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4월 29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지난 20일은 제 43회 장애인의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관련해서 장애인권보도를 짚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제가 방금 장애인의 날이라고 언급했죠. 공식적인 표현인데요. 최근에는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로 부르자는 주장도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소장님 이건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우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두환 정권이 42년 전에 시혜와 동정의 의미로 제정한 ‘장애인의 날’을 거부했다는 입장입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365일 중 364일이 ‘비장애인들의 날’인 셈인데 4월 20일마저 시혜와 동정의 의미를 담은 조연으로 머물 수 없다는 선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비단 전장연뿐 아니라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 등 진보정당과 여러 인권단체나 시민들이 4월 20일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부르자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왜 굳이 명칭을 바꾸려고 할까? 라고 물으실지도 모르는데요. ‘장애인의 날’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의 의미를 조금 더 설명해보면요. ‘장애인의 날’이라고 하면 비장애인들이 주체이고 이날 하루쯤은 장애인들을 배려하자는 관점이 느껴지고요. 장애인의 장애를 재활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르면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서 장애인권을 점검해보는 날이라는 의미가 느껴지고요. 장애인의 장애가 극복의 대상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장애차별을 극복하고 철폐해야 한다는 의미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장애인의 날이라고 불러왔으니 공식명칭을 바꾸는 것은 추가적 논의가 필요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주장이 물의가 없고 오히려 장애인권을 위해 진일보한 표현이기 때문에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공식명칭이 바뀌지 않더라도 오늘부터라도 방송이나 시민이 이왕이면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부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최휘> 올해 장애 차별 철폐의 날 즈음, 발생한 사안이 있죠. 바로 코레일이 열차 예약 후 발권까지 마친 한 장애인에게 입석이 많다며 탑승을 거부한 일입니다. 관련 보도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한데요?
◆ 김언경> 관련 보도는 4월 18일 오후 6시 즈음 국민일보에서 처음 보도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에서 “지난 15일 휠체어를 타는 A씨(59)는 수원역에서 서울역행 무궁화호의 휠체어 좌석을 예약했지만, 입석 승객이 많다는 이유로 코레일로부터 탑승을 거부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요. 차별 피해자는 한국지체장애인협회가 창간한 언론사 의 논설위원 조봉현 씨입니다. 이분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시는데요. 지난 15일 토요일 수원역에서 서울로 향하는 무궁화호 예약하고, 고객지원실을 통해 리프트 이용 신청까지 마쳤고, 역에서 발권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기차를 타려는데 역무원이 다른 사람들을 먼저 다 태운 뒤, 휠체어 타고 올라가려는데 좁아서 못 태운다고 탑승을 저지했다고 합니다. 이분은 입석이 아니고 엄연히 좌석표를 예약한 것인데요. 다만 전동휠체어 장애인이기 때문에 별도의 좌석이 필요하지 않고 전동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공간에 탑승하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코레일은 전동휠체어가 놓여야 할 공간까지 입석 손님이 다 차지했다는 이유로 정상적으로 발권까지 한 휠체어 장애인의 탑승을 거부한 것입니다. 이분은 결국 해당 열차표를 환불하고, 다른 열차표를 예매해서 이동해야 했습니다.
조봉현 씨는 이런 경험을 16일 자신의 SNS에 적었는데, 이것이 SNS를 통해서 확산되면서 비판 여론이 일기 시작했고요. 이틀 후인 18일 국민일보가 첫 보도를 했고, 다음날인 19일 뉴시스와 경향신문,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KBS가 관련 보도를 하면서 비판의 여론은 더욱 커졌습니다.
◇ 최휘> 좌석을 예약했고 발권까지 했는데 사람이 많다며 못타게 했다. 차별로 보이는 문제인데요. 코레일의 이후 대응은 어땠습니까?
◆ 김언경> 관련 보도들을 읽다보면 정말 화가 나는데요. 우선 국민일보 18일자 첫 보도에서부터 부적절한 대응이 엿보입니다. 온라인을 통해서 이 사실이 알려지자 코레일 측은 조씨에게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14분 후인 11시 52분 수원역을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는 총 5칸에 입석 승객이 121명으로 해당 열차와 비교하면 차내 혼잡도가 절반 이하인 열차였다. 후속 열차로의 변경에 대해 사전 동의를 구해야 했지만 뒤늦게 안내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라고 했다는건데요. 저는 여기서부터 너무 황당했는데요. 만약 좌석표를 구입한 비장애인에게 이 차는 혼잡하니 14분 후 기차를 타라면서 탑승을 못하게 했다면 그걸 받아들일 분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자신들이 잘못한 것인데 이에 대한 인정과 사과는 없이 대뜸 ‘후속열차로의 변경에 대한 사전동의를 구해야 했지만 뒤늦게 안내한 점’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건 사과하는 적절한 태도가 아닙니다.
