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보는Y] 군밤장수의 '수상한 봉투'...펴보니 '건강검진결과서'

2021.03.21 오전 04:50
[앵커]
서울 여의도의 한 포장마차에서 이상한 봉투에 군밤을 담아 팔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확인해보니 개인의 의료기록이 담긴 병원의 건강검진결과서로 만든 거였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제보는 Y, 신준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봉투에 군밤을 담는 분주한 손.

그런데 무언가 범상치 않습니다.

군밤 한 봉지를 사서 봉투를 펼쳐봤더니 황당하게도 한 비뇨기과 병원 환자의 지난 2019년 건강검진결과서가 나옵니다.

군밤 장수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옵니다.

[군밤 장수 : (이거 어디서 가져오신 건가요?) 고물상에서 샀어.]

가판대에 수북이 쌓인 봉투에는 환자 실명뿐 아니라 병원 이름, 처방된 약의 종류 등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심지어 에이즈 같은 성병에 대한 검사 결과까지 적혀 있습니다.

의료정보가 담긴 문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민감정보로 분류됩니다.

5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의무적으로 보관한 뒤 폐기해야 하고 위반하면 처벌받습니다.

[조일연 / 변호사 : 민감정보의 경우에는 법률에서도 특히나 유출되지 않고 보존하도록 의무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강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 등도 포함돼 있을 수 있거든요.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거고…]

개인 의료기록이 담긴 병원 서류가 어떻게 폐기물 업체를 통해 팔려나간 걸까.

우선 해당 병원에 찾아가 봤습니다.

건강검진결과서를 전자문서화한 뒤 종이를 폐기하는 과정에서 직원 실수로 재활용 쓰레기로 버렸다며 잘못을 인정했습니다.

[해당 비뇨기과 원장 :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최선을 다해서 재발 방지를 할 예정입니다.]

가장 큰 책임은 병원에 있지만, 확인해보니 의료 기록물을 폐기하는 과정에도 구멍이 뚫려 있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개인 정보가 담긴 서류는 완전히 파쇄하는 게 원칙입니다.

폐기물 업체 등 외부 업체에 맡겨서 파기할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위탁자는 제대로 폐기됐는지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파기 여부까지 살피지는 않는다는 게 병원 측 얘기입니다.

[A 병원 원장 : (폐기물 업체에서) A4 용지 채로 고열 압착 방식으로 한다고….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그렇게 했는지 아니면 병원에서 실수로 유출됐는지 알 수가 없죠.]

폐기물 업체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의료기록물을 넘겨받아도 별다른 분류 없이 일반 폐지와 함께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합니다.

[폐기물업체 관계자 : 뭐가 왔는지 저희가 알 수가 없어요. 그것만 가져오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다 섞여서 오니까.]

부실한 처리 과정에서 의료정보 유출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의료계 서류 관리에 대한 실태 파악과 함께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양경숙 / 더불어민주당 의원 : 의료기록물이 어떻게 관리되고 폐기되는지 현재는 정확히 알 수가 없습니다. 철저한 실태조사와 함께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합니다.]

보건복지부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해당 기록물이 유출된 경위를 파악해 병원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YTN 신준명[shinjm7529@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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