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7월 24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최휘> 최근 폭우로 큰 피해가 있었습니다. 재난 시기 언론의 역할을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우리가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위험한 상황을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알리고, 피해 상황을 전해주며 원인을 정확하게 짚는 재난보도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줄이고, 앞으로의 피해 예방 역할까지 하기 때문인데요. 오늘은 이번 비 피해 보도를 중심으로 우리의 재난보도에 대해서 짚어보고자 합니다. 먼저 집중호우에 대한 방송특보가 어땠는지부터 살펴볼까요?
◆ 김언경> 7월 19일 4시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45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었습니다. 이번 장마철 폭우로 발생한 인명피해는 2011년의 78명 이후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농작물 피해 등 여러 가지 수해로 고통을 겪는 시민 여러분께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일단 이번 폭우의 재난보도에 대해서는 기자협회보의 김달아 기자의 보도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장맛비가 거세지기 시작한 건 지난 13일부터인데요. 행정안전부는 오후 8시30분을 기해 위기 경보 수준을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높이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2단계에서 3단계로 격상했습니다. 재난방송 주관사인 KBS는 이날 오후 7시, 그러니까 행안부가 위기경보 수준을 심각으로 높이기 1시간 30분 이전부터 뉴스특보 체제에 돌입해 집중호우 대응에 나섰다고 합니다. 성재호 KBS 통합뉴스룸국장은 “13일부터 16일까지 41회에 걸쳐 1900분간 특보를 내보냈다”고 했고요. “밤새 불안한 상황이 이어져서 새벽 정파 시간대에도 특보를 진행했다”고 했습니다. 같은 날 MBC와 SBS도 뉴스특보를 편성해 실시간 장맛비 상황과 피해 예방에 집중했습니다. 보도전문채널인 YTN과 연합뉴스TV는 14일까지 뉴스프로그램별로 부분 특보를 하다가 15일부터 전면 특보로 전환했습니다. 15일은 오송 지하차도 참사, 괴산댐 월류, 예천 산사태 등 그야말로 ‘물폭탄’이 쏟아진 지역에서 큰 피해가 발생한 날입니다. 제가 모든 재난보도를 모두 찾아본 것은 아니고요. 재난보도의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있나 살펴봤는데요. 이번엔 재난방송주관사인 KBS뿐 아니라 보도전문채널들도 모두 재난방송을 위한 특보체제로 전환하여 비교적 큰 비판을 받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오송 궁평지하차도 침수 사건이 발생했던 당일에 지상파 3사 모두 정규방송을 했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워하는 시민의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재난주관방송인 KBS의 편성표를 살펴봤는데요. KBS1 채널은 아침 5시 10분간, 7시부터 2시간 50분, 11시 10분부터 10분간, 정오부터 1시간, 오후2시 15분부터 145분, 3시부터 3시간, 7시부터 1시간 반, 10시 50분터 55분간 이렇게 8차례 보도를 했습니다. 제가 보기엔 최소한 이날 KBS1은 재난보도를 충실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KBS 시청자 의견을 찾아보니 이런 특보 편성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보 사이 사이에 드라마 등 정규 프로그램이 편성되고 있는데,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인 만큼 온종일 특보를 편성해 비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는 지적을 해주셨는데요. 뉴스특보에 대한 의견이 16명이나 있는 것을 보니 여러분이 동감하셨던 것 같아요. 이런 목소리는 KBS가 귀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 최휘> 이번 집중호우 피해 관련 보도에서 각 방송사들이 보다 효과적이고 차별화된 재난방송을 하려는 노력도 엿보였나요?
◆ 김언경> 기자협회보 보도의 평가는 이 기간 특보들 속에 그런 지점이 있다고 짚었는데요. YTN은 이번 특보부터 지방자치단체 등이 발송하는 재난문자를 화면상 자막 바로 위에 실시간 송출하는 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물론 재난문자는 개인이 받기는 하지만, 어떤 분들은 휴대폰을 조정해서 재난문자를 안 받는 것으로 설정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잖아요. 또한 재난문자가 어쨌든 공식적으로 받는 최초 공지이니까, 이것을 한시라도 빠르게 해당 지역 주민에게 보여주는 것은 효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SBS는 재난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피해 예방과 솔루션 제시를 강화했다고 합니다. 현장 상황을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피해 원인, 더 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대비해야 옳은지 전문가와 기자들이 솔루션을 제시하는 부분을 더 많이 담으려 했다는 것입니다. MBC는 이달 초 본격 가동한 재난방송센터를 활용해 주목도를 높였습니다. 재난방송 전용 스튜디오 신설과 함께 재난 전문가 16명을 재난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는데요. 기자들이 열심히 뛰는 것이 중요하지만,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발굴해 TV로 나오도록 하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시스템이라는 겁니다.
◇ 최휘> 재난방송은 주로 피해가 터진 이후에 보도량이 더 많아지는 특성이 있잖아요. 그런데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보도를 많이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데 효과가 있다란 조사결과가 나왔다면서요?
