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허위로 뇌전증 진단을 받아 현역 군 복무를 피한 혐의를 받는 프로스포츠 선수와 영화배우, 그리고 그들의 지인 등 47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이 어떻게 의료기관과 병무청을 속일 수 있었을까요?
황보혜경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병역 브로커 사건에 프로축구 선수와 배우까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뇌전증을 앓고 있다고 속여 현역 군 복무를 피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 온 프로배구 조재성 선수와 배우 송덕호 씨.
같은 방식으로 병역 비리를 저지른 건 이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수원FC 소속 김승준 선수 등 프로축구선수 2명을 비롯해 골프와 배드민턴, 승마, 육상, 조정에 이르기까지 운동선수 7명이 추가로 확인됐습니다.
스포츠 종목에서 광범위하게 병역 비리가 있었던 겁니다.
이들은 지난 2019년부터 3년 넘게 범행을 저질렀는데, 의료기관과 병무청을 속이는 수법이 아주 치밀했습니다.
시작은 병역 브로커가 만들어준 맞춤형 '시나리오'였습니다.
시나리오 주인공은 환자와 목격자.
피의자들이 뇌전증 환자인 척 갑자기 발작 증상을 연기하면, 가족이나 지인이 119에 대신 신고한 뒤 발작을 목격했다고 진술해준 겁니다.
심지어 뇌전증 환자가 전자기기를 사용하면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휴대전화 게임을 했다고 거짓 목격담을 늘어놓기도 했습니다.
뇌전증은 뇌파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진단받을 수 있고, 1~2년 치료받은 내역이 있으면 현역 군 복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병역을 면탈한 건 무려 42명, 이 가운데엔 20대 의대생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애초 현역 군 복무 대상이었지만, 가짜 뇌전증 진단으로 병역 등급을 낮추거나 아예 면제받은 거로 드러났습니다.
브로커 일당 구속으로 결국 꼬리를 붙잡히면서, 범행을 도운 가족이나 지인까지 47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들이 병역컨설팅 명목으로 브로커에게 낸 수수료만 모두 6억 3천여만 원.
검찰은 브로커들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 병역 면탈 의혹 등 또 다른 병역 비리 사건도 수사할 방침입니다.
YTN 황보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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