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3년 12월 02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송영훈 뉴스톱 기자
◇ 최휘 아나운서(이하 최휘)> 다음 팩트체크는 무엇인가요?
◆ 송영훈 기자(이하 송영훈)> 최근 채용에 최종 합격했는데 돌연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사연이 알려져 화제가 됐습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제주도의 대형 복합리조트 채용에 최종 합격해 다른 회사의 입사 제안도 거절하고, 서울 아파트 계약도 파기한 상황인데, 갑작스런 취소 통보로 큰 곤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연봉 협상까지 마치고, 입사 날짜까지 전달받았는데, 출근 2주를 앞두고 회사가 비상 경영체제에 돌입해 채용이 중단됐고, 이에 따라 입사를 상당 기간 보류하게 됐다고 하더니, 곧이어 입사 취소를 통보받았다는 것입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회사 측은 의사소통의 문제였다며, 채용 절차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연의 주인공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며 입사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사연이 알려지자, "노동부에 신고하면 부당해고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댓글이 달렸는데, 의견이 갈렸습니다. 최종 합격 후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을 경우,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봤습니다.
◇ 최휘> 보통 최종 합격 후 입사를 앞두고 있는 경우 채용내정자라고 하죠. 채용내정자의 법적인 지위가 관건이겠군요.
◆ 송영훈> 네, 그렇습니다. 채용 절차를 통해 최종 합격 통지를 받은 자가 출근하기 전까지의 기간을 ‘채용내정’이라고 합니다. 보통 입사 후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므로, 채용내정 기간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은데, 법원은 회사가 채용내정 통지를 하면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2조에 따르면,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합니다. 계약의 성립은 청약과 승낙으로 이뤄지구요. 대법원은 2000년 판결을 통해 근로계약의 체결에 있어 ▲사용자의 모집을 ‘청약의 유인’으로 ▲근로자가 서류전형 및 면접 절차에 응모, 응시하는 것을 ‘청약’으로 ▲이에 대하여 사용자가 서류전형 및 면접 절차 등을 거친 후 행하는 채용 내정통지, 최종 합격통지를 ‘청약에 대한 승낙’으로 봤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사용자의 채용내정자에 대한 채용 의사가 외부적·객관적으로 명확하게 표명”됐다면, “채용내정 시부터 정식발령일까지 사이에는 사용자에게 근로계약의 해약권이 유보돼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근로계약서 작성 여부나 출근 여부와 상관없이 채용내정의 통지 및 최종합격자 통보만으로도 이미 근로계약이 성립됐다고 본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가 최종 합격 통보 이후 합격을 취소할 때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해고 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됩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해 합격 취소를 하기 위해서는 합격의 경위, 근로자가 담당할 업무의 내용과 성질 등에 비춰 볼 때 채용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볼만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해야 하며, 사회 통념상 타당한 이유가 인정돼야 할 것”이라고 봤고, 근로기준법 제23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 최휘> 그렇군요. 채용내정자도 정당한 권리가 있습니다.
◆ 송영훈> 네. 그런데 여기에도 예외가 있기는 합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해고를 허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란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상황이 해당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며,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그 대상자를 선정해야 합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비정규근로자, 채용내정자를 우선적 해고 대상으로 삼는 건 인정됩니다. 법원은 1999년 판결에서 채용내정자의 근로계약은 성립되지만, “현실적인 노무의 제공을 하지 않은 상태로서 근로관계에서의 밀접도가 통상의 근로자에 비하여 떨어져 기존의 근로자들에 비하여 우선적으로 정리해고 대상에 속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합격 후 채용을 취소하는 건 ‘부당해고’로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2003년 “회사는 당초 채용계획 과정에서부터 회사의 사업의 내용 및 규모, 그 진행 전망 등 제반 사정을 면밀히 검토하여 채용할 직원의 수를 정하고 그에 따라 합격 통보를 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채용 대상 부문의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되었다는 등의 사유로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경우, 합격 근로자가 해당 회사에 정식 채용될 것을 기대하여 다른 취업의 기회를 포기함으로써 입게 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 최휘> 이번 사연의 주인공도 해당이 될 수 있겠군요.
◆ 송영훈> 네.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을 따져봐야 하겠지만 현재 알려진 상황만 보면 충분히 다툼의 여지가 있습니다.
◇ 최휘> 이런 사례가 아주 드물 것 같지는 않은데, 만약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할까요?
◆ 송영훈>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합격 취소 통보를 받을 경우, 근로기준법 제28조에 따르면,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당해고가 있었던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합니다.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가 성립한다고 판단되면 사용자에게 구제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구제명령 시 부당해고를 당한 근로자는 입사 취소 통보를 받은 회사에 복직이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입사를 하더라도 부당한 처우를 받게 될 것을 우려하거나, 이미 회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경우라면 복직을 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입사 취소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나 기대권 침해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기 위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가능합니다.
◇ 최휘> 정리하면, 지원자가 회사로부터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경우 출근 전이라도 회사와 근로자 사이에는 근로계약 관계가 인정됩니다. 따라서 ‘채용내정’ 상황에서 합격을 취소할 경우 ‘해고’에 해당하고요. 해고는 경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의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돼 이 경우가 아니라면 부당해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3개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뉴스톱 송영훈 팩트체커였습니다.
◆ 송영훈>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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