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들지 마" 술 취해 출동한 구급대원 폭행...매년 2백 건

[앵커]
술에 취해 출동한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사건이 매년 2백 건 정도씩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심신미약 감경을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특례조항이 생겼지만, 폭행당하는 구급대원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는데, 방호복을 챙겨 입거나 피하는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유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구급대원 임호성 씨는 재작년 길에 남성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응급출동했다가 봉변을 당했습니다.

술에 취해 있던 남성이 임 씨를 밀치고 폭행해 타박상을 입은 겁니다.

[임호성 / 인천 중부소방서 소방교 : 아 나 자는데 왜 깨워 이렇게 하면서 팔을 휘두르시고 저희한테 못 오게 하려고 하는 행위를 하시다가 저희가 이제 미처 그걸 보지 못하고 신체를 맞는….]

지난해 2월 광주광역시에서도 만취 상태로 길거리에 누워 있다가 이송되던 남성이 구급대원을 마구 때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비좁은 구급차 안이라 대원은 주먹세례를 피할 수도 없었습니다.

이처럼 출동한 구급대원을 폭행하는 사건은 2019년부터 해마다 2백 건 정도씩 발생했는데, 특히 지난해에는 3백 건에 육박했습니다.

일선에서는 피해가 크지 않은 경우엔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많아서,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됩니다.

[임호성 / 인천 중부소방서 소방교 : 직접적으로 출혈이 많이 심하다든지, 진짜 (심한) 폭행이라고 하는 종류가 아니면 거의 그냥 저희가 이해할 수 있는 선에서는 많이 이해하는….]

특히, 가해자 10명 중 8명 이상은 음주 상태에서 구급대원을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1월엔 술에 취해 소방공무원의 활동을 방해하면 형을 감경하지 않을 수 있게 법률도 개정했지만 구급 대원 폭행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대원들은 신고 내용에 주취자라는 언급이 있으면 미리 방호복을 입거나 카메라를 챙기는 등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현실입니다.

소방당국도 구급차에 CCTV를 설치하고, 피해 입은 대원은 법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폭행이 벌어지고 난 뒤 수습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영주 / 경일대학교 소방방재학부 교수 : 부상을 당했을 때 구급대원의 인력에 대해 결손이 생기는 부분들, 사실상 국민이 누려야 되는 이런 구급 서비스에 상당한 장애물로 작용할 수가 있기 때문에 구급대원의 안전을 확보하고 또 안전하게 구급활동들을 할 수 있게끔….]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구급대원들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지원하고 보호할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

YTN 유서현입니다.


촬영기자 : 진형욱

그래픽 : 김진호

화면제공 : 소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