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YTN은 최근 여행업 단체 회장이 이끄는 업체들이 코로나 위기 당시 천억 원이 넘는 규모의 공공사업을 대부분 수의 계약 형태로 따냈다는 보도 전해드렸는데요.
이후 추가 취재 결과 업체들이 정부에 청구한 인건비보다 훨씬 적은 액수를 노동자들에게 지급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이 소식 보도한 김철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김 기자, 먼저 보도 못 보신 분들을 위해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저희는 지난주부터 생활치료센터 등 방역 시설의 운영 계약과 관련한 수상한 정황을 연속해서 보도하고 있는데요.
계약은 모두 여행업단체 회장 A 씨가 이끄는 두 업체와 관련돼 있습니다.
이 업체들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0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관련 계약을 225건 따냈습니다.
계약금액으로만 따져도 1,246억 원에 달합니다.
언급한 사업은 외국인 입국자 임시생활시설 운영이나 생활치료센터 운영 등 대부분 비슷한 형태였습니다.
[앵커]
그런데 기업이 큰 규모의 계약을 따냈다는 것만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죠.
공정한 경쟁을 치르고 계약한 거라면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앞서 저희가 말씀드린 225건의 계약 가운데 91%에 해당하는 206건이 경쟁자가 아예 없는 수의 계약이었습니다.
처음 임시생활시설 운영권을 딸 때부터 경쟁 업체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는데요.
당시 사업을 진행한 담당자에 따르면 용역업체를 선정하고자 중수본이 문체부에 도움을 요청했고
문체부가 다시 A 회장이 이끄는 여행업단체에 추천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A 회장 업체 말고도 두 업체가 더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고사해 수의계약이 이루어졌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입니다.
그런데 참여를 고사했다던 업체들은 "제안을 받고 사업을 검토했지만 '이미 다른 곳이 선정됐다'는 설명을 들어 논의를 멈췄다"고 밝히는 등 명확한 거절의 뜻을 알린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앵커]
계약 규모가 큰 만큼 인건비도 많이 나갔을 것 같은데 거기에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다고요.
[기자]
네, 최초 보도가 나간 뒤 서울 영등포구 생활치료센터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으로부터 제보가 왔는데요.
제보자는 업체가 근무자에게 지급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영등포구에 청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실제 제보자의 급여명세서와 당시 업체가 청구한 명세서를 대조해 봤는데요.
먼저 급여명세서를 보시면 세금을 포함해 3백72만 원을 받았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업체가 같은 시기 영등포구청에 청구한 명세서에는 11명 몫의 한 달 인건비로 9천1백만 원 정도를 청구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1인당 830만 원 정도를 청구한 건데 실제 지급액과 청구액 사이 4백만 원 넘는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인건비를 과다하게 청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업체는 그만둔 사람 몫의 돈을 청구해 타낸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서울 영등포구청은 업체가 이 같은 방식으로 1천3백만 원 정도를 허위 청구한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이후 부당하게 지급한 돈은 돌려받았는데요.
하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업체 측에 근무 내역과 임금 지급 내역서 등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결국, 지자체는 지난 5월 용역대금 허위 청구 및 대금 횡령 등 혐의로 업체를 영등포경찰서에 고발 조치한 상태입니다.
[앵커]
수상한 수의계약에 인건비 뻥튀기 청구 의혹까지 있는데 업체 해명은 들어봤습니까?
[기자]
업체 측 관계자들과 수차례 전화하고 또 직접 만나 생각을 들어봤는데요.
우선 대부분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혔습니다.
시작이 된 외국인 임시생활시설 관리 사업의 경우 감염 우려 등을 이유로 다른 업체들이 참여를 고사한 것이 맞는다고 설명했고요.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가 커 가족과 직원의 반대가 많았지만 국가를 위해 어렵게 결정한 일이라며
당시의 희생과 노고가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외 나머지 계약들 역시 국내에 해당 업무를 할 만한 곳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수의계약이 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여행업단체 회장 : 아무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까 우리는 목숨 걸고 가서 한 거야 그게요. (다른 사업들도) 면허를 다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할 수가 있었던 거지.]
구청에 청구한 돈이 실제 지급한 돈보다 많았던 부분에 대해서도 입장을 물어봤는데요.
관계자는 '인건비' 항목 안에 임금뿐 아니라 복리후생비와 상여금 등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구체적인 사용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청해봤지만, 업체 측은 '지자체에도 공개한 적이 없다'며 거부했습니다.
[업체 관계자 : 복리후생, 명절 상여, 퇴직금 전환 이런 부분들이 기업은 다 안정적 운영 관리를 위해서 필요한 재원들이 있어서…. 그런 걸 다 공개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허위 청구에 대해서는 실무진 차원의 실수가 있어 반납 등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했고 이후에라도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지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업체 해명도 나름대로 구체적인데 이 정도면 충분한가요?
[기자]
아쉽게도 여전히 찜찜한 부분이 많습니다.
먼저 수의계약과 관련한 부분인데요.
업체는 대부분의 경우 지자체가 먼저 연락을 해 참여 의사를 물었고, 이에 응하면서 사업 계약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업체가 먼저 인력개발과에 연락해 '경험과 자격이 있다'며 생활치료센터 운영 의지를 표명했다고 설명해 두 주장이 서로 배치됩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업체가 인건비와 관련된 자료를 취재진에게도, 심지어 지자체에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는 건데요.
업체 소속으로 일했던 이들은 임금 청구의 근거가 되는 근무일지 등을 작업자가 직접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팀장급 직원이 한 번에 꾸며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을 거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인건비를 산출한 근거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국고 횡령 등 제기된 문제에 대해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후에라도 조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경찰 수사는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 겁니까?
[기자]
아직 수사는 기초 단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은 앞서 고발당한 업체 측을 불러 조사를 진행했는데요.
이후에는 근무자와 업체, 업체와 지자체가 정확히 어떤 내용으로 계약을 맺었는지 들여다본다는 방침입니다.
현재는 사기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데 피해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에 따라 혐의를 횡령으로 변경할 수도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남은 과제는 뭐가 있습니까.
[기자]
우선 국고로 지급한 인건비가 부실하게 관리된 정황이 잇따라 확인된 만큼 신속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만약 국고를 횡령한 것이 맞는다면 문제는 훨씬 더 커집니다.
[최승재 / 국민의힘 의원 : 생활치료센터 용역을 담당한 업체들이 국고를 횡령했다면 이것은 명백한 범죄라 할 수 있습니다. 관련 지자체들은 사업비가 제대로 집행됐는지 꼼꼼하게 다시 한 번 재점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건비뿐 아니라 시설 운영에 쓰인 여러 제반 비용은 투명하게 쓰인 것이 맞는지 전반적인 회계 처리를 세밀하게 살피고
대규모 계약을 그것도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업체가 연속으로 따낸 부분에 대해서도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감염병 대응을 핑계로 낭비된 예산이 없는지 전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립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김철희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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