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주인공이 쌍용 자동차를 연상시키는 ‘드래곤 모터스’ 해고 노동자로 나온 것과 관련해 쌍용 자동차 노동자가 “기회가 되면 감독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27일, 쌍용 자동차 해고자인 이창근 씨는 페이스북에 “오징어 게임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 그리고 함께 살자”는 글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씨는 “추석 연휴에 주변 동료들이 ‘꼭 보라’해서 봤는데 '동료들이 경찰에 두들겨 맞는 장면'에 주목하더라”는 이야기를 전하며 처음에는 드라마 볼 생각이 싹 가셨다고 전했다. 이 씨는 쌍용차 동료들이 폭행당하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재생하는 일이 우리 삶을 다시 시작하는 데 있어서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신세계 정용진이 보고 어떤 글을 올렸다길래 봐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시청 계기를 전했다.
그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이 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였느냐는 의문이 들었다면서, 감독이 어떤 이유로 이런 설정을 했고 어떤 메시지를 주고자 했는지에 대해 주목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성기훈은 16년 차 해고 노동자로 1974년생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인 이 씨와 또래다. 기훈은 해고 이후 통닭집이나 대리 기사를 전전했던 것으로 나온다. 이 씨는 기훈의 그러한 모습이 쌍용차 해고자 2,646명 중 한 명과 같다면서 동료들의 삶이 기훈과 같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30명이 넘는 해고자와 가족이 목숨을 끊고 죽었다”면서 “기훈이 자기 눈앞에서 동료가 진압 경찰에 맞아 죽는 장면을 떠올리는 건 그래서 결코 비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성기훈은 얕은수를 쓸지언정 인간에 대한 존엄을 버리지 않는다”면서 “극단의 상황, 목숨이 오가는 순간에서도 연민과 연대와 도움과 격려를 잊지 않았다”는 것에 주목했다. 이어서 “(기훈의 모습이) 답답할 수는 있지만, 성기훈은 그 ‘역설적 선택’으로 산다”면서 “전문직이나 모사꾼이 머리를 굴리고 잡술을 써도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훈이 돈 대신 사람을 선택하고 살자고 말하는 데서 감독의 생각을 읽었다면서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외쳤던 ‘함께 살자’라는 주장에 대해 감독이 응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씨는 “'오징어 게임'에는 많은 인간군상이 등장하지만, 인간적으로 가장 따듯하고 온기 넘치고 인간 존엄을 죽음의 문턱에서 내려놓지 않는 사람이 ‘해고 노동자’로 표현된다”면서 이러한 해석이 오버가 아니라 당사자로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커다란 위로를 받은 느낌이고 감독의 생각을 더 듣고 싶고, 감사 인사도 드리고 싶다”면서 글을 끝맺었다.
이에 대해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쌍용차를 레퍼런스로 삼은 게 맞다”고 말하며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기훈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기훈을 위기 상황에 놓인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인물로 세우고 싶었다고 말하며 예술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27일 기준 전 세계 83개국 중 76개국에서 'TV 프로그램(쇼)'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아시아를 넘어 미국 시장에서 1위를 기록했고 유럽·중동·남미 등 전 세계 76개 지역(국가)에서 최고 인기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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