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월간 뉴있저' 시간입니다.
이번 달은 결혼을 주제로 다양한 소식을 전하고 있는데요.
오늘 다룰 주제는 결혼생활을 끝내는 '이혼'입니다.
민대홍 PD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오늘 주제가 '이혼'인데, 현재 우리나라의 이혼 실태는 어떻습니까?
[PD]
네, 이혼은 부부가 합의 또는 재판을 통해 법적으로 혼인 관계를 소멸하는 겁니다.
최근 전체 이혼 건수는 감소하고 있는데요.
지난 2003년 전체 이혼 건수는 16만 6천여 건으로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이혼이 이뤄졌습니다.
이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10만 천여 건까지 줄었습니다.
전체 이혼 건수가 줄면서 우리나라 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도 2.0건까지 낮아졌고, 결혼한 인구 천 명당 이혼 건수도 2003년 7.2건에서 지난해 4.4건까지 줄었습니다.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OECD 국가 34곳 가운데 9번째로, 전체 평균이나 일본보다는 조금 높지만, 미국이나 북유럽국가들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혼율이 감소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PD]
가장 큰 이유는 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전체적인 결혼 건수가 줄어 이혼하는 인구도 줄었다는 건데요.
또 2007년 이혼숙려기간 제도가 신설되면서 이혼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이혼 건수는 줄고 있지만, 황혼 이혼 건수는 늘고 있다고요?
[PD]
네, 결혼 생활을 20년 이상 지속한 부부가 이혼하는 것을 황혼이혼으로 규정하는데요.
이 황혼 이혼은 건수도 늘고 전체 이혼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2006년 2만3천여 건에서 지난해 3만9천여 건으로 약 1만6천 건이 늘어, 전체 이혼 10건 중 4건은 황혼이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결혼 생활을 오래 지속한 중년 부부들이 이혼을 결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7년 전, 27년 동안의 결혼생활을 마치고 이혼을 선택한 사례자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영상 먼저 보시겠습니다.
[김선민 : 초등학교 전이라든지 어릴 때 어땠어요?]
김선민 씨는 27년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면서 생계를 위해 심리상담 일을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7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는 제법 많은 고객이 찾는 상담사가 됐습니다.
50을 넘기고 이혼 결정.
어느 한쪽의 외도나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도 아니었다는 게 선민 씨의 설명입니다.
[김선민 : 결혼을 53일 만에 선보고 했어요. 사실 너무 섣부르게 결혼을 했고….]
[김선민 : 한 50(살) 정도 되니까 삶을 정말 되돌아보면서 나도 그냥 좀 나로 살고 싶다. 앞으로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정말 용기를 내서 남편한테 얘기했어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
상담을 마치자 어디론가 향하는 선민 씨.
[정종홍 : 어 왔어?]
2년 전 재혼한 남편이 운영하는 음식점입니다.
[정종홍 : 여보. 저녁 뭐 먹을 거야?]
[김선민 : 나? 양지 닭곰탕.]
오후에 남편 가게에 들러 일도 돕고, 저녁도 함께 먹는 게 요즘 선민 씨가 누리는 소소한 행복입니다.
[정종홍 : 손님이 고두밥이라고 그러겠다. 이 밥은. 이건 밥이 좀 덜 됐다.]
[김선민 : 그러게.]
나를 찾기 위해 내린 이혼 결정.
하지만 딸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김선민 : 사실 제일 큰 거는 이제 아이들이죠. 그러니까 뭐 어느 자녀들이 부모가 이혼한다는데 그거를 좋아하겠어요. '엄마에게도 인생이 있고 후회하지 않고 싶다.' 이렇게 했을 때 안아주면서 '엄마 잘살아야 해.' 하고 큰 애가 막 울더라고요.]
너무 열심히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만 하며 살았던 걸까.
스스로 내린 선택이었음에도 때때로 두려움이 엄습했습니다.
[김선민 : 내가 나를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 굉장히 의존적으로 살다가 내가 이혼하면서 나를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게 굉장히 컸고…. 사실 막막하고 좀 두렵기도 했죠.]
홀로서기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상담 일은 스스로 업무량을 조절해야 할 정도가 됐습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새로운 인연.
가까스로 다시 찾은 삶인데, 다시 결혼을 결심한 이유는 무얼까.
[정종홍 : 아내가 암 수술을 하고 입원을 했어요. 그때 제가 아내의 법적인 보호자가 못 되니까 결심을 했죠. 결혼해야겠다.]
[김선민 : 누군가가 이제 아플 때 옆에서 같이 해준다는 게 너무너무 저한테는 축복 같은 일이었죠.]
고맙게도, 자신의 딸들과 조금씩 관계를 넓혀가는 남편.
