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역사적 보존" vs "개발 중요"…철거 갈림길에 선 옛 '성병관리소'

2024.10.02 오후 04:02
경기도 동두천시 소요산 입구의 옛 성병 관리소 / 연합뉴스
과거 미군 '위안부'를 강제 격리해 수용했던 옛 성병 관리소 건물의 철거를 두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월 1일 경기 동두천시 소요산 주차장에서 옛 성병 관리소 철거를 반대하는 문화제가 열렸다.

동두천 성병 관리소에 수용됐던 한 여성은 이날 얼굴을 가리고 나와 "가난한 나라에서 형제들은 많고 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해 그래도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기지촌에서 일했다"며 "산부인과 검진 결과 성병에 안 걸렸는데도 페니실린 주사를 맞아 기절할 정도로 아프고 다리에 쥐가 나 걷지 못할 지경인데도 일주일 동안 원숭이처럼 갇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성병 관리소 철거는 기지촌 여성들을 강제로 가둬놓고 감시하던 증거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저 건물을 바라볼 때 가슴 저리게 아프지만 후대를 위해 남겨 그것을 보여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두천 옛 성병 관리소는 정부가 미군 위안부를 대상으로 성병 검사를 한 뒤, 낙검자(검사 탈락자)를 완치될 때까지 가둬두던 곳으로 1973년 세워져 1996년 폐쇄됐다.

당시 미군은 이 건물을 '몽키 하우스'라고 불렀는데, 수용된 여성들이 철창 안에 갇힌 원숭이 신세 같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천막 농성장 / 옛 성병관리소 철거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제공, 연합뉴스

동두천시는 소요산 관광지 확대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해 2월 성병 관리소 건물과 땅을 사들였다. 이달 중 업체를 선정해 철거할 계획이다.

소요산 관광지 인근 상인과 주민들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방치돼 흉물로 인식돼온 성병 관리소가 철거되면 지역 경제가 활성화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공대위는 아픈 역사 현장인 만큼 이를 보존해 후세에 알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성병 관리소 철거를 반대하며 한 달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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