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캡사이신 준비한 경찰...세수할 만큼 안전하다?

경찰 캡사이신 분사…고통스러워하는 참가자
캡사이신 분사 사전 고지 후 경찰서장이 최종결정
경찰 "캡사이신에 물 희석…세수할 만큼 안전"
"안전 뒷받침할 근거 없고 얼굴 직접 분사 위험"

[앵커]
경찰이 어제 민주노총 집회 현장에 6년여 만에 캡사이신 최루액 분사기를 준비해 갔습니다.

경찰은 원액에 물을 충분히 섞었으니 유해하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는 안심할만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합니다.

우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5년 5월 세월호 유가족과 민주노총의 노동절 연대 집회.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면서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노동 탄압 중단을 요구하는 참가자들을 향해 경찰이 캡사이신 희석액을 쏘기 시작합니다.

곧이어 기침 소리와, 물을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뒤섞이고, 대오는 흐트러집니다.

[집회 참가자 / (지난 2015년) : 물 좀 주세요. 물. 물.]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캡사이신 분사를 결정하는 책임자는 관할 경찰서장입니다.

분사하기 전엔 참가자들에게 미리 알려서 경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경찰관 / (지난 2013년) : 캡사이신을 사용할 예정이니 지금 즉시 불법행위를 중단해주시고.]

경찰은 또, 진압 효과를 높이기 위해 호흡기 쪽으로 캡사이신 희석액을 쏩니다.

그래도 캡사이신 원액에 2천 배 용량의 물을 섞어 농도를 0.0045%로 낮춰서, 세수해도 괜찮을 만큼 안전하다는 게 경찰 주장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경찰의 견해를 뒷받침할만한 근거가 없고, 얼굴에 직접 분사하면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합니다.

캡사이신은 인체에 닿으면 피부와 호흡기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고, 눈도 심하게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배상훈 /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 화학물질이 안전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떤 농도나 아니면 거리 이런 것이 지켜졌을 때는 안전한데 문제는 시위 상황에서 그것이 엄격히 지켜지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은 사실 어불성설이죠.]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에서 캡사이신을 사용한 건 지난 2017년 3월이 마지막입니다.

이듬해엔 살수차에 캡사이신 등 최루액을 섞어 살포한 경찰의 진압 행위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년 동안 잠자던 캡사이신 카드를 꺼내 든 윤희근 경찰청장은 부득이한 경우 현장 지휘관 판단에 따라 쓰라고 한 거라며 강경 진압이라는 비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YTN 우종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