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SNS 게재한 남성이 1심에선 징역 8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선 징역 3년으로 감형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미성년자를 착취해 제작한 영상이더라도 얼굴이 나오지 않으면 무죄라는 게 감형 이유였는데 법조계에서는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신준명 기자입니다.
[기자]
30대 남성 권 모 씨가 재작년 4월부터 6월까지 SNS 게재한 영상과 사진들입니다.
앳된 모습의 여성들은 나체 상태인 자신의 몸에 권 씨의 SNS 아이디를 적었습니다.
스스로를 조교라고 지칭한 권 씨.
남성들을 대화방에 초대해 여성들을 상대로 집단 성착취를 자행하기도 했습니다.
'박사방' 조주빈과 똑같은 행태입니다.
한 시민단체가 나서 권 씨를 고발했습니다.
수사를 거쳐 재판에 넘겨진 권 씨에 대해 법원이 지난해 4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과 배포 혐의 등으로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미성년자 16명을 상대로 성착취물 60개를 제작하고 8명의 영상 25개를 SNS에 전시한 혐의 등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반년 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형량을 징역 3년으로 감형했습니다.
권 씨가 제작한 영상 속 여성이 얼굴이 나오지 않아 외모와 신체 발육 상태를 가늠하기 곤란해 미성년자인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게 이유입니다.
이에 따라 1심에서는 유죄로 인정한 미성년자 성착취물 60개 가운데 얼굴이 나오지 않은 영상 54개는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같은 미성년자가 등장한 영상 6개의 경우는 얼굴이 나온 4개는 유죄라면서도 뒷모습만 나온 2개는 무죄로 봤습니다.
해당 판결문을 검토한 한 변호사는 같은 인물이 등장한 영상의 일부만 유죄라고 판단한 것 자체가 논란이라고 지적합니다.
[배인순 / 변호사 : 같은 피해자임에도 영상에 얼굴 등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무죄가 선고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판사의 주관에 따라 미성년자 여부가 달라지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주영글 / 변호사 : 아동청소년처럼 보이는지는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판사가 규범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보니 1심과 2심의 결과가 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판결이 반복될 경우 미성년자 성착취 범죄자들에게 "얼굴만 가리면 괜찮다"는 명분을 줄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입니다.
[조진경 /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 판사에 따라서 고무줄처럼 적용이 달라지면 법에 대한 신뢰가 점점 떨어지는 거죠. 모자이크만 하면 안전하다, 뒷모습만 보이면 안전하다는 그런 메시지를 주는 거 아니겠어요?]
권 씨와 검찰 모두 2심 판결이 부당하다며 상고한 상황.
권 씨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어떨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YTN 신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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