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학폭 아님' vs 행정심판위원회 '학폭 인정'..두 결정간 시차로 인해 박 선수의 '떳떳하다' 발언 비난 쇄도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 뉴스를 통해 접할 때마다 왠지 모를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워지곤 하는 사건,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학폭’입니다. 더 이상 ‘애들끼리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로는 덮을 수 없을 만큼 점점 잔인해지고, 폭력의 수위도 높아지곤 하죠. 보통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서 학교폭력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내리게끔 돼있는데, 요즘은 한 발 더 나아가 법적 절차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부지기숩니다. 실제, 지난해 전국 134개 대학 가운데 절반가량이 학교폭력 이력을 입시에 반영했고. 그 결과 학폭 이력이 있던 지원자 4명 중 3명이 불합격했단 통계가 전해지기도 했죠. 그리고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가 모든 대학이 학생부 전형 뿐 아니라 수능, 논술, 실기 전형에서도 학폭 조치사항을 의무적으로 반영하게끔 제도가 강화됐습니다. 학폭을 좌시하지 않겠단 교육당국의 의지기도 하죠. 그런데요, 이 대목에서 또 다른 질문이 하나 튀어나옵니다. 수많은 학폭 사건들, 그리고 조진웅 씨의 소년범 기록논란이 겹치며 요즘 뜨겁게 달아오른 질문, ‘학폭 기록은 대입에 영향을 미치는데 왜 소년범 기록은 아니냐, 형평성에 맞느냐’는 질문인데요.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오늘 <사건X파일>에서 이 문제,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김보경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보경 : 안녕하세요. 김보경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학교 폭력 사건이요. 뉴스를 통해 접하는 것보다, 실제 현장에서는 훨씬 더 많다고들 하잖아요. 변호사님이 보시기엔 요즘 상황 어떻습니까?
◆ 김보경 : 네, 맞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학교 폭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것 같은데요. 그런데 재작년만 해도 학폭 발생 건수가 6만 건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또 최근에는 청주에서 발생한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면서 더욱 시끌시끌했습니다.
◇ 이원화 : 저도 그 뉴스 봤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김보경 : 청주 지역에서 가해 학생들이 약 10개월 동안 동급생인 피해 학생들에게 밥값을 강제로 대신 내게 하거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여름 햇빛에 뜨겁게 달궈진 돌 위에 눌러 앉히는 등의 행위를 하였고, 심지어는 피해학생들에게 싸우라고 시키고 그렇게 싸우는 장면을 소셜 미디어에 생중계까지 하였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결국 피해 학생들을 각각 전치 2주의 부상, 불안 증세를 겪은 것으로 전해집니다.
◇ 이원화 : 더 안타까운 건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사이였단 점이거든요? 그런데 이 사건이 특히 논란이 됐던 이유가 있습니다. 교육청 학폭위 판단과 경찰 수사 결과가 정반대였단 점이거든요. 각각 어떤 결론을 내렸고, 어떻게 달랐던 건지 말씀해 주시죠.
◆ 김보경 : 교육청 학폭위에서는 가해학생들 중 단 1명에 대해서만 학교폭력이 인정되고, 나머지 2명은 ‘학폭 아님’으로 결론이 나왔다고 하는데요. 근데 경찰에서는 총 4명의 가해학생들의 가해 행위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고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했다고 해요.
◇ 이원화 : 사실관계가 같은데 이렇게까지 판단이 엇갈렸던 이유는 뭘지. 왜냐하면 사실 학교 폭력 법을 보면 아시겠지만, 거기에 열거돼 있는 학교 폭력의 종류는 따돌림 행위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형사 법령에 저촉되는 그런 내용들로 구성이 돼 있거든요. 그러면 오히려 학폭이 범위가 더 넓으면 넓었지 지금처럼 좁을 이유는 없을 것 같은데, 이게 어떻게 된 건지 한번 말씀해 주시죠?
◆ 김보경 : 학폭위 회의록 따르면 문제가 되는 행위들에 대해 ‘해당 행위가 발생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다’ 또는 ‘학교폭력에 이를 수위라고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경찰은 형사 처벌을 목표로 수사를 하지만, 교육청은 선도와 관계 회복을 중점으로 두기 때문에 두 기관의 조치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학폭 조치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행정심판을 청구하기도 하는데요. 최근 자료에 따르면 실제 번복사례는 10건 중 1건 꼴이라고 합니다. 쉽지 않습니다.
◇ 이원화 : 피해 학생 부모 측에서 주장하길, 사건 이후에도 가해 학생들의 2차 가해가 계속되고 있다고 하거든요?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법적으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 아닙니까? 피해자 측에서 즉각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겠습니까?
◆ 김보경 : 학교폭력예방법 규정상 피해학생도 일시보호나 치료 요양, 학급 교체 등의 보호조치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형사범죄로까지 연결될 수 있는 경우라면 경찰에 신고하셔서 접근금지 등 조치를 요청할 수도 있고, ‘117 학교폭력 신고센터’라고 24시간 전국에서 발생하는 학교폭력 신고를 접수받는 기관도 있습니다. 117의 경우 접수 후 긴급구조, 수사지시, 법률상담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원화 : 네, 어쨌든 ‘적극적으로 좀 대응을 하시라’ 이런 말씀 주셨습니다. 그런데 학폭 사건들 보다 보면, 피해를 입은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혹은 무서워서 그냥 넘겼다가 몇 년이 지나서야 이건 아니다, 깨닫는 경우도 많잖아요. 학폭 당시가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에도 보상이나 소송 가능한가요?
