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신 싣고 여자만 노린 '유령 택시', 금품부터 목숨까지 빼앗았다

2024.10.23 오후 04:22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10월 23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이현태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이원화 변호사(이하 이원화): 누가 봐도 의심할 여지가 없었을 겁니다. 영업용 번호판에 차 위에 달려 있는 택시 등까지 그저 평범한 택시 그 자체였죠. 여성이 택시인 줄 알고 탔던 이 차량은 유령 택시였습니다. 그러니까 훔친 택시 등과 번호판으로 택시인 척 운행하던 범죄 차량이었던 거죠. 차량에 2명의 남성이 타고 있었는데 이들은 여성이 가진 현금과 카드를 빼앗은 후 잔인하게 목을 졸라 살해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경찰에 들키지 않기 위해 차량의 번호판을 바꿔 다는 치밀함까지 보였다고 하죠. 또 다른 범행을 계획하던 두 남성은 경비업체 직원들에 의해 제압됐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유령택시를 이용한 그들의 범죄 행각도 막을 내리나 싶었죠. 그런데 그 후 정말 황당한 일이 또다시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오늘 사건 X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 X파일 이원화입니다. 오늘은 로엘 법무법인 이현태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이현태 변호사(이하 이현태): 안녕하세요. 로엘 법무법인의 이현태 변호사입니다.

◆이원화: 오늘 다뤄볼 이 사건 2명의 남성이 마치 택시인 척 유령 택시를 운행하면서 벌어진 살인 사건입니다. 일단 두 남성에 대한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은데 김 씨와 허 씨가 등장하죠?

◇이현태: 그렇습니다. 이 사건은 한일 월드컵으로 들썩였던 2002년에 발생했는데요. 주범인 김 씨와 공범 허 씨에 의해서 범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 당시 김 씨는 28살이었고, 허 씨는 24살이었습니다. 이런 김 씨와 허 씨는 경기도 용인의 한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같이 일하며 알게 된 사이였습니다. 이들의 성장 배경을 한번 살펴보면 김 씨는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나름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도 군복무 당시 특수강도를 저지르는 등 20대 때부터 절도와 강도, 성범죄 등으로 교도소를 들락거렸고, 허 씨를 만났을 무렵에는 무려 전과 7범이었습니다. 한편, 허 씨는 8살 때 부모가 이혼한 후 계모 밑에서 자랐습니다. 경제적으로도 매우 불우한 환경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지만 이 사건 이전까지는 별다른 전과는 없었습니다.

◆이원화: 그런데 그냥 동료 사이 정도가 아니라 범행을 같이 계획할 정도라면 정말 친했다거나 아니면 이해관계가 딱 들어맞아야 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 경우는 어땠습니까?

◇이현태: 사실 이들이 골프장에서 함께 일했던 기간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2002년 3월 중순경 허 씨가 취직했고, 그곳에서 5개월 정도 먼저 입사한 김 씨를 만나게 됩니다. 한편 허 씨는 조금 내성적인 성격이어서 다른 직원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런 허 씨에게 김 씨가 살갑게 대해주자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죠. 이들은 서로 가까운 곳에 방을 얻어 자취를 했고, 서로 형 동생하며 개인 사정까지 털어놓는 사이까지 발전을 하게 됩니다. 당시 허 씨는 800만 원의 카드 빚 때문에 항상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김 씨가 이런 허 씨의 사정을 알고는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겠냐, 이렇게 물었고, 크게 한탕하자면서 범행을 제안하게 됩니다. 이때 허 씨는 당시 1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었는데 이걸로는 도저히 자신의 빚을 갚을 수 없다고 판단해 결국 김 씨의 제안을 수락하게 됩니다.

◆이원화: 처음 시작은 허 씨가 김 씨의 게임에 넘어갔다 이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둘이 첫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게 김 씨의 지인이었다면서요?

◇이현태: 그렇습니다. 이들의 첫 범행 대상은 김 씨가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에서 일했던 이 씨였습니다. 2002년 4월 18일 늦은 밤 김 씨는 드라이브나 하자며 이 씨를 불러냅니다. 그리고 자신의 차량에 태우고는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주차장으로 데려갔죠. 여기서 김 씨가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자 숨어 있던 허 씨가 튀어나왔고, 두 사람은 이 씨를 위협해 신용카드 2장과 현금 10만 원을 뺏은 뒤 노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합니다. 그리고 시신은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고요.

