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삼촌이라 부르며 알고 지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해 후유증으로 정신 연령이 네 살이 됐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지인은 끝내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항공사 승무원 취업을 준비하던 김지민(가명)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늦둥이 외동딸로 사랑받으며 자라던 지민 씨의 비극은 지난 2021년 11월 시작됐다. 지민 씨가 평소 삼촌이라 부르며 부모님과도 가깝게 지내던 50대 박 씨가 집에 놀러 온 날이었다. 박 씨를 본 지민 씨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이상 증세를 보인 것이다. 당시 지민 씨는 베란다에 서서 대소변을 눌만큼 정신적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박 씨를 돌려보낸 지민 씨의 부모는 이후 딸에게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동안 박 씨가 지민 씨에게 운전면허 주행연습을 시켜주다가 수차례 성폭행을 했고, 그동안 자신을 데리고 모텔 등을 다녔다는 것이다.
부모는 곧바로 박 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지민 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부모를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의사소통이 되지 않았고, 멍한 표정으로 알 수 없는 말을 속삭이는 등 어린아이 같은 모습도 보였다. 끝내 그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네 살 수준의 인지능력으로 퇴행했다'는 진단과 함께 정신과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당시 지민 씨를 직접 만난 심리 전문가는 "제가 그동안 만난 피해자 중에 이 정도로 심각한 피해자는 처음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는 지민 씨의 죽음이 자신과는 연관이 없으며, 성폭행도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지민 씨를 죽인 건 자신이 아니라 지민 씨의 아버지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지민 씨 아버지와의 통화에서 "걔가 운전해서 갔지, 내가 운전해서 갔냐"며 "옷을 안 벗으려 한 정도였다"고 지민 씨가 원해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지민 씨는 경찰서에서 피해 진술을 하지 못한 채, 지난해 8월 스물넷의 나이로 안타깝게 사망했다. 정신과 병원에서 퇴원한 후 상태가 조금씩 호전됐지만 지난해 6월 우연히 마트에서 박 씨를 마주쳤고 기억이 되살아났는지 힘들어하다 두 달 후인 지난해 8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검찰은 사건 발생 2년 5개월 만인 지난 6월 박 씨를 강간 치사와 강제 추행 등으로 구속했다.
이에 대해 박 씨 변호인은 "이게 구속까지 될 일인가. 사건은 2021년 11월에 있었고, 사망은 2023년 8월에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죽었겠는가"라며 "증거기록 안에서 멘탈 나가서 진료받은 게 있더라. 이 친구가 뭔가가 있나? 갸우뚱하게 만들더라. 그전부터 징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며 박 씨와 관계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지민 씨는 학교 졸업 후 아울렛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고, 적응하지 못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는 "누구나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고 한두 번 진료로 회복됐다면 평범한 수준인 거다"라고 말했으나, 해당 진료를 빌미로 박 씨 측은 지민 씨가 전부터 이상이 있었을 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 "이 사건은 피해자 진술이라는 주요 증거가 없는 반면에 제일 강한 증거는 정황이다. 관계가 있었던 무렵에 정신적인 충격으로 인해 인지 장애라는 상해가 발생했고, 또 그러다가 우연히 박 씨를 만난 바로 직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렸다. 이런 정황이 사실은 이 남자로부터 강제적으로 뭔가 성관계를 당했겠구나 라는 추정을 강하게 하는 가장 의심스러운 요소이다. 그런 것들이 분명 참작이 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가해자로 지목된 박 씨는 무죄를 확신하는 듯한 태도였다. 박 씨는 "마땅한 증거가 없다. 지민이 아버지의 진술밖에 없다. 정신 멀쩡할 때 강간당했다고 했어야지, 안했잖아. 피해자 측은 한방이 없다. 나는 염려 안 한다. 나는 1심 때 충분히 나갈 거라고 본다"라고 주장했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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