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급식실 노동자 '폐암', 일반 여성의 35배...환기설비 개선은 언제?

2022.12.03 오전 06:20
발암물질 섞인 초미세분진, 기준치 18배 초과
폐암으로 산재 인정받은 급식실 노동자만 50명
폐암 산재 인정 뒤 1년 10개월…바뀐 급식실 ’0’
교육청 재량에 맡긴 정부…환기 개선에 최소 3년
[앵커]
학교 급식실 종사자들이 폐암으로 죽어가고 있다.

YTN의 '죽음의 급식실' 보도 기억하십니까?

급식 조리사 전원에 대한 건강검진이 1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폐암 의심 판정을 받은 급식실 노동자가 일반 여성의 35배에 달했습니다.

김현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허 모 씨 / 폐암 투병 급식실 조리사 : 서울대병원 가니깐 뇌까지 전이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전까지는) 너무 건강했었으니깐요. 너무 깜짝 놀랐죠. 진짜. 상상도 못 했어요. 폐암이 오리라고는.]

매일 밥하고 국 끓이고 볶고 굽습니다.

천 명이 넘는 학생과 교직원 밥을 하느라 급식실에 연기가 꽉 차는데 환기구는 엉뚱한 데 설치돼 있거나 턱없이 적었고, 기름 증기에 더해 매일 독한 세정제 증기까지 들이마셨습니다.

YTN 측정에선 발암물질이 섞인 초미세분진이 기준치의 18배나 검출됐는데, 매일, 요리하고 청소하는 내내 들이마신 겁니다.

[B 씨 / 영상 제보 급식실 조리사 : (기름 닦느라) 물을 부어서 데워서 그 약품을 쓰면 연기가 엄청나게 뿜어져 나옵니다. 그러면 연기가 목으로 눈으로 다 들어가면 폐가 타들어 간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미 폐암으로 쓰러진 노동자가 수십 명.

하지만 드러나지 않은 수면 아래 상황은 더 심각했습니다.

학교 급식 종사자 폐 CT 전수 조사 중간 집계를 보면 건강검진을 받은 만 8천여 명 가운데 1%인 187명이 폐암 의심 판정을 받았습니다.

일반 여성 폐암 발병률의 35배에 달합니다.

심지어,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폐에 결절이 있거나 이상 소견을 받아 피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급식실 종사자가 폐암으로 첫 산재 판정을 받은 게 지난해 2월.

정부가 환기 시설 개선 가이드라인을 낸 것도 1년이 됐습니다.

하지만 환기시설 개선은커녕, 계획을 세운 교육청도 아직 네 곳뿐이고 여전히 '시설 점검 중'인 곳도 많습니다.

[정경숙 / 교육공무직본부 부본부장 : 세계 최초의 무상급식이라고 자랑하면서 그 세계적인 급식을 만드는 노동자들이 죽어가는 현실은 왜 외면하고 있는지 정말 교육 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환기 시설 점검과 계획 수립, 예산 편성과 이행까지 최소 3년은 걸린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시간 동안 그저 견디라는 건지, 오늘도 조리사들은 죽음의 급식실에서 밥을 하지만 대책을 고민하는 속도는 더디기만 합니다.

YTN 김현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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