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수사기관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전화금융사기 수법,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근절은 좀처럼 안 되고 있습니다.
거짓으로 꾸민 영장을 들이밀고 숙박업소에 몰아넣는 등 갈수록 진화하는 수법에 여전히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피해자의 생생한 증언, 박정현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기자]
초록색 우산을 쓴 남성이 호텔 앞 여성에게 다가갑니다.
여성에게 봉투를 건네받고는 그 길로 유유히 사라집니다.
전화금융사기, 이른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돈을 건네는 모습입니다.
시작은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A 씨 /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 제 명의로 된 계정을 이용해서 62명에게 4천만 원가량을 사기를 쳤다, 특급 안건에 해당하니까 제가 지금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 30대 여성은 검찰청 수사관이라 소개한 남성에게 사기 범죄에 연루됐으니 조사에 응하란 압박을 받았습니다.
전화 속 수사관은 협조하지 않으면 당장 구속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무고함을 입증하려면 재산 조사가 필요하다며 홀로 호텔에 머물게 한 뒤 돈을 뜯어내기 시작했습니다.
[A 씨 /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 (협조 안 하면) 신상에 빨간 줄이 남게 되고 그러면 회사에서 너를 고용하고 싶겠냐 너 인생 한번에 망가지고 싶으냐 (협박하고) 수차례에 걸쳐서 대출받게 하고, 다음날엔 제가 갖고 있는 돈, 적금이나 주식을 다 빼가게 하고….]
주변과 접촉하지 못하게 차단하고 10분 간격으로 상황보고를 시키며 코너에 몰아넣은 탓에 의심할 겨를조차 사라졌습니다.
가족, 지인까지 들먹이는 협박에 빨리 무고함을 입증해야겠단 생각 외엔 어쩔 도리가 없었단 겁니다.
[A 씨 / 전화금융사기 피해자 : 담당 검사 이름을 네이버에 검색해봤어요. 해봤는데 이름이 네이버에 나오더라고요. 부장 검사 이름으로 너희 엄마 구속영장이 나왔다 이렇게 계속 가족, 지인 엮어가며 협박하기 시작했어요.]
이 여성이 무려 사흘 동안 서울 강남 호텔에 머물며 뜯긴 돈은 1억 5천여만 원에 이릅니다.
일당이 연락을 끊은 뒤에야 여성은 이상함을 눈치챘지만 이미 전 재산을 잃고 없던 빚까지 떠안은 뒤였습니다.
젊은 2030 세대는 전화금융사기에 주된 표적이 아니었지만, 올해 들어 확인된 피해액만 3백억 원이 넘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는 사회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고 경제적 기반도 취약한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 고통이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YTN 박정현입니다.
촬영기자 : 심원보
그래픽 : 김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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