같은 병실에 있던 49살 신 모 씨와 친해졌습니다.
그런데 신 씨가 퇴원한 뒤 주민등록증이 사라진 걸 알게 됐습니다.
[A 씨 / 피해자 : 제 전화기를 만지면서, 제 전화기에 꽂혀있던 신분증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넣어놓은 줄 알았어요, 제 휴대전화 안에. 20일쯤 지났나 열어보니까 없어졌어요.]
한 달 뒤 또 입원한 신 씨는 나흘 만에 퇴원했는데, 이번엔 장애인복지카드가 없어졌습니다.
[A 씨 / 피해자 : 주민등록증 분실 신고를 했으니까 그걸 못 써먹겠다 싶었는지 다시 입원했어요. 이 사이에 제 장애인복지카드를 훔쳐서 나간 거예요.]
A 씨는 은행에서 예금 2백만 원이 빠져나갔다는 문자를 받고 나서야 신 씨를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신 씨가 A 씨의 신분증으로 대포폰을 만들어 카드사에서 1,500만 원을 대출받은 뒤였습니다.
장애인 복지카드로는 A 씨의 통장을 재발급받아 계좌 비밀번호까지 바꿔놨습니다.
경찰은 신고를 받은 지 엿새 만에 신 씨의 체포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이후 불구속 수사를 받던 신 씨는 A 씨의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 계좌에 남아 있던 예금 1,400만 원을 또 빼냈습니다.
추가 피해 신고를 받은 경찰은 지난달 29일 금정역 인근에서 신 씨를 긴급체포했고, 지난 1일 구속했습니다.
YTN 신준명[shinjm7529@ytn.co.kr]입니다.
[앵커]
훔친 신분증과 장애인복지카드로 통장을 다시 만들고 대출을 받았는데도, 단 한 번도 의심을 사지 않았습니다.
주민센터부터 은행까지, 본인 확인 절차에 소홀했다는 방증입니다.
이어서 손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A 씨 명의로 된 통장의 재발급을 받는데 장애인 증명서가 필요했던 신 씨.
먼저, 훔친 장애인복지카드를 들고 한 주민센터를 찾아갔습니다.
복지카드에 있는 A 씨 사진처럼 안경을 쓰고 머리 모양도 꾸민 뒤 어렵지 않게 장애인증명서를 받아냈습니다.
[군포1동 주민센터 관계자 : 안경 쓴 분들은 안경만 비슷하게 써도 비슷해 보이고, 남자분들은 머리 짧게 자르시고 머리스타일만 비슷하면]
마스크를 벗지 않았는데도, 본인 확인 절차는 금방 끝났습니다.
[군포1동 주민센터 관계자 : 여기가 코로나19 감염이 돼서 며칠 동안 폐쇄하고 그랬어요. 그래서 마스크를 내리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었고.]
A 씨의 주민등록증도 별 탈 없이 재발급받았습니다.
지문 확인 절차를 무사통과 한 건데, 주민센터 측은 지문 인식 기기에 오류가 난 거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부곡동 주민센터 관계자 : 지문이 많이 닳아서 인식 안 된다고 민원, 항의가 엄청 많이 와요. 이런 기계를 가져다 놨느냐면서 최근에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지문이 잘 안 나와요.]
무려 열 번 넘게 오류가 났지만, 다른 방법으로 추가 확인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부곡동 주민센터 관계자 : (지문인식이 의심스럽다고 하면 추가적인 인증을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르고… 일괄적으로라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발급받은 주민등록증과 장애인증명서를 이용해 신 씨는 은행 3곳에서 A 씨 명의로 통장을 재발급받거나 예금을 찾았습니다.
또, 카드사 2곳에서 모두 천5백만 원을 대출받았습니다.
그 어떤 곳에서도 제대로 된 본인 확인은 없었습니다.
YTN 손효정[sonhj0715@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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