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BTS가 또 BTS 했다!” 이번엔 법률에까지

2021.12.01 오전 11:09


YTN라디오(FM 94.5) [YTN 뉴스FM 슬기로운 라디오생활]

□ 방송일시 : 2021년 12월 1일 (수요일)
□ 진행 : 최형진 아나운서
□ 출연 : 박성우 특허청 심사관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형진 아나운서(이하 최형진): 오징어게임, BTS 등 한류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요. 그런데 이런 한류 스타들의 권리 보호에 꼭 필요한 법이 입법됐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우리의 BTS가 큰 역할을 했다고 하는데요. BTS가 또?! 뭘 해낸 걸까요? 관련 내용 매주 우리의 지식재산권을 지켜주는 박성우 심사관과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박성우 심사관(이하 박성우): 안녕하세요. 오늘은 50대 아미 박모 씨의 사연으로 시작해보겠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딸과 함께 맛있는 떡볶이를 먹으러 갔는데요. 가게 곳곳에 제가 좋아하는 BTS의 사진이 붙어 있고, 'BTS가 사랑한 떡볶이'라는 문구도 붙어있더라고요. 그래서 “여기 BTS 왔다갔어요?” 하고 물어봤더니, 그건 아니지만 “BTS가 떡볶이 좋아하는 건 맞지 않냐”는 거예요. 저의 소중한 BTS의 이름과 사진이 이렇게 함부로 이용돼도 되는 건가요?” 라는 사연입니다.

◇ 최형진: 50대 아미 박모 씨, 혹시 본인이신 것 같은 의심이 듭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엔 초상권 침해 아닌가요?

◆ 박성우: 그건 아니고 제가 가상의 사례를 들어본 건데요. 초상권 침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런 경우 퍼블리시티권 침해로 신고가 가능합니다. 정확히는 법이 시행되는 내년 6월부터 가능한데요. 바로 어제 퍼블리시티권 보호를 포함하는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입니다.

◇ 최형진: ‘퍼블리시티권’ 침해요? 이건 또 뭔가요?

◆ 박성우: 퍼블리시티권이란 특정인이 자신의 성명·초상·목소리·이미지·캐릭터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을 허락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합니다. 당사자 동의 없이 초상·이미지를 무단사용하여 제품을 제작·판매하거나, 유명인이 특정 서비스업을 이용하는 것처럼 초상을 무단사용해 광고하는 행위 등이 바로 퍼블리시티권 침해에 해당됩니다.

◇ 최형진: BTS 사진을 붙인 떡볶이집이 딱 해당되는 거네요. 그런데 이렇게 설명을 들어도 초상권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 박성우: 여기서 핵심이 되는 부분은! 상업적 이용 여부입니다. 초상권의 경우는 특정한 사람임을 식별할 수 있는 특징, 얼굴이나 체형이 함부로 공개되거나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로서, 기본적으로 인격권에 속하는데요. 그래서 우리도 누가 사진을 함부로 찍으려고 하면, “초상권 침해하지 마세요” 이런 말을 하곤 하죠. 퍼블리시티권은 이런 인격권 침해를 넘어서, 유명인의 초상이나 이름이 갖는 재산적 가치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초상권과 다르고, 그래서 '초상등재산권'이라고도 합니다.

◇ 최형진: 초상권보다 이름이 기네요. 요즘 유명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시대잖아요, 굉장히 중요한 권리인 것 같은데, 그럼 그동안은 이런 ‘초상등재산권’을 침해했을 때 제재할 방법이 없었습니까?

◆ 박성우: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간 국내에서는 이러한 불법행위를 적절히 규율할 수 있는 규정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헌법이나 민법에 근거해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의 무단 사용 행위를 일부 제재할 수 있지만, 이는 초상·성명 등을 인격권으로서 보호하는 것이어서, 위자료 형태로 정신적 피해에 대해서만 보호가 가능했어요. 그 결과, 유명인의 초상·성명 등을 광고 등에 무단으로 사용해도, 실제 발생한 피해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을 배상받게 돼서, 재산적 피해를 보상하기에는 부족했던 거죠.

◇ 최형진: 그렇죠, 정신적 피해보상은 규모를 정하기도 참 애매하고,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정도로는 부족할 것 같습니다. 실제로 어떤 사례들이 있었습니까?

◆ 박성우: 2013년 배용준, 소녀시대, 김수현, 장동건, 송혜교 등 연예인 59명이 '자신들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며 오픈마켓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걸었습니다. 이들 오픈마켓의 판매자들이 연예인 이름을 무단 사용하고 있음에도 오픈마켓이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이유에선데요. '소녀시대 st(스타일) 가디건' '배용준 스타일 안경테' 등 연예인들의 이름을 내세워 판매하는 상품들이 문제가 된 겁니다. 또 소녀시대의 멤버 제시카와 배우 수애가 서울 강남구의 한 치과를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요. 이들은 해당 치과가 블로그에 치아 교정을 소개하면서 자신들의 사진을 허락 없이 사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이들 모두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반면 가수 백지영 씨가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원장 이모 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퍼블리시티권이 인정됐어요.

◇ 최형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어서 다른 판결이 난 건가요?

