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뉴스라이더] 가슴 속 품은 사표...'조용한 퇴사' vs '시끄러운 퇴사' 선택은?

2024.03.29 오전 09:28
■ 진행 : 안보라 앵커
■ 출연 :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인용 시 [YTN 뉴스라이더] 명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앵커]
요즘 직장인 2명 중 1명은퇴사하고 싶다는 티를 내지 않고조용한 퇴사 상태로회사에 다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시끄러운 퇴사'가 유행하고 있다, 이런 얘기도 있는데. 이게 다 무슨 얘기일까요? 저는 도통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오늘 알아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요즘 자주 뵙습니다. 심리와 관련해서 그만큼 궁금한 게 많기 때문일 텐데. 말씀드린 대로 조용한 퇴사, 이 말이 요즘에 많이 들립니다. 조용한 퇴사, 조용히 회사를 나가겠다는 건가 싶은데 또 그런 의미는 아니라면서요?

[이동귀]
실제로 퇴사하는 건 아니고 심리적 퇴사 상태에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는데요. 영어로 Quiet Quitting이라고 하는데 2022년에 미국 20대 엔지니어였던 자이드 펠린이라는 사람이 틱톡에 영상을 하나 올렸는데 이게 화제가 된 거예요. 그런데 그 영상의 제목이 흥미롭습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할 수 없다. 실제로 그것보다 더 가치로운 사람이다, 이런 것들을 얘기하는 거죠. 그런데 정해져 있는 일 중에서 맡겨진 일은 한다. 그러나 그 이상의 추가적으로 어떤 일은 하지 않겠다. 초과근무 같은 건 NO, 이렇게 얘기하는 건데. 실제로 퇴사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마음상태에 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앵커]
회사 업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는 겁니까?

[이동귀]
그렇죠, 소극적입니다.

[앵커]
그런데 약간 저는 이 얘기를 들으면서 애매하다 싶었던 부분이 만약에 기한이 정해져 있는데 일을 처리해야 되는데, 할 일이 많다. 이런 경우에는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경우에도 나는 할 수 없다, 이렇게 단호하게 선을 긋는 겁니까?

[이동귀]
그렇게 하면 사회생활하기 어려우니까 눈치껏 빠지는 거죠.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내가 일부러 나를 희생하면서 추가로 일을 하지는 않겠다, 그런 거죠.

[앵커]
아까 방송 시작 전에 그런 얘기를 했잖아요. 조용한 퇴사라는 말이 요즘 유행하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만약에 일을 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그 남은 업무를 하는 거 아니냐고 제가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요즘에 얘기하면...

[이동귀]
그렇게 하면 꼰대 소리 듣습니다. 왜냐하면 공정성이라는 게 중요한데, 일부의 시각으로 보잖아요. 내가 내 일을 최소한만 하게 되면 누군가 더 일을 해야 되는 거 아니냐. 그렇게 되면 민폐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시각인데. 사실 나이 든 분들이 주로 많이 말씀하시는 시각입니다.

[앵커]
요즘에는 너무 적극적으로 회사 일에 나서지 않는다, 조용한 퇴사 이 말이 유행하고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도 많다는 건데 실제로 조사 결과가 있어서 저희가 준비를 해 봤습니다. 보여주시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이거 어떻게 해석해야 됩니까?

[이동귀]
재미있게도 취업포탈 인크루트에서 최근에 한 설문조사인데요. 직장인 1097년 대상으로 조사를 해 봤는데 질문은 뭐냐 하면 현재 당신은 조용한 퇴사 상태이십니까? 이렇게 물어봤는데 결과가 놀라워요. 절반 이상인 51.7%가 그렇다고 얘기를 한 거예요. 그러면 2명 중에 1명은 조용한 퇴사라고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물론 실제로 직접 퇴사를 하지 않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일에 참여 안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실제 다양한 연령에서 연차별로 어떤가라는 것도 함께 살펴본 결과인데요. 보통 사람이 지치게 되는 게 입사 5년 정도 보거든요. 5~20년까지 지치는데 5년부터 8년, 7년. 8~10년, 그다음에 또 이후에 17년. 이렇게 쫙 봤는데 모두가 50%가 넘는 거예요. 주로 보면 8~10년차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앵커]
그때가 가장 회의감을 느끼거나 지치거나. 그런데 흔히 회사생활 하면 왜 3년에 한 번씩 고비가 온다. 이런 얘기도 하잖아요. 이건 어떤 이유가 있는 겁니까?