이제는 막내딸과 선물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습니다.
[정종홍 : 작지만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우리 모두 화이팅 입니다.]
인생의 중년기에 이혼을 결심하고 다시 결혼을 선택하고.
이들에게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김선민 : 개인의 선택이죠. 하든 안 하든 이상하지 않은. 뭐 이혼이라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또 여생을 정말 즐겁게 살 수 있다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정종홍 : 단지 결혼은 제도일 뿐이잖아요. 그냥 우리는 한 가족이다. 한 사람이다. 한 사랑이다. 그냥 그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앵커]
'나도 나로 살고 싶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데요. 이 부부의 사례 말고 황혼 이혼이 느는 데는 어떤 이유가 더 있을까요?
[PD]
네, 우선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기대수명이 늘었다는 데 주목합니다.
노후의 삶이 길어진 만큼, 이혼한 뒤 새로운 삶을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는 인식이 늘었다는 겁니다.
또, 가부장적인 문화가 많이 퇴색되고 가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규범이 약화되면서, 이혼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합니다.
실제 통계청에서 이혼에 대한 견해를 조사한 결과 이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지난 2008년 58.6%에서 감소해 2020년에는 30.3%까지 낮아졌습니다.
또 재산을 분할 할 때,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기여도를 인정하고 연금도 분할 할 수 있는 등 이혼 후 경제적 자립을 돕는 제도가 생긴 것도 황혼이혼의 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말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황혼 이혼을 결심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 봐야 할까요?
[PD]
네, 황혼이혼은 오랫동안 이어온 부부관계를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특히 새로운 관계를 왕성하게 맺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외로움이나 고립감에 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전문가의 말,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진미정 / 서울대학교 아동가족학과 교수 : 나의 평생에 가장 중요했던 사회적 관계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거기서 생겨나는 박탈감이나 외로움이나 고립감이나 이런 것들이 황혼 이혼에는 나타날 수 있고 사회적 단절이 오랫동안 지속이 되면 노인 빈곤이라든가 아니면 사회적 고립사 이런 문제들, 외로움 이런 문제들이 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앞서 영상에서 본 것처럼 황혼 이혼 뒤에 재혼을 결심하는 분들도 늘고 있는데요.
실제, 60세 이상의 재혼은 지난 2003년에는 2천 백여 건에서 지난해 9천 4백여 건으로 증가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혼한 뒤에 다시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만큼, 결혼과 이혼 문제에 대해 꾸준히 상담을 받으며 철저히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박소현 /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법률구조 2부장 : 장기적으로는 결혼 전 교육이 필요합니다. 내가 결혼하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혼해서 또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태도로 매일 매일을 임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 결혼한 다음에는 생애 주기별로 여러 가지 부부간에 갈등 문제에 부딪히게 됩니다. 여러 가지 극복해야 할 문제가 있거든요. 그런 것들에 대처할 수 있는 생애주기별 상담 교육 그런 것들이 필요합니다.]
[앵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법적인 이혼 대신에 '결혼 졸업', 이른바 '졸혼'도 주목받고 있죠?
[PD]
네, '졸혼'은 법적으로는 부부관계를 유지하지만, 실제로는 부부처럼 살지 않으면서,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방식의 부부관계를 지칭합니다.
일부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졸혼'을 했다고 밝히면서 화제가 된 뒤로 시민들 사이에서도 '졸혼'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지난 2019년 한 이혼소송에서 조정조서에 '법률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되 별거 상태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긴 조정 결정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법원에서도 사실상 '졸혼'을 인정하는 만큼, 황혼 이혼을 대신해 부부관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아직 법적인 개념이 아닌 데다 현실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이인철 / 이혼전문 변호사 : 당사자 간에는 재산을 증여하기로 약속을 했고 또 생활비를 지급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상대방이 이행을 거부할 수도 있고요. '졸혼' 과정 중에 남편이나 아내가 다른 이성 친구를 만나고 또 어떤 관계를 가졌을 경우에 과연 그것이 허용이 될 것인지 여기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발생할 수가 있고요. 그러므로 반드시 부부간에 '졸혼'할 경우에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하는 게 중요합니다.]
[앵커]
네, 결혼을 고민할 때 만큼이나, 결혼 제도에서 벗어날 때도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심사숙고해야 할 것 같네요.
월간 뉴있저, 다음 주제는 뭔가요?
[PD]
네, 월간 뉴있저, 다음 시간에는 함께 살지만, 결혼은 하지 않는 '동거'에 대해 다룹니다.
지난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국민 10명 가운데 6명은 비혼 동거에 찬성했는데요.
실제 동거하는 연인을 만나, 왜 결혼이 아닌 동거를 택했는지, 이들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지를 들어봤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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