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계획이 없던 한강 작가가 남편의 말 한마디에 아이를 낳기로 마음을 바꾼 일화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13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애 안 낳으려고 했던 한강 작가가 설득된 말'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2000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한강의 자전소설 '침묵'의 일부 내용이 함께 올라와 있다.
소설 '침묵'에 따르면 한강은 홍용희 평론가와 결혼한 지 2년쯤 됐을 때 자녀 계획을 주제로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당시 한강은 "못다 이룬 꿈을 자식의 인생에 이르러 성취하겠다는 식의 소유욕에 염증을 느꼈다"며 "잔혹한 현실의 일들을 볼 때면 고민 없이 아이를 낳는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이런 생각을 가졌던 한강에게 남편은 "세상은 살아갈 만도 하잖아? 그렇다면 한 번 살아보게 한다고 해도 죄짓는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라며 "여름엔 수박이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잖아"라고 했다. 또 "그런 것 다 맛보게 해 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 주고 싶지 않냐"고 되물었다.
남편의 말에 느닷없이 웃음이 나왔다는 한강은 "다른 건 몰라도 여름에 수박이 달다는 건 분명한 진실로 느껴졌다"며 "설탕처럼 부스러지는 붉은 수박의 맛을 생각하며 웃음 끝에 나는 말을 잃었다"고 회상했다.
한강 작가의 일화를 접한 누리꾼들은 "부부간 대화도 문학적이다", "이런 게 문학의 힘", "노벨상 받은 기쁨도 자녀들과 함께 나눠 좋으셨겠다", "좋은 남편을 만나셨다", "노벨상 여름에 수상했으면 수박 다 동났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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