[이동귀]
사람들이 지어낸 얘기인 것 같아요. 실제로 사람마다 지치는 포인트는 조금 다르죠. 그런데 왜 이렇게 조용한 퇴사가 되는가에 대한 이유가 어떤 건지 관심이 생기잖아요. 예상하실 수 있듯이 가장 많은 이유는 사람들이 얘기할 때 연봉이라든지 복지, 이런 것들이 만족스럽지 않다. 이런 게 많고. 또 직장인들이 많이 얘기하는 것 중의 하나가 뭐냐 하면 내가 현재 하는 일에 열정을 느끼지 못한다. 가슴이 뛰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도 30% 조금 안 되는 게 있고. 조사를 해 보니까 실제로 이직 준비 중이라고 하는 사람이 한 20% 가까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5분의 1은 실제로 이직을 생각하고 있고 준비 중에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회사 업무를 통해서 낸 결과물에 대한 평가가 공정한가, 그게 나에 대한 평가와 어떤 보상으로 이어지는가. 이런 것에 대한 회의감도 있겠군요.

[이동귀]
뭔가 열심히 하는데 그만큼 이게 잘 되지 않는다고 하면 열의 같은 게 떨어지게 되고. 옛날에는 조직이 잘 되면, 회사가 잘 되면 나도 잘 된다, 이런 것들이 상당히 미덕이었지만 지금은 워라밸이라든지 내 개인의 행복이라든지 권리라든지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잖아요. 그런 것을 반영한 거라고 보입니다.

[앵커]
회사 입장에서는 곤란한 상황일 것 같기도 하고. 주변에서 어떻게 볼까, 이것도 궁금한데 어떤 심리로 바라볼까요?

[이동귀]
이걸 봤을 때 실제 조사를 해 보니까 저는 깜짝 놀랐는데요. 이 결과가, 동료가 만약에 조용한 퇴사 중에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렇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놀랍게도 65.8%가 그럴 수 있다. 긍정적으로 반응한 거예요. 그런데 옛날하고는 격세지감입니다. 제가 자료를 찾아보니까 2010년 이때는 어떻게 되냐면 인크루트의 자료인데요. 가장 어이없는 신입사원 유형은 어떤 유형입니까? 이렇게 물어봤더니 시키는 일만 하고 자기가 이후에는 아예 손을 놓고 있는 나몰라 이런 스타일이 가장 어이없다고 얘기했고요. 2015년도 사람인 설문조사를 봤을 때도 이 사람 퇴사시키고 싶다, 이런 직원 어떤 유형인가 물어봤더니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고 있는 그런 직원, 이런 사람 퇴사시키고 싶다. 상위권에 랭크가 됐거든요. 최근 자료를 보면 65%가 긍정적으로 보는 거하고는 상당히 달라진 결과입니다.

[앵커]
조용한 퇴사를 생각하는 배경 중의 하나가 이런 것도 있을 것 같은데 회사일 자체가 나의 발전과 관련이 있는가?

[이동귀]
실제로 그게 상당히 중요합니다. 나한테 의미가 있는가,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가, 이런 것도 중요한 가치인 것 같아요.

[앵커]
저희가 조용한 퇴사가 뭔지, 그리고 배경은 뭔지, 주변에서 어떻게 바라보는지 이런 걸 하나하나 얘기해 보고 있는데 번아웃증후군이 조용한 퇴사 마음먹는데 배경 중의 하나라는 얘기도 있더라고요.