◆ 김보경 : 네, 다만 법적으로 제척기간 또는 소멸시효가 규정되어 있기에 이 기간 안에 해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행정심판의 경우 처분이 있음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 또는 처분이 있었던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학폭 조치 결정 통보서를 수령하고 90일 이내입니다. 행정소송도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여야 합니다. 예를 들면, 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서를 송달받은 후 90일 이내입니다. 그리고 만약 가해 학생의 학폭 행위로 인하여 피해 학생에게 치료비 등의 재산상 손해, 심각한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면 민사상 손해배상까지 충분히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학폭위 회의록 등에 나타난 사실 인정 부분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 등이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증거가 됩니다. 또한 이 경우 가해 학생의 감독의무자인 보호자, 부모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가해자 및 가해행위를 안 날로부터 3년, 가해행위가 있은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됩니다. 다만 성범죄 사건이라면 예외적으로 피해학생이 성인이 된 때부터 시효가 시작됩니다.
◇ 이원화 : 그렇죠. 그리고 일부 판례에 따르면 트라우마가 발생한 시점부터 계산을 한다는 그런 판례도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에 본인이 피해를 인지한 시점이 좀 늦었다고 한다면 그때라도 조치를 검토를 해봐도 늦지 않겠습니다. 학폭 관련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물어보시는 질문 가운데 하나, 바로 ‘대학 입시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냐’ 이 부분이거든요? 지금 제도상으로는 어떻습니까?
◆ 김보경 : 2024년 3월 1일 이후 처분의 경우, 1호부터 3호까지는 졸업과 동시에 생활기록부에서 조치 받은 내용이 삭제되지만, 4호, 5호는 졸업일로부터 2년 후, 6호부터 8호까지는 졸업일로부터 4년 후에 삭제됩니다. 그리고 가장 중한 조치인 9호 전학 조치의 경우 아예 삭제가 되지 않습니다. 쉽게 예를 들어,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때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고 가정하고 단순 계산하면 고등학교 1학년이라면 어떤 조치를 받아도 대학 입시에 반영될 것이고, 중학생이라면 6호 이상부터 대학입시에 반영됩니다.
◇ 이원화 : 여기서 학부모님들 입장이 갈리는 부분이요, ‘피해자의 인생을 생각하면 대입 반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쪽과 ‘가해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법의 관점에서는 이 논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 김보경 : 말씀하신 대로 가해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즉 비례의 원칙에 따라 검토해야 할 필요성은 있습니다. 학폭 조치에 따라 일률적으로 0점 처리하거나 과도하게 감점하는 방식은 사안의 경중, 교화 노력 등을 고려하지 않아 비례 원칙에 반할 여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동일한 학폭 조치를 받았는데 단순히 시기상 중학교 3학년 때 했느냐, 고등학교 1학년 때 했느냐에 따라 대학입시에 반영되는 게 달라지는 사례, 조치 이후 반성을 하고 교화된 학생과 반성하지 않은 학생이 구분되지 않고 대학입시에서는 일률적으로 평가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최근 조진웅 씨 소년범 이슈로, 또 하나의 논쟁이 불거졌죠. ‘학폭 기록은 대입에 반영되는데, 소년범 기록은 그렇지 않다. 형평성에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는 건데요. 왜 이렇게 다르게 취급되는 건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 김보경 : 네, 학폭 기록은 생활기록부에 조치 사항이 남아 있으니까 대학 입시에 반영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소년법은 일단 청소년의 선도와 건전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년의 보호처분은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아니한다.’라는 규정도 있는 만큼, 미성년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방지하는 것에도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소년범의 보호처분은 가장 중한 처분인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의 경우에도 범죄경력자료로 남지도 않고 처분 자체가 생활기록부에 남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일정 기간이라도 생활기록부에 남아있는 학폭 조치와 달리 자료로 남지 않는 소년 보호처분은 대학 입시 때 영향을 끼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최근 크게 주목받은 사례가 하나 더 있죠.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박준현 선수 이야긴데요. 학폭 번복 논란이 있었는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 김보경 : 네, 올해 5월에 한 고등학교 야구부 내에서 피해 학생에 대한 욕설, 따돌림 등이 있었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이 유력한 선수가 가해 학생으로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가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해당 선수는 박준현 선수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만 박준현 선수는 이 일에 대하여 올해 7월 교육지원청 학폭위가 있었고 학폭위에서는 ‘학폭 아님’이라는 결정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박준현 선수는 9월에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지명되어 입단 계약까지 마쳤고요. 그런데 최근 행정심판위원회에서 일부 욕설을 사용한 행위가 학교폭력으로 인정되었고, 이에 교육지원청의 처분이 번복되어 ‘1호 서면 사과’ 처분이 내려졌습니다.
◇ 이원화 : 1호처분인 서면사과, 가장 낮은 수위긴 합니다만 어쨌든 계약금도 받고, 처음에 신인 드래프트 신청 당시 제출했던 서약서의 내용과는 결과적으로 다른 상황이 된 건데, 법적으로 보면 이게 프로 진출 과정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상황일까요?
◆ 김보경 : 박준현 선수의 경우, 신인 드래프트 신청 당시에는 교육지원청의 ‘학폭 아님’ 결정만 받은 상태이니 학폭 관련 사실이 없다고 작성했을 거예요. 그래서 박준현 선수와 계약한 구단에서도 이 교육지원청의 결정을 바탕으로 지명을 하고 계약도 했을 거고요. 다만 최근 학교 폭력 문제가 대두되면서 KBO 측에서도 규약에 ‘과거 학교 폭력’ 등으로 ‘품위 손상 행위’를 하는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박준현 선수의 경우도 지금처럼 학폭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이 유지된다면 내년 1월 1일 선수 등록을 한 후에는 이 KBO 규약이 적용될 수 있겠습니다.
◇ 이원화 : <사건X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