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국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전 검사가 가해자인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습니다.
서 전 검사는 그러나 검찰 실체가 알려지고 성추행 피해자에 관한 인식도 변했다며, 단순히 진 게 아니라 이겨가고 있는 거라고 평가했습니다.
차정윤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2018년 1월, 서지현 전 검사는 안태근 전 검사장이 법무부 재직 시절, 장례식장에서 자신을 강제추행했고,
검찰국장 승진 뒤엔 인사 보복도 가했다고 폭로하며 미투 운동의 서막을 열었습니다.
서 전 검사의 고백은 문화계와 정치계로 들불처럼 번지며, 피해자 잘못이 아니란 사회적 연대감을 끌어냈습니다.
[서지현 / 전 검사 (2018년 11월 6일) : (성범죄 피해자는) 말투와 행동이 피해자다운 처참함을 갖췄는지 여부에 따라서 진짜 피해자인지 아닌지를 평가받죠. 그리고 그 이후에는 피해자답게 우울하고 어둡게, 비참한 삶을 계속 살아야 하죠.]
다만,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 전 국장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는 덴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앞서 안 전 검사장은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직권남용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단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죄로 풀려났습니다.
[안태근 / 전 검사장 (2020년 1월 9일) : (대법 선고에 대해 한 말씀만 부탁 드립니다.) (재판 관련 직권남용 범위가 좁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
서 전 검사가 별도로 청구한 1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최근, 서 전 검사 패소를 확정했습니다.
성추행 피해 사실과 가해자를 인지한 지 3년이 넘어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본 원심 판단을 수긍한 겁니다.
이에 대해 서 전 검사는 성범죄를 덮으려 사표를 받으려 한 건 인정하면서 안 전 검사장이나 국가엔 아무 책임이 없다는 억지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검찰이 필사적으로 증거를 은폐했음에도 기적처럼 모든 사실이 받아들여졌다며,
단순히 패소한 게 아니라 검찰 실체를 알리는 등 이겨가고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미투 촉발 후 디지털 성범죄 대응 업무 등을 맡아 활발히 활동해온 서 전 검사는,
정권 교체 직후인 지난해 5월, 법무부 복귀 명령이 내려지자 모욕적인 통보라며 검찰을 사직했습니다.
YTN 차정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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