[이동귀]
직접적으로 인과관계로 말할 수 없지만 번아웃이라는 게 소진되는 거잖아요. 원래 초가 다 타버리는 것처럼 열정적으로 달리다가 갑자기 끈이 끊어져버리는 느낌이거든요. 그러면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극도의 피로를 느끼게 되고 실제로 여러분들 생각해 보실 게 내가 사람에 대해서 관심이 점점 줄어들면서 냉소적이 된다. 이런 것도 증상 중의 하나고요. 그러다 보니까 효율성도 떨어지게 되고 성취감도 못 느끼는 상태인데. 이런 번아웃 상태가 오게 되면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일을 안 하게 되는 것과 관련성이 있겠고요. 또 다른 건 업무 스트레스가 과중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내가 업무에 대한 열의가 떨어지고 있다, 이런 것들이 나타나는데. 번아웃되면 정말 안타까워요. 정말 열심히 달리던 사람이 갑자기 서버린 느낌이 들거든요. 아마도 번아웃 되기 전에 자기 마음을 다스리는 단계가 조용한 퇴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그러면 실제로 회사일에서 내 나름의 선을 그어놓고 나는 여기까지만 하겠다, 내가 꼭 해야 되는 부분에 있어서만 하겠다라고 선을 그어놓으면 그런 번아웃증후군을 예방한다거나..?

[이동귀]
아무래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거나 너무 지나치게 내가 달리게 되는 것을 막는 효과는 있겠죠.

[앵커]
조용한 퇴사를 마음먹은 경우에 실제로 퇴사로 이어지는 경우가 없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퇴사를 하고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그런 경우에 어떤 모습으로 회사를 나갈까, 이것도 궁금한데요.

[이동귀]
실제 퇴사하는 모습이죠.

[앵커]
어떤 유형이 있습니까?

[이동귀]
당연히 퇴사를 하는 게 쉽지 않잖아요. 이직 준비를 충분히 하고 계획적인 퇴사를 하는 사람이 절반 이상 되고요. 그다음에 퇴사를 하는데 주변 가까운 사람한테만 퇴사 의향을 보여주고 소곤소곤하다가 나가는 그런 유형도 있고. 회사 입장에서 놀랄 만한 유형은 뭐냐 하면 잘 다니다가 갑자기 충동적으로 그만두는 사람이 있어요. 충동적인 사람이 10%가량 되고요. 그다음에 최근에는 흥미로운 사람이 한 3.6% 정도 아주 소란스럽게 시끄럽게 하고 나가는 거예요. 그러니까 나 퇴사해, 이렇게 알리고 홍보하고 나가는 거죠. 그런 유형이 있습니다.

[앵커]
시끄러운 퇴사 유형. 작게 표시가 되어 있었어요. 조금 전에 그래픽에서 보여드렸는데 지금 그래픽에서 봤을 때는 비중이 작아 보이는데 그런데 요즘에 SNS, 유튜브 같은 데 보면 이 시끄러운 퇴사 유형이 눈에는 많이 띄더라고요. 브이로그 같은 영상을 찍어서 자기 퇴사 과정을 올리는 거잖아요.

[이동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신세대들이 SNS를 많이 하게 되는데 틱톡이나 이런 걸 포함해서 SNS에 퇴사 관련된 영상을 올리는 거, 이게 해시태그 되는 게 1만 2000건 이상이라고 합니다. 이게 원래는 시끄러운 퇴사가 호주에 있는 한 공무원이 실제 2022년에 자기가 사직하기 전에 자기의 일상 이런 모습을 올린 것에서 화제가 돼서 시작됐는데 한국에서도 최근에 퇴사브이로그라는 이름으로 되거든요. 브이로그라는 게 원래 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이잖아요. 잔잔한 일상을 보여주고, 퇴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거거든요. 그중에 흥미로운 건 뭐냐 하면 이 회사의 부조리라든지 이 회사의 업무 이런 게 어떤지 불만족스러운 내용을 적나라하게 올리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상당히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한다는 측면에서는 조용한 퇴사하고는 대비되는 건데. 갤럽에서 2023년도에 글로벌 업무환경보고서라는 걸 냈는데 보니까 전 세계적으로 직장근로자의 약 18%는 요란한 퇴사자에 해당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3.6% 얘기하지만 결국 앞으로 더 많이 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입니다.

