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주인이 날 죽이려해” 알고보니 세입자의 피해 망상

2024.10.21 오전 10:58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21일 (월)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강호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60대 여성 A 씨가 천안으로 이사를 오게 된 건 2011년 경이었습니다. 새 마음 새 뜻으로 열심히 살아보고자 했죠. 그런데 그런 A씨 눈에 뭔가 거슬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고 하는데 그건 바로 자신이 세 들어있는 집의 집주인이었습니다. 여성 A씨는 과거 자신이 알던 B 씨와 심하게 다퉈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은 점을 항상 불안해해왔다고 하죠. 이유는 B씨가 언제라도 자신을 해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A씨의 눈에 들어온 건 어딘지 모르게 수상쩍게만 느껴지는 집주인의 행적이었는데요. A씨는 더 이상 이대로 두고 봐선 안 되겠다 결심했습니다. 집주인이 자신을 해 할 거라 믿는 여성 A 씨. 그리고 그럴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고 말하는 집주인.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요? 그런데 이 사건에는 놀라운 반전이 하나 숨어 있었습니다. 과연 뭐였을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강호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김강호 변호사(이하 김강호): 네,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김강호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세입자가 집주인을 무참히 살해한 그런 사건이었습니다. 흉기를 굉장히 여러 차례 휘두른 모양이더라고요.

◇김강호: 네 그렇습니다. A씨는 지난 2011년 천안시로 이사를 올 무렵부터 집주인이 괴롭힌다 라는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2014년 5월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간 A씨는 80대 집주인을 만나게 되었는데요. A씨는 이사를 온 지 1년 만에 집주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는 2015년 6월 16일 집주인에게 찾아갔다가 아들이 오기로 했다는 말에 되돌아 나왔습니다. 몇 시간 뒤 다시 집주인에게 간 A 씨는 흉기를 마구 휘둘러 60회 이상 그를 찔러 살해했습니다.

◆이원화: 60회를 찔렀다고 하는데 도대체 왜 그랬던 겁니까?

◇김강호: 집주인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A 씨가 집주인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범행 6개월 전인 2014년 12월에는 집주인을 자신의 방으로 부른 뒤 밥과 국에 약을 뿌렸다며 감금하고 폭행해 입건되기까지 했는데요. 하지만 집주인은 A 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아 그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결국 6개월 후 살인 사건이 터진 것이었죠.

◆이원화: 집주인이 세입자 여성 A씨를 해하려 한다는 건 진짜였나요?

◇김강호: 바로 그게 문제입니다. 전혀 사실이 아니었고 A 씨의 망상이었을 뿐입니다. A 씨는 집주인이 음식에 약을 타 나를 죽이려 한다는 망상에 시달렸고 자신의 방에 CCTV를 설치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원화: 6개월 전 폭행 사고가 났을 때 제대로 된 처벌을 받게 했다거나 아니면 최소한 정신과적인 도움이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아니었을까 그런 아쉬움도 남는 것 같습니다.

◇김강호: 네 그렇습니다. 폭행 사고 때 조치가 있었다면 이처럼 더 큰 사건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A 씨는 결국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집주인을 찾아가 60회 이상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이원화: 살해 동기가 워낙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A씨 측에서는 당연히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이라든지 이런 감경 사유를 주장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떻습니까?

◇김강호: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를 8회 가량 찔렀다며 자신은 살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A씨가 경찰에 집주인이 폭언을 해 화를 이기지 못해 범행했다라고 진술한 점을 토대로 그가 살해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는데요. 그리고 재판부는 A씨가 조현병을 앓는 듯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면서도 범행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곧 끝날 거니까 괜찮다면서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등 잔혹한 모습을 보인 점, 죽일 생각이 없었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점 등에 비춰 엄중한 처벌을 가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3년과 치료감호를 선고했습니다.

◆이원화: 양측 다 항소하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김강호: 그해 12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A 씨의 심신미약 상태가 커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는데요. 관련하여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찾아온 피고인에게 살해당해 편안히 잠들지 못하게 됐다 또 피고인은 피해 회복과 관련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원화: 징역 15년의 치료 감호를 선고받았다 말씀해 주셨는데 치료 감호라는 게 어떤 건지도 한번 설명해 주시죠.

◇김강호: 치료 감호란 심신장애 상태, 마약, 알코올 등의 중독 상태, 정신성적 장애가 있는 상태 등에서 범죄 행위를 한 자를 치료 감호시설에 수용하여 치료를 위한 조치를 행하는 보안 처분입니다. 수용 기간은 심신장애 및 정신성적 장애의 경우 15년, 마약, 알코올 등의 중독의 경우에 2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치료 감호와 형이 병과된 경우에는 치료 감호를 먼저 집행하고, 이 경우 치료 감호의 집행 기간은 형 집행 기간에 포함됩니다.

◆이원화: 문제는 앞서 살펴본 사건과 비슷한 일들이 실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거든요. 최근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죠?

