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함형건 앵커
■ 출연 : 권희범 / 시사 PD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월간 뉴있저 시간입니다.
어제 소개해 드린 대로, 6월 주제는 환경입니다.
오늘 내용 취재한 권희범 피디, 나와 있습니다.
권 피디, 어서 오십시오.
오늘 뭐를 가지고 나오셨네요.
이게 뭔가요?
[PD]
네, 두 분 앵커는(혹은 함 앵커는) 주방용 오물분쇄기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흔히 음식물 분쇄기 혹은 디스포저 등으로 불리죠.
제가 들고 온 이겁니다.
싱크대 배수구에 설치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잘게 갈아서 처리해주는 기기로, 정식 명칭은 주방용 오물분쇄기입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이 주방용 오물분쇄기가 대부분 불법으로 사용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뉴스가 있는 저녁 제작진이 취재해보니, 이 제품을 파는 업체들은 불법 사용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리포트 먼저 보시겠습니다.
[PD]
주방용 오물분쇄기, 이른바 디스포저가 설치된 가정집 싱크대입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처리할 필요가 없어 최근 많은 집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음식물을 직접 넣고 기계를 작동시켰더니 음식물이 분쇄돼 걸러지지 않은 채 전부 배관으로 흘러갑니다.
불법제품입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 이용자 : (분쇄기 사용 이후에 따로 분리배출 하신 적 있나요?) 쓰면서 그래 본 적 한 번도 없어요. 따로 그렇게 해야 한다는 설명도 들은 적 없고, 갈아서 내려보내면 된다고….]
현행법상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음식물 무게 기준 80%를 다시 회수하거나 20% 미만으로 하수도에 배출된다고 인증받은 제품만 판매와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기준에도 맞지 않는 제품들이 어떻게 많은 가정에서 버젓이 사용되고 있을까?
판매와 설치 단계에서 분쇄된 음식물을 회수하는 2차 처리기를 제거하거나, 거름망을 빼버리는 식의 불법과 편법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물분쇄기 제품의 인증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매년 대부분 제품이 음식물의 100% 배출을 유도하도록 개·변조한 불법 분쇄기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판매하는 주요 업체 가운데 무작위로 5곳을 정해 실제로 제품이 판매되는 과정을 알아봤습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 A 업체 관계자 : (음식물을 넣어서 갈고 나면 치울 필요가 없는 건가요?) 맞습니다. 물과 함께 분쇄해서 그냥 하수구로 배출이 됩니다.… (2차 처리기) 설치는 안 하고 그냥 기계만, 분쇄기만 설치합니다. (혹시 그럼 불법은 아닌 건가요?) 정법은 아닙니다…. 다 안 합니다. 저희만 안 하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서 판매하는 제품들 옆에 통은 다 붙어 있으나 설치는 다 안 하고 있어요.]
통화 결과, 5개 업체 모두 2차 처리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합니다.
불법을 조장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습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 B 업체 관계자 : (그럼 다들 그렇게 하시나요. 제가 잘 몰라서….) 열 분 중에 열 분이 다 그렇게 쓰세요.]
[주방용 오물분쇄기 판매 C 업체 관계자 : 실제로는 그렇게 설치를 해드리진 않고요. 80%를 걸러내실 것 같으면 뭐하러 분쇄기를 사용을 하세요. (직접) 갖다 버리는 게 낫죠.]
그렇다면 분쇄된 음식물이 그대로 하수도로 흘러가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하수의 오염 농도가 높아지고, 그만큼 하수처리 비용이 늘어납니다.
[문석기 / 남양주시 환경정책과장 : (오수가) 고농도다 보니까 처리하는 그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면 시설 용량을 다 거르지 못한 상태에서 통과를 또 할 수 있는(문제가 있다)….]
실제 2020년 환경부의 연구 결과,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전국 공동주택에서 모두 사용하게 되면 오염 물질량은 27%, 하수처리장 증설 비용은 약 12조 원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뿐 아니라 공용 하수관이 막히거나 악취가 발생해 주변 이웃들의 실생활에 불편을 끼칠 수도 있습니다.
