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매일 밤 귀신 소리" 北 괴음 방송에 주민들 고통…"대북 전단 때문에?"

2024.10.21 오전 11:48
북한의 대남방송 스피커가 초록색 벽으로 둘러싸여 있다 / 연합뉴스
최북단 접경지인 파주시 민통선 내 대성동 마을의 주민들이 대남방송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했다.

20일 넘게 이어진 대남방송에서 동물 울움 소리, 귀신 소리 등이 흘러나와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이다.

파주시는 지난 18일 임진각 내 민방위 대피소에 이동 시장실을 열고, 접경 지역 주민의 피해 청취와 대책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비무장지대 내 소재한 대성동 마을과 통일촌, 해마루촌 등 민통선 마을 주민 30여 명은 이동 시장실을 찾아 최근 극심해진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다.

파주 접경 지역 일대는 최근 들어 긴장 수위가 급격히 높아졌다.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또 남북의 확성기 방송 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9월 28일부터 현재까지 20일 넘게 대남 확성기 방송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이제껏 들어본 대남 방송 중 소음 강도가 가장 높다고 주민들은 호소했다. 여우, 들개, 까마귀 등 동물의 울음소리부터 쇠뭉치를 긁는 소리, 기계 돌아가는 소리 등 소름 끼치는 소리가 밤낮없이 들려와 주민들 대부분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 주민은 "이전 대남방송은 사람 말소리였는데 이번에는 기괴한 소음으로 고문하는 수준"이라며 "정신병이 걸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방음벽을 설치하거나 잠을 잘 수 있는 임시 거처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와 파주시는 이같은 북한의 확성기 방송이 민간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시민들의 불안과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엄중한 상황"이라며 “위험구역 설정으로 부여된 지자체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대북 전단 살포 행위 적발과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16일 "대북 전단 살포시 북한의 포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파주와 연천·김포 등 3개 시군을 대북 전단 살포와 관련한 위험구역으로 설정했다. 대북 전단을 보내는 행위자들에게 출입 금지 명령을 내리고 불응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경기도의 위험구역 설정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 지사로 재임하던 2020년 6월에 이어 두 번째다.

디지털뉴스팀 박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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