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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유학생 사망' 가해자 실형...피해자 부모 "음주운전 근절돼야"

취재N팩트 2021.04.15 오후 01:08
[앵커]
지난해 말 서울 도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타이완에서 온 유학생을 숨지게 한 50대 운전자가 어제 징역 8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의 구형보다도 더 무거운 형이 선고된 건데, 피해자 부모는 이번 판결로 한국의 음주운전 범죄가 줄어드는 계기가 되길 간곡히 바랐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한 내용 들어보겠습니다. 나혜인 기자!

이 사건이 지난해 11월 발생했는데, 어떤 사고였는지부터 정리해주시죠.

[기자]
네, 지난해 11월 서울 논현동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였습니다.

52살 김 모 씨가 몰던 승용차가 보행 신호에 건널목을 건너던 타이완 출신 유학생 28살 쩡이린 씨를 그대로 들이받은 사고였습니다.

당시 김 씨는 제한 속도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 신호를 어기고 시속 80km로 달렸습니다.

게다가 음주운전이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79%, 면허 정지 수준의 만취 상태였습니다.

쩡이린 씨는 그 자리에서 숨졌고, 고인의 친구들이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당시 청원에는 23만 명 넘는 사람들이 동참해 청와대 답변도 끌어냈습니다.

[송민헌 / 경찰청 차장 (지난해 12월) : 피해자 부모님에게 음주운전 사고로 처벌이 경감되는 게 아니라 운전자를 구속하고 강력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점을 상세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앵커]
가해자는 이미 음주운전으로 두 차례 처벌을 받은 사람이었다면서요?

[기자]
네, 김 씨는 지난 2012년과 2017년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으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6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김 씨는 혐의는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당시 한쪽 눈에 끼고 있던 렌즈가 순간적으로 돌아갔고, 다른 눈은 각막을 이식한 상태여서 시야가 흐려 피해자를 보지 못했던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항변했습니다.

[앵커]
어제 1심 법원이 징역 8년을 선고했는데, 일단 검찰 구형량보다는 무거운 처벌이었죠?

[기자]
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어제 김 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습니다.

검찰 구형보다 무거운 처벌을 선고하는 건 이례적이기는 합니다.

음주운전 단속과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뒤 지난해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강화했는데요.

징역 8년은 위험운전치사죄 권고 형량 가운데 최대 형량입니다.

재판부는 김 씨가 이미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았는데도 또다시 재범해 피해자가 숨지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질타했습니다.

당시 눈 상태가 좋지 않았다던 김 씨 항변 역시 그랬으면 운전을 더 조심했어야지 음주운전까지 한 건 변명거리가 안 된다고 일축했습니다.

[앵커]
판결 직후 타이완에 있는 피해자 부모도 입장을 보내왔죠?

[기자]
네, 쩡이린 씨 부모는 우선 검사 구형보다 높은 형을 선고하는 게 통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며 재판부에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해자가 이기적인 마음으로 음주운전 범행을 저질러 가족을 파괴했고, 여전히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더는 이런 음주운전 범죄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함께 들어보겠습니다.

[故 쩡이린 씨 부모 : 우리는 살인자가 우리의 아름답고 귀중한 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를 바랍니다. / 이번 판결로 앞으로 한국에서 음주운전 범죄가 줄어들기를 바라고….]

[앵커]
어제 법원에는 피해자 친구들도 직접 참석해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했다고요?

[기자]
네, 사고 당시부터 가해자 엄벌을 촉구해왔던 고인의 친구들은 윤창호법으로 음주운전 치사 사고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만큼 더 무거운 처벌을 바라기도 했습니다.

그래야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는 음주운전이 정말로 뿌리뽑힐 수 있다는 겁니다.

들어보시죠.

[박선규 / 故 쩡이린 씨 친구 : 사실 친구 이린이의 삶을 어떻게 보면 잃게 된 건데, 8년이…. 그 친구의 삶에 비교가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강대민 / 故 쩡이린 씨 친구 : 이린이가 이렇게 억울하게 음주운전으로 죽은 게, 사람이 죽은 게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형보다 무거운 처벌이 선고돼 검찰이 항소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피해자 측은 가해자가 항소하면 더 무거운 처벌을 탄원한다는 계획입니다.

또 형사재판이 확정되면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할 방침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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