[배재근 /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교수 : 주방에서 내려가는 물 같은 경우는 내려가서 수평 관으로 들어가고 그러면 이 수평 관에서 막히는 현상들이 굉장히 많이 있고요.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버리다 보니까 이 하수구 맨홀 안에 음식물 쓰레기가 쌓이면서 그게 부패가 돼서 악취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오물분쇄기의 불법 사용이 줄지 않는 건, 각 가정 내부를 직접 단속하기 쉽지 않고, 적발된 제품이 인증취소가 되더라도 해당 업체가 다른 제품으로 다시 인증을 받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주방용 오물분쇄기 사용을 원천 금지하거나 현행 규제를 보완하자는 하수도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상황입니다.
‘나 하나쯤은'이란 모두의 비양심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때입니다.
YTN 권희범입니다.
[앵커]
주방용 오물분쇄기, 문제가 많아 보이는데요.
시중에 유통되는 제품 대부분이 불법 사용되고 있다는 건가요?
[PD]
전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주방용 오물분쇄기는 분쇄한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3가지 종류로 나뉘는데요.
제가 들고나온 이것처럼 음식물을 잘게 간 뒤, 남은 찌꺼기를 회수해 처리하는 방식,
또 갈고 남은 찌꺼기에 미생물을 넣어서 분해하는 방식, 또, 갈고 남은 찌꺼기를 공동주택에 마련된 별도의 처리시설에서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입니다.
안타깝게도 3가지 방법 중, 분쇄한 뒤 남은 찌꺼기를 회수하는, 이런 종류의 기기를 사용하는 방법이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데, 동시에 불법에 가장 많이 노출돼 있습니다.
공동주택 별도 처리 시설에서 음식물 찌꺼기를 모아서 분리 배출하는 방식이 상대적으로 불법 사용 가능성이 적다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 의견입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를 분쇄해 버리는 자체가 환경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앵커]
자, 그럼 이런 주방용 오물분쇄기를 실제로 얼마만큼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군요.
[피디]
네, 앞서 리포트에서 분쇄기 인증 기준을 설명했는데요.
음식물 쓰레기의 80%를 회수하거나, 또는 20% 미만만 배출해야 한다는 기준인데요.
지난 2012년부터 제품이 본격 판매됐습니다.
그래픽을 보시면 지난 2017년에 약 11만 대가 판매됐고, 2019년에는 22만 대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또 2020년부터는 다소 감소하는데요.
판매량이 급증하자, 이때부터 정부가 적극적인 단속과 불법 제품 근절 홍보 캠페인을 벌였다고 합니다.
그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것처럼 여전히 인터넷 등을 통해 많은 불법 제품이 아무렇지도 않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저도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업체를 무작위로 선정해 전화를 돌려봤는데, 정말 한 곳도 예외 없이 불법 사용을 조장하면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속으로 무척 놀랐습니다.
[앵커]
##[질문 4]
문제가 심각한데, 왜 뿌리 뽑히지 않는 거죠?
[피디]
현행법상 불법 제품을 사용하면 판매자에게는 최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사용자에게도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신 대로 불법으로 사용되는 현장을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고요.
또 각 업체가 인증은 합법적으로 받고, 판매만 불법으로 하고 있어서 적발이 어렵다는 점도 있습니다.
또 혹여나 적발돼서 인증이 취소돼도, 제품을 조금만 바꿔서 다시 쉽게 인증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환경부 고시로 시행되는 현행 제도를 법령화해 처벌 실효성을 강화하자는 내용이고,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안은 주방용 오물분쇄기의 판매와 사용 자체를 금지하자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두 안 모두 해당 상임위에 계류 중인데요.
대부분 환경단체는 오물분쇄기 사용 자체를 금지해야 한다는 안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이미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 만큼 불법을 단속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죠.
권 피디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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