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육군 방첩부대와 보안사령부가 민간인의 사적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등 불법사찰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행방불명된 아버지가 북한 김일성 주석 사돈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였는데, 진실화해위는 이들이 불법사찰 피해자라고 보고 진실 규명을 결정했습니다.
안동준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리포트]
해방 직후인 1946년,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뒤 동생과 함께 편모슬하에서 자랐던 장 모 씨.
아버지가 사라진 지 15년이 지난 1961년, 갑자기 경찰이 집에 들이닥치더니, 이어 중앙정보부, 육군 방첩부대까지 가족을 감시하고 사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이웃들에게도 장 씨 아버지의 소식을 캐물었고, 이 때문에 가족들은 한 군데 정착하지 못한 채 이사를 다녀야 했습니다.
[장 모 씨 / 국가기관 불법사찰 피해자 : 이웃집 할머니가 너희 할아버지 있느냐, 우리 아버지가 있느냐 이거지. 여기 할아버지 왔다 간 거 아니냐고 파출소에서 물어본다고….]
장 씨 아버지의 이름은 '장정환', 공교롭게 북한 김일성 주석의 사위인 장성택의 삼촌과 한글 이름이 같습니다.
북한의 장정환은 1961년 '군사정전위원회 북측 수석대표'에 오르며 국내에도 알려진 인물입니다.
육군 방첩·보안부대 등은 6·25전쟁 당시 월북했다고 추정해 오던 장 씨 아버지가 북쪽 장정환과 동일인물이라고 추정하고 장 씨 가족을 내내 주시했던 겁니다.
[장 모 씨 / 국가기관 불법사찰 피해자 :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내가 욕을 할 수도 없는 거고. 어떻게 방법 없이 그냥 묵묵히 체념하고 사는 거죠.]
군 정보기관이 불법 사찰한 이유가 궁금했던 장 씨는 50년이 훌쩍 지난 재작년에야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 규명을 신청했습니다.
조사에 나선 진실화해위는 육군 방첩부대와 육군 보안사령부가 지난 1962년부터 1975년까지 헌법과 법령을 위반해 민간인인 장 씨 가족을 사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장 씨 아버지와 북한의 장정환이 생년월일과 출생지, 성명의 한자 표기도 달라 단순 동명이인일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알면서도 피해자들을 감시하고 사찰해왔다는 겁니다.
황당한 이유로 수십 년 동안 국가기관의 감시 속에 살아야 했던 장 씨.
끝내 진실을 듣지 못하고 떠난 어머니와 동생 생각에 후련함보단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YTN 안동준입니다.
촬영기자: 윤지원
그래픽: 지경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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