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증장애인이 KTX 휠체어좌석 이용했다가...'45만 원 위약금' 폭탄

2021.12.09 오전 05:01
[앵커]
중증장애인이 KTX 휠체어 좌석을 이용했다가 무려 45만 원을 위약금으로 물어냈습니다.

휠체어 없이 보조 기구만 갖고 타서 정당한 이용자가 아니라는 건데 장애인 편의를 위해 설치한 좌석을 너무 폐쇄적으로 운영한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2018년 경추척수증 진단을 받은 중증장애인 황덕현 씨.

혼자서는 걷기 어려워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기인 워커를 사용합니다.

지난 5일, 대구를 다녀오기 위해 KTX 수동휠체어 좌석을 예매한 황 씨는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휠체어 없이 개인 워커만 갖고 열차에 탑승했다가 승무원에게 제지를 당한 겁니다.

수동휠체어 좌석은 휠체어 이용자만 예매할 수 있는데 워커는 휠체어가 아니라는 게 이유였습니다.

장애인도우미 서비스를 신청하면 역에 있는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어서 워커만 가져간 게 문제였습니다.

이미 과거에도 여러 차례 워커만 갖고 탑승했지만 아무런 제지가 없었던 터라 더 당혹스러웠습니다.

[황덕현 / 휠체어 이용 장애인 : 고객센터 직원에게 워커를 이용한다고 얘기했고, 알겠다며 넘어갔습니다. 아침에 서울역에서 동대구역 내려갈 때도 아무 문제 없었어요.]

황 씨는 실랑이 끝에 열차에는 올랐지만 다시 객실 승무원이 다가와 위약금을 요구했고, 결국, 동대구역에서 서울역까지 기준 운임의 10배인 45만 원을 내야 했습니다.

[황덕현 / 휠체어 이용 장애인 : 휠체어 장애인이라는 것만 확인되면 이용해도 된다고 이해하고 있었어요. 장애인증도 보고, 제 몸 상태도 봤는데 위약금을 물게 했어요.]

코레일 측은 원칙적으로 휠체어 소지자만 휠체어석을 이용할 수 있게 규정돼 있어 관련법에 따라 황 씨에게 부가운임을 징수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황 씨가 그동안 휠체어석을 이용한 건 중증장애인이란 점을 고려해 현장에서 계도 조치만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장애인 편의를 위해 법에 따라 설치한 교통약자용 좌석을 두고 지나치게 폐쇄적인 원칙을 고수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코레일 규정을 보면 장애인, 유공자 등 휠체어 이용자에 한해 사용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이를 휠체어 소지자로만 본 건 너무 좁은 해석이라는 겁니다.

[김예원 / 장애인권법센터장 겸 변호사 : 휠체어를 이용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좌석을 마련해 운영하라는 것이 법의 취지인데, 물리적인 소지자로 국한해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게 협소한 판단으로 (보입니다.)]

또 보행 보조기기 역시 걸음이 불편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만큼, 휠체어석 이용 범위를 더 폭넓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YTN 취재가 시작되자 코레일 측은 황 씨에게 사과한 뒤 위약금을 모두 환불 조치하고, 워커 등 이동보조수단 소지자도 휠체어석을 이용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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