◇김강호: 네 그렇습니다. B 씨는 작년 1월 8일 서울 중랑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과거 직장에 같이 다녔던 이웃을 둔기로 여러 차례 때려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는데요. B 씨는 2017년부터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는 망상을 해왔고, 피해자 역시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생각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범행 이후 집주인 또한 자신을 해치려 한 것으로 의심해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는데요. 1심은 B씨가 망상장애에 빠진 심신미약 상태라고 인정하면서도 죄질이 나쁜 점을 고려해 징역 12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습니다. B씨와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기각됐고, 대법원도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각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2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라고 하며 B 씨의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최근 8월에 사건 X파일에서도 다뤘던 일본도 살인 사건 역시 정신질환에서 기인한 측면이 있습니다.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미행하는 현 정권에서 보낸 스파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밖에도 경찰 조사 과정에서 누군가 내 귀에 도청장치를 설치했다 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원화: 저는 지난해 분당에서 발생한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이 떠오르거든요. 이 사건의 범인인 최원종 역시 조현병. 망상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하죠.

◇김강호: 네. 최원종은 지난해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하고 행인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러 14명의 사상자를 냈는데, 전날 범행 장소를 언급하는 암시글을 올려 일종의 살인 예고글 유행의 시작점이 됐습니다. 최원종은 경찰 조사에서 불상의 집단이 나를 청부살인하려 했다, 부당한 상황을 공론화시키고 싶었다. 등 알 수 없는 진술을 반복했고, 취재진에게도 몇 년 동안 조직 스토킹의 피해자였고, 집 주변에 조직 스토킹 스토커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해 집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는 등 조현병이나 망상으로 추정되는 발언을 하였습니다. 최원종은 중학생 때부터 대인기피증이 심해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았고, 조현성 인격장애 진단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정신과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라고 하며 어느 순간부터 병원에 가지 않았는데요. 그 뒤 범행으로 이어졌고,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원화: 보통 아무리 정신질환이 있다고 해도 중형이 선고되곤 하지만 간혹 무죄 나오는 경우도 있긴 하죠.

◇김강호: 네. 술을 마시다 환각에 사로잡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현병을 앓는 아들 C씨에게 2심에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C 씨는 체포 후에도 내가 멱살을 잡아다가 끊어버렸다, 내가 죽였다, 나는 죄가 없어 사람 죽였다라고 말하는 등 횡설수설했는데요. C씨의 손에는 멍이 든 흔적은 없었고, 오른손가락과 상의에서 피해자의 혈흔이 발견됐습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먹과 발로 피해자를 수차례 때린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된 두부 손상이 이러한 폭행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는다 라고 하며 피해자가 민박집 3층에서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피고인과 피해자가 술을 마셨던 3층 거실의 창문은 높이가 높지 않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C씨가 이전에도 폭행, 살인 자수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수차례 112에 허위 신고를 한 점을 들어 112 신고 당시나 그 직후 경찰에서 한 피고인의 진술을 진지한 범행의 자백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례는 정신질환으로 책임 능력이 없어 무죄가 선고된 것은 아니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된 사례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원화: 네 이게 참 조심스러운 부분인 것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고 해서 그렇지 않은 분들에 비해 특별히 범죄율이 높다 이런 통계는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그러니까 정신질환자라고 해서 강력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크다 이런 공식이 전혀 성립되지는 않는다는 거죠.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의 묻지마 범죄가 종종 나오다 보니까 겁난다 뭐 이런 분들이 많긴 하거든요. 진짜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김강호: 네 그렇습니다. 다만 조현병 등 정신질환자들의 강력범죄 현황은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합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강력범죄 등 현행 형법 관련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는 9,058명으로 2018년 7304명보다 무려 24.4%나 늘었습니다. 관련하여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입원으로는 정신건강복지법상의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있습니다. 2명 이상의 보호 의무자가 신청하고 2명 이상의 전문의의 일치된 소견이 있으면 비자발적 입원을 실시할 수 있는데요. 이외에도 법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강제 입원을 신청할 수 있는 행정입원도 있지만 소송 등의 우려로 실제 시행은 제한적입니다.

◆이원화: 그렇다고 근데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고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사법입원제가 필요하다 이야기 나오는 것 같던데 사법입원제라는 건 어떤 건가요?

◇김강호: 네 사법입원죄는 범죄 예방을 위해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법관이 결정하도록 하는 것으로서 재발 방지책으로 거론되는 제도입니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의하면 정신질환은 제대로 치료가 됐을 때 공격성 범죄율이 훨씬 낮게 떨어지고 적절한 치료를 받았을 때 회복까지 가능한 질환입니다. 그래서 여러 나라에서 적절한 치료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면서 미국에서는 사법 입원, 영국과 호주에서는 정신건강심판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무병원에 온 정신질환 범죄자들은 재판이라는 절차를 거쳤다는 것만으로도 치료의 필요성을 어느 정도 수긍한다고 합니다. 이에 정부는 사법입원제에 대한 공론화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12월에 발표한 정신건강정책 혁신 방안에서 사법입원제 관련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고 자타해 위험 환자의 치료 중단 방지를 위한 외래치료 지원제 활성화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해 8월부터 법무부 등의 범정부 테스크포스가 가동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고요. 이 관계자는 치료 중단 문제가 크다. 치료 중단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고 안 좋아지면서 좋지 않은 사건들이 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진단했습니다.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 제도가 적법 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다면 이러한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일 것 같습니다.

◆이원화: 사건의 X파일 오늘은 망상에 시달려 자신이 새 들어 살던 집주인을 흉기로 살해한 60대 여성의 사건 살펴봤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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