[앵커]
외부에 내가 왜 퇴사하는지 그 과정에 대해서 알리고 홍보하고 회사를 나간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도 있으니까 부담스러워할 수 있겠네요.

[이동귀]
상당히 부담스러운 거죠. 특히 얘기를 하다 보면 어떤 게 있냐면 여러 가지 부조리라든지 적나라하게 상황, 이런 것들을 얘기하고. 어떤 사람들은 상사가 부당하게 나한테 지시했던 걸 함께 올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신경이 많이 쓰이죠.

[앵커]
그런데 제가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까 댓글에 퇴사할 때는 조용히 나가야지 요란하게 나가면 이직하거나 이럴 때 동종 업계로 만약에 이직한다면 평판에 안 좋을 수 있다, 이런 식의 댓글도 있더라고요.

[이동귀]
그런 시각이 있는데. 이게 어떤 의미인가가 중요한 거잖아요. 제 생각에는 퇴사할 때 마음이 좋지는 않잖아요. 위로라든지 공감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SNS를 통해서 구하고 싶어 하는 게 많이 있기도 하고. 또 하나는 내 경험 자체, 이 회사의 경험을 공유하겠다, 이런 인식 같은 것도 있고요. 개인의 입장에서는 자기 삶의 기록이기도 하고 적극적으로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는 그런 신세대다운 모습이기 때문에. 또 하나는 생각해 볼 만한 게 뭐냐 하면 영국에서 나온 기사인데요. 상당히 흥미로워요.

뭐냐 하면 파이낸셜타임즈라고 하는 곳에서 왜 신세대가 이렇게 시끄러운 퇴사를 하느냐? 그걸 들여다보면 열악한 근무조건을 폭로하는 의미가 하나 있고. 최근에 미국 같은 데 테크기업 같은 데서 대량으로 사람들을 해고를 했거든요. 이런 문화에 대해서 하나의 반작용이 아니냐. 사람들을 많이 내보내는 걸 제어하는 효과가 있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회사들은 신경 써라, 이런 메시지가 있는 거죠.

[앵커]
저도 유튜브에서 해고당하는 전화를 받는 걸 찍어서 올리는 그런 영상을 본 적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영상들을 보면 조회수가 상당히 높게 나오더라고요. 퇴사 브이로그 영상을 보는 심리는 뭐라고 봐야 됩니까?

[이동귀]
나도 저럴 수 있다는 공감대 같은 것들이 있고요. 마음으로 지지를 보내고 싶은 사람들도 있고. SNS 소통 자체가 젊은 세대들에게 보편화된 그런 게 됩니다.

[앵커]
대리만족의 효과도 있는 걸까요?

[이동귀]
그렇죠. 나도 비슷한 상황일 수 있는데 뭔가 공감이 되고 이러니까 사실 소통라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느껴져요.

[앵커]
저희가 오늘 조용한 퇴사와 시끄러운 퇴사 두 가지에 대해서 얘기를 해 봤는데 말이 참 반대되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동시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하니까 이것도 참 흥미로운데 그 배경이 뭐라고 보십니까?

[이동귀]
제 생각에는 요즘 세대를 생각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예측가능하지 않다는 거고요. 불확실하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요. 언젠가는 이직을 할 수도 있고 이런데 그러니까 늘 준비를 하는 단계에 있는데 자기의 니즈와 환경의 니즈 간에 미세하게 자꾸 조정을 하는 과정이 있는데 조정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 거예요. 조용한 퇴사를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요란한 퇴사가 나타나는 거죠.

[앵커]
그 언저리 어딘가에서 방황하는 분들이 계실 텐데 한마디의 위로를 아니면 조언을 해 주신다면요.

[이동귀]
스트레스를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자기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멘토나 지인, 이런 사람들이 상당히 중요해요. 사회적 지지체계를 구축하는 게 중요합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 조언까지 감사말씀 잘 들었습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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