◆ 김언경> 네. 경남MBC에서 지난 17일에 보도한 라는 제목의 보도에서 그런 조사결과를 전했는데요. 경상남도 소방본부가 최근 5년간 경남과 부산에 영향을 미친 태풍 9건 중 3건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봤대요. 그랬더니 재난방송이나 예방 홍보활동이 많을수록 인명 재산피해와 직결된 소방활동이 줄었다라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입니다. 그 예로 힌남노 태풍 때 출동간 구조건수는 61건에 불과했는데요. 이때 언론의 보도는 4,312건으로 월등히 많았더라고요. 3개의 태풍 조사결과, 언론 보도가 많았을 때 출동 건수가 적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적극적인 재난방송이나 예방, 홍보가 시민들로 하여금 사전에 수로나 배수구의 침수, 간판 추락 등에 대비하도록 해,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태풍에만 국한된 것을 아닐 것입니다. 언론이 큰 피해가 발생하기 이전에 이번 비로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예방해야한다는 점을 많이 이야기하는 것, 이전 피해 상황을 복기하면서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현장이 잘 점검되고 있는지 살펴서 이를 지적하는 것, 시민에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 이런 모든 작업이 실제 큰 효과가 있음을 확인해주는 결과였다고 생각합니다.
◇ 최휘> 그렇네요. 소장님 생각에 이번 재난보도를 보면서 느끼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김언경> 재난방송은 재난을 중계하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가장 시민들이 예민하게 느끼는 것은 시민이 무언가 불안을 느끼고 가장 먼저 방송을 확인하는 데, 그때 언론이 특보가 아닌 정규방송을 내보내고 있을 때 느끼는 허탈감과 불안감입니다. 따라서 조금 더 빠르게 현장 상황을 감안한 특보체제로 돌입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이는 KBS뿐 아니라 여타 지상파 방송사나 보도전문채널에게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이 판단이 늦어졌을 때, 정말 비판을 많이 받으니까요. 또한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이 사명사고 등 극심한 피해 상황만을 중계하는 데 치중하는데요. 대피소 위치, 지역 재난상황실 등 사고 발생 시 신속히 연락할 수 있는 기관, 폭우와 같은 자연 재난의 경우 예상 경로 정보를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주면 좋겠고요. 재난 이후 후속보도가 더 중요한데요. 재난 피해자들을 위한 안내, 인재로 불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책임규명, 복구 지원에 대한 감시 등을 잘 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해 피해자들이 지금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 이분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잘 정리해서 보도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그분들을 위한 피해복구 및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최휘> 또 한 가지, 재난방송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도 있단 생각이 들어요. 이런 부분도 살펴보셨나요?
◆ 김언경> 오마이뉴스에서 두 가지가 인상적인 보도를 봤는데요. 이번에 피해가 컸던 오송 지하차도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비닐하우스에는 외국인노동자들이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농장주가 이들을 피신시켰다고는 하는데요. 이들은 한국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한국방송 자체도 거의 안 보신다고 하고요. 폭우 피해가 심각했던 15일 당일은 물론 현재까지 청주시청 등으로부터 그 어떤 재난 안내도 받지 못했다는 겁니다. 청주시청 관계자오마이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개별 전화번호 등 개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아 재난 고지가 이뤄지지 못했다"라고 했다는데요. 우리는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하고 그분들의 노동력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평시의 외국인노동자 인권도 중요하지만, 재난 발생시 이들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최소한 위급한 상황에 대한 정보는 제대로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재난보도라는 것이 반짝 보도에 그쳐서는 안되겠다. 저는 이 말을 자주 하는데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는 비판을 많이 하지만, 정말 비판받아야 하는 것은 소를 잃었는데도 외양간을 안고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이 재난 이후 재난으로 인해 불거진 허점들을 잘 살펴보고 이를 고치도록 여론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다른 것은 우리 언론이 기후위기 관련 보도에 보다 천착해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 최휘> 맞아요. 사실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기상이변과 연관된 재난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이 크잖아요. 그래서 우리 언론이 기후위기라는 이슈 자체에 대한 보도가 많아야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 김언경> 지난 4월에 발표된 세계기상기구의 2022 연례보고서’의 제목은 "기후변화는 끊임없이 가속되고 있다" 였습니다. 온실가스의 농도도 2022년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하는데요.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의 세 가지 주요 온실가스의 농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올해 여름에 역대급 폭염이나 이상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예측돼왔습니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되고 기상이변도 잦아질 것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재난이 발생한 이후에 피해상황을 알려주는 재난보도는 이제 한계가 있다고 보고요. 오마이뉴스 19일자 보도를 보면 박종권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대표가 "정부, 정치인, 언론의 기상 이변에 대한 땜빵식 대처만 하고 있다.“고 지적을 했더라고요. 박 대표는 사실 우리들 대부분 대충 들어는 봤지만 진짜 위기로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기후위기 문제에 대한 언론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모든 언론이 하나같이 기상이변을 하루 종일 보도하고 대피요령을 설명할 뿐 기상이변이 오지 않게 하는 기후위기 대응 방안은 제시하지 않는다. 고객이 싫어하기 때문이다.“라는 것인데요. 물론 언론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도 쏟아지는 물 폭탄, 집중호우 발생시 행동요령을 밝히면서, 침수가 시작된 지하차도 진입금지, 지하공간 지하차도 차량 침수시 행동요령, 지하 주차장 차량 침수 시 요령 등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앞으로도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는 기상재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기후위기 대책을 세워야하는데 이 근본적 부분에 대해서는 모르쇠를 하고 있다는 것이죠. 정말 눈 앞에 피해가 닥쳤을 때만 잠깐 떠들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제 기후위기의 심각성, 이를 위한 정부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 그리고 시민이 실천해야 할 것들에 대해 꾸준하게 짚는 그런 언론의 보도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최휘> 네. 근본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한 언론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말씀해주셨네요. 다시 한번 폭우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 전하면서,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최휘>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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