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보는Y] 폭염 속 방치된 개 74마리..."버려진 개들 마구잡이로 사육"

2021.08.18 오전 04:56
[앵커]
폭염 속에 텃밭 사육장에서 물 한 모금 먹지 못한 채 방치된 개 70여 마리를 발견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인근 주민이 버려진 개들을 데려다 마구잡이로 사육한 것으로 보이는데, 동물구조단체가 구조했지만, 갈 곳 없는 개들은 안락사 위기에 처했습니다.

[제보는 Y], 신준명 기자입니다.

[기자]
발이 푹푹 빠지는 이른바 '뜬장' 안에 갇힌 개들.

털 곳곳이 빠지고 피부는 벌겋게 달아올랐습니다.

꽉 끼는 목줄에 살이 벗겨진 개는 상처를 살펴보려는 손길만으로도 고통스러운지 바르르 떱니다.

["얘도 (병원에) 가야 할 것 같거든요. (목에 상처가 있나요?) 네, 목에 (목줄이) 파고들었어요. 소독약 같은 거 혹시 있나요?"]

지난 11일, 변변찮은 그늘막 하나 없는 경북 구미의 텃밭 한가운데 뜬장에 갇혀 있는 개 74마리가 발견됐습니다.

동물구조단체가 물을 내미니 허겁지겁 목을 축입니다.

한여름 땡볕 아래 대체 얼마나 이렇게 방치돼 있었을까.

대부분 심각한 탈수 증상을 보였고, 생명이 위험한 경우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미 죽은 개도 보이고, 심지어 갓 태어난 새끼들까지 있습니다.

[함형선 / 동물구조단체 위액트 대표 : 개 지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뜬장의 그릇이 다 바닥이 쩍쩍 갈라져 있었어요. 너무 오랫동안 아무런 물을 마시지 못해서….]

견주는 인근 주민인 60대 여성.

취재진이 개들을 방치한 이유를 묻자 버려진 개들을 기른 것일 뿐이라며 임시 사설 보호소라고 주장했습니다.

뜬장 안에 암수 짝을 지어 넣어두고도 돈 받고 팔려고 그런 게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견주 : 유기견 보호소에 가면 안락사 시킬까 봐. 제가 버려진 개들을 돌본 거예요. 나는 누구한테 판 것도 없고 입양도 안 보내요.]

구조단체는 견주가 사실상 불법 개 농장을 운영한 것으로 판단했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키우는, 이른바 '애니멀호더'일 수도 있다고 보고 소유권 포기를 설득했습니다.

설득 끝에 견주가 구미시청에 개 보호를 요청했지만, 시청은 시 산하 유기동물 보호소가 포화상태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도살 행위가 없는 이상 방치한 것만으론 동물 학대로 형사 고발이나 처벌이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구미시청 관계자 : (개들을) 보호할 공간이 마땅치 않거든요. (관리에) 소홀했다고 동물 학대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않습니까.]

개들이 방치돼 있던 텃밭은 곧 아파트 건설이 시작될 부지라 이달 말까지 사육 시설은 모두 철거 대상입니다.

폭염 속 지옥 같은 사육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개들.

갈 곳이 마련되지 않으면 남은 건 안락사뿐입니다.

YTN 신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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