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방역 당국이 전국 요양병원에서 2차 접종을 위해 보관 중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전량 회수하고 있습니다.
물량 부족 탓인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2차 접종 시기는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3월 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 경기도 안산의 한 정신의료기관.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돼 만 65세 이하 종사자와 환자 50명에 대한 1차 접종을 마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13일, 보관 중인 2차 백신 접종 분량을 모두 회수하겠다는 보건소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권지훈 / 경기도 안산 A 정신의료기관 원무과장 : 전화가 왔습니다. 백신을 회수하겠다. 굉장히 당혹스러웠죠. 공문이라도 보내줘야지 우리가 뭘 믿고 우리가 귀한 백신을 맘대로 줄 수가 있느냐. 저희는 병원급이 아니고 의원급이고요.]
조만간 2차 접종을 시작해야 하는데 남은 백신을 가져간다니 당황스러울 뿐입니다.
[경기도 안산 A 정신의료기관 원장 : 지금도 백신이 모자라서 수거해 갈 정도라면 2차 접종 분량이 제시간에 제대로 올까 지금 줬던 걸 뺏어가는 거잖아요. 우리가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보건소 측은 질병관리청의 지시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도 2차 접종 시기에 맞춰 백신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기대 섞인 대답만 내놨습니다.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보건소 관계자 : 어쨌든 지침이나 공문에 따라 (백신을) 주실 것으로, 확보해 주실 것이라고 믿고 일을 추진하는 거기 때문에….]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 1일, 1차 접종을 마친 전국 요양병원에 한해 남은 백신 물량을 모두 회수하겠다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 : 1차 접종을 전부 다 완료하고 나서 남게 되는 잔여 물량을 회수하는 겁니다. 접종률을 좀 높이려고 그렇게 한 겁니다. 더 높이려고 지금보다. 1차 접종자가 더 늘어나니까 접종률이 더 높아지는 거죠.]
전문가들은 급한 사정은 이해하지만, 2차 접종 대상자의 백신을 가져가 1차 접종에 쓰는 건 그야말로 '돌려막기'가 아니냐고 지적합니다.
[김우주 /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 12주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준다는 확약을 하든지 (그게 없이) 가져가는 게 문제인 거죠. 그걸 아마 돌려막기로 해서 일단은 접종하고 어떻게든 당겨와서….]
충분하고 안정적인 백신 물량 확보라는 본질 대신 임시방편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에 방역 당국의 고민도 커지고 있습니다.
YTN 엄윤주[eomyj10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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