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광장에 기습 설치된 이태원 참사 시민 분향소를 둘러싼 갈등이 켜켜이 쌓이고 있습니다.
불법 건축물이라는 서울시 입장과 추모 공간을 없애려 한다는 유가족들의 반발이 거세게 부딪치며, 분향소 찬반 논쟁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논란은 참사 때마다 반복되는데,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강민경 기자가 전합니다.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참사 발생 100일을 하루 앞두고 만든 서울광장 분향소.
기습 설치할 때부터 행정 기관과 충돌하며, 새로운 갈등의 장으로 떠올랐습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 / 지난 4일 :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라!(마련하라! 마련하라! 마련하라!)]
서울시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유가족들이 오는 15일까지 분향소를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행정대집행, 즉 강제 철거에 나서겠다는 겁니다.
[오신환 / 서울시 정무부시장(지난 7일) : ㅠ서울시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기습 무단 설치한 시설물에 대한 행정집행철거는 행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 지극히 마땅한 조치입니다.]
이에 대해 유가족들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시민 분향소를 지켜내겠다며 맞서고 있습니다.
[이종철 /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지난 5일) : 휘발유를 이미 준비해놓았습니다. 철거하러 오는 순간 제2의 참사를 보게 될 것입니다.]
분향소 설치를 바라보는 여론도 양쪽으로 갈리면서, 마찰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데, 최근 들어 사회적 참사가 벌어질 때마다 뒤따르는 현상입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 2014년 세워진 세월호 천막은 줄곧 정쟁의 한복판에 있다가 5년 만에 철거됐고,
2012년 덕수궁 대한문 앞에 차려진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 분향소 역시 2018년 자진 철거되기까지 강제 철거와 재설치 등 내내 진통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각자의 주장만 앞세우면 사회적 갈등은 매번 되풀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행정기관이 보다 포용적으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참사를 겪고, 비극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유족의 마음을 한 번 더 고려해야 한다는 겁니다.
[백종우 /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정부와 또 유가족 그리고 관련한 여러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숙고하는 과정이 가장 치유적이어야 하는데 지금 안타까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 진심 어린 위로와 소통의 자세로 다가가 사회 전체가 제대로 추모할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 때, 분향소를 둘러싼 충돌과 갈등도 더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 거란 조언입니다.
YTN 강민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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