◆ 박성우: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명문화된 규정이 없다 보니까, 법원에서도 초상 등의 재산적 가치를 보호할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할 수 없다는 입장이 다수였던 거죠. 최근에는 지난해 먹방 유튜버 쯔양이, 자신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쯔양도 반해버린 맛집' 등의 홍보 문구를 사용한 회전초밥집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 최형진: 아까 BTS 떡볶이집과 유사한 사례네요. 이런 유명인의 사진, 이름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찾아보면 끝도 없이 나올 것 같아요.

◆ 박성우: 그렇습니다. 사진, 이름뿐 아니라 이미지를 따서 사용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지난해에는 유명 프로게이머 페이커에게 허락을 받지 않고 출간된 '페이커랑 게임하자'라는 책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책은 제목은 물론이고 표지에도 페이커의 얼굴이 크게 나와 있는데, 놀랍게도 본인이나 소속팀의 동의를 받은 적이 없었고요. 표지 얼굴은 사진이 아니라 손으로 그린 그림이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인기를 끌었던 김서형 씨나 ‘순풍산부인과’의 박미선 씨 캐리커처와 대사를 패러디한 광고들도 퍼블리시티권 침해 논란이 있었고요.

◇ 최형진: 그렇군요. 누가 봐도 같은 사람인 걸 알겠는데... 법으로 보호받을 방법은 없고. 참 안타깝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런 상황이고, 해외는 우리보다 이런 부분에 대해 좀 더 강하게 대응하잖아요, 어떤가요?

◆ 박성우: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이미 관련 법령 또는 판례를 통해 퍼블리시티권을 보호해 왔는데요. 미국에서는 이미 1953년부터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계약을 맺고 유명 야구선수의 초상을 사용한 껌을 판매하던 회사가 동일 초상을 불법 사용한 업체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연방 항소법원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고요. 일본에서는 2012년 한 출판사가 그룹 '핑크레이디' 멤버 사진을 계약 외의 용도로 사용한 데 대해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했습니다. 영국에서도 2015년 팝스타 리한나가 본인 사진을 동의 없이 사용한 의류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대법원 판례를 통해서 퍼블리시티권을 인정받았습니다.

◇ 최형진: 이미 선진국에서는 널리 인정받는 권리였군요.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는 도입이 조금 늦은 감도 있겠어요?

◆ 박성우: 그렇죠. 그리고 한류의 영향력이 갈수록 확대되면서, 이런 퍼블리시티권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어 왔는데요.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저와 인연이 깊은! 죄송합니다. (웃음) 아무튼 제가 자주 언급을 하고 있는 BTS의 화보집 사건인데요. BTS의 이름, 초상 등을 무단 사용해 화보집을 제작·판매한 사건에 대해서, 2019년 대법원이 '타인의 투자 및 노력의 성과를 무단사용한 부정경쟁행위'라는 판결을 내린 겁니다. 이는 그동안 헌법이나 민법을 통해서 초상 등의 인격적 가치를 인정한 것과는 결이 다른 것이었죠.

◇ 최형진: 그래요? 어떤 점에서 달랐던 걸까요?

◆ 박성우: 부정경쟁방지법에서 말하는 경쟁은 시장에서의 상업적인 경쟁을 의미하는데요. 즉 유명인 초상등이 가진 인격적 가치가 아닌 재산적 가치에 주목했다는 것이죠. 이렇게 대법원이 유명인의 초상 등에 대한 무단사용을 부정경쟁방지법으로 제재하면서, 초상 등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보호의 토대를 마련하게 됐고요. 유명인의 초상 등을 투자와 노력의 성과로 인정하고, 무단사용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명문 규정 신설을 추진할 필요성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 최형진: 그렇군요. 우리가 벌써 BTS 관련 이야기를 몇 번째 하고 있는데, 이렇게 퍼블리시티권 도입에도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니, 이런 말이 떠오르네요. BTS가 BTS 했다!

◆ 박성우: 동감합니다. 이렇게 멋진 BTS를 외면한 그래미, 후회할 거야~

◇ 최형진: 그러게요. 마지막으로 새롭게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의 퍼블리시티권 관련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 박성우: 네 이번에 신설된 조문을 살펴보면요.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성명, 초상, 음성, 서명 등 그 타인을 식별할 수 있는 표지를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 이런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추가가 됐고요. 여기서 중요한 점은 '국내에 널리 인식되고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것'이어야 보호대상이 된다는 겁니다. 즉 아직까지는 유명인에 대해서만 보호가 되고요. 추후에 일반인의 퍼블리시티권 보호까지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 최형진: 유명인의 경우만 되는 거군요. 그렇다면 만약 누군가가 박성우 심사관의 화보집을 허락 없이 냈다면 퍼블리시티권 침해가 되는 겁니까?

◆ 박성우: 아직까지는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 문제로 고민하는 날이 올 때까지 더 열심히 활동해보겠습니다.

◇ 최형진: 박성우 심사관의 퍼블리시티권이 보호받는 그날까지, 저희 슬라생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심사관님, 오늘도 애청자 여러분들에게 공지사항 알려드려야지요.

◆ 박성우: 특허청이 주최하는 가장 큰 행사 중에 하나죠. 우수한 발명특허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대한민국 지식재산대전」이 오늘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됩니다. 애청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 최형진: 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박성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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