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무릎 꿇고 빌어"…숨진 대전 초등교사, 4년간 악성민원 시달렸다

2023.09.08 오후 04:40
ⓒ연합뉴스
지난 5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의 초등학교 교사가 근무지를 옮기기 전까지 4년간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대전교사노조 등에 따르면 A 교사는 2019년 유성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았다. 이 학급에는 수업 태도가 불량하거나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학생 4명이 있었다.

같은 해 11월 26일 이 중 한 학생이 친구 얼굴을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A 교사는 교내 절차에 따라 학생을 교장실로 보냈다. 그러자 가해 학생의 학부모는 "우리 아이에게 망신을 줬다"며 A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A 교사는 학교 측에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듬해 A 교사의 아동학대 혐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민원은 끊이지 않고 계속됐다. 동료 교사는 "학교를 찾아온 학부모들이 무릎 꿇고 빌 것을 요구하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 갖은 협박을 일삼았다"고 말했다. A 교사의 남편은 "아내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학부모와 마주칠까 봐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결국 A 교사는 최근 다른 초등학교로 근무지를 옮겼다.

A 교사는 서이초 사건 발생 이후 트라우마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매주 토요일 서울에서 열린 추모 집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대전교사노조 측은 "시교육청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며 "A교사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들의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시교육청이 노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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