코레일 측은 국민일보의 취재에서도 “당시 열차 객실과 이동통로는 물론 휠체어석 공간까지 입석 승객으로 붐볐다. 휠체어를 들이면 다른 입석 승객의 밀집도가 높아져 안전이 우려될 수 있었다”고 해명했고요. 기자가 ‘사전 예매한 휠체어석이 입석보다 우선 지켜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의했더니 “정확한 규정을 확인해 보겠다”고만 답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현재 사실관계 확인 및 조사 중으로,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교육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 최휘> KBS 보도를 보면, 코레일이 안내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던데요.
◆ 김언경> 맞습니다. 보도자료에서는 “혼잡이 덜한 14분 후 도착하는 다음 열차에 승차토록 안내했습니다.”라고 했는데요. A씨에 따르면 “역무원이 '올라가서 환불부터 하세요. 환불 수수료는 안 받게 해드리겠습니다”라고만 했답니다. 그래서 직접 다음 기차 편을 알아봤다는 것이죠. KBS 보도에서 A씨와 코레일과의 통화 녹음을 들려줬는데 코레일 측은 “저는 전혀 안내를 받지 못 했고요.”라고 하자, “정보제공이라기보다는, 고객님을 동행해서 안내했다는 개념이었거든요”라는 답변을 합니다. SBS 보도에서는 “열차가 떠난 후 현장에 남아 있던 역무원이 별 말 없이 그냥 가려고 하길래 다음 열차 탑승 가능 여부를 물었더니 종착지가 다르다며 시큰둥하게 대답했다”며 “이후 저는 사정이 급해 그 열차라도 타야겠다고 하니 그제야 마지못해 다음 열차 승무원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친절한 안내를 했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 최휘> 하필 이런 일이 장애인의 날 바로 앞에서 벌어지면서 이번 사안은 장애인 차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하나의 단면처럼 비춰졌습니다. 소장님 보시기에 이번 사안에 대한 언론보도는 어땠나요?
◆ 김언경> 일단 언론보도는 어떤 이슈를 알리는 데 있어서 항상 매우 큰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전에 SNS 통해서 화제가 되었다 하더라도, 국민일보가 이 사안을 18일에 단독으로 보도하면서 이 사안의 심각성을 부각한 보도를 내놓은 것은 적절했습니다. 또한 KBS가 코레일 측의 부적절한 대응을 언급한 보도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이슈를 다룬 보도들 대부분은 코레일 측의 보도자료의 문제는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코레일이 사과했다에 방점이 찍힌 보도들이 대부분입니다. 한마디로 이 사안에 대해서 언론이 보다 분명한 지적을 통해서 분명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으로 이끌어내야하는데, 이 점에서는 아쉬웠습니다. 국민일보가 20일자 후속 보도에서 “코레일이 참고자료에서 “무궁화호에 대해 입석발매 비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열차 내 혼잡도를 완화해 가겠다”고 밝힌 것도 장애인 이동권이나 차별 문제에 대한 재발방지책이 아닌 ‘입석 문제 대책’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차별 피해를 입은 조 씨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말뿐인 사과로만 끝나선 안 되고 제2, 제3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휠체어 탑승객이 있을 경우) 일반 승객이 많으면 옆으로 유도하고 휠체어 안전 로드를 확보한다거나 다른 승객을 먼저 분산시킨다와 같은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바로 언론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런 지적을 하면서 변화를 견인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최휘> 마지막으로 장애인권 보도,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 김언경> 간단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한 말씀만 드리겠습니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2023년 인권보도 참고 사례집'을 발간했습니다. 여기에는 차별철폐와 인권의식 향상을 위해서 언론이 각 부문별로 유의해야 할 사안들을 사례를 중심으로 정리했는데요. 이중 장애인권 관련 내용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문구가 “장애인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보도해주세요.”입니다. 장애인 차별을 불러오는 사회구조,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보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언론부터가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이를 위해서 무엇이 차별적 표현인지 학습과 성찰이 꾸준하게 필요하다고 보고요. 이를 위해서 이런 책을 숙독해주시면 좋겠다 권합니다.
◇ 최휘>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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