◆이원화: 드라이브를 같이 갈 정도였다고 한다면 사실 어느 정도 친분 관계가 있었다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아무 원한 관계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범행을 벌였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 같은데 목적이 돈이 아니었나요? 왜 굳이 살인까지 저지른 건지 이게 좀 답답합니다.

◇이현태: 허 씨의 진술에 의하면 이건 김 씨 생각이었다고 하는데 살려두면 신고할 게 뻔하다 이렇게 말하면서 살해했다고 합니다. 소위 뒤탈을 만들지 않아야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살인까지 저질렀던 것이죠. 이렇게 첫 범행에서 자신감을 얻은 이들은 좀 더 효과적이고 치밀한 범행 방법을 계획하기로 합니다. 심지어 김 씨는 본격적으로 범행 준비를 하기 위해서 골프장에 사직서도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유령 택시를 이용해 여성을 태워 돈을 뺏는 것이었습니다.

◆이원화: 택시인양 차를 운영하면서 택시를 잡아탄 승객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건가요? 그러려면 택시 자체를 훔치거나 해야 할 텐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이현태: 범행에 사용된 차량은 김 씨 소유의 그 소나타였는데요. 바로 택시로 흔히 사용되는 차량이었죠. 그리고 여기에 다른 택시에서 훔친 번호판과 택시 등을 달아서 택시처럼 보이게 했습니다. 이렇게 하니 겉으로만 보면 일반 택시와는 전혀 다를 바가 없었던 거죠. 허 씨와 김 씨의 두 번째 범행은 첫 범행이 있었던 날로부터 9일이 지난 2002년 4월 27일에 벌어졌습니다. 이들이 이 유령 택시를 타고 수원과 용인 일대를 돌아다녔고, 그러다가 밤 11시가 되었을 무렵 수원 삼성전자 정문 앞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피아노 강사 박 씨를 태우게 됩니다. 그런데 박 씨가 말한 행선지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박 씨가 저항했고 그러자 이들은 주먹을 휘두르며 박 씨를 위협합니다. 그리고 오산천 주차장으로 끌고 가 마구 폭행한 뒤 현금 2만 원과 신용카드를 빼앗았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김 씨가 허 씨를 차량 밖으로 내보낸 후 망을 보라고 하더니 차 안에서 박 씨를 강제추행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원화: 혹시 또 살인으로까지 이어졌나요?

◇이현태: 김 씨는 피해자 박 씨를 강제추행한 후 이내 노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합니다. 이렇게 두 번째 범행을 저지르고는 그다음 날 허 씨는 태연하게 골프장으로 출근했고, 오후 3시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하다가 이제 허 씨도 사직서를 제출합니다. 그리고 그날 밤 이들은 세 번째 범행도 저지르기로 합니다. 그러니까 2002년 4월 28일 밤 9시쯤 용인시 기흥읍 영덕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서비스센터 앞길에서 이 씨를 태웠습니다. 두 번째 범행 장소와는 2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죠. 이 씨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취업해서 동생과 부모를 챙기던 사회초년생이었습니다. 이날 야근한 후 택시를 타고 귀가하려다가 안타깝게도 하필 이 범인들의 택시를 타게 된 것이죠. 피해자 이 씨는 목적지와 달리 택시가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을 달리자 항의했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범인들은 이 씨를 오산 나들목 부근 갓길로 끌고 가 현금과 카드를 빼앗고 같은 방법으로 살해했습니다.

◆이원화: 자기가 가자고 한 방향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걸 알았을 때 이 여성이 느꼈을 공포감 말도 못할 것 같은데 그런데 앞선 두 번째 범행도 그렇고 이번 건도 그렇고, 시신은 또 어떻게 한겁니까?

◇이현태: 처음 살해한 미용사 이 씨를 제외하고는 다른 피해자들의 시신을 그대로 차 트렁크에 싣고 다녔습니다.

◆이원화: 물건 싣듯이 그냥 넣어서 다녔다고요?

◇이현태: 너무 빠른 시간 내에 여러 건의 범행을 저지르다 보니 시신을 제대로 처리할 여유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세 차례의 범행이 아주 쉽게 이루어지자 허 씨와 김 씨는 더욱 대담해집니다. 이전에는 돈만 뺏었지만 이번에는 야타족 행세를 하며 재미도 보고 한탕하기로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택시 등을 떼고 유행가로 돌아다니다가 새벽 5시쯤 수원시 매탄동 번화가에 차를 정차했습니다. 그리고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가 나이트 클럽에서 나오는 의류 매장 직원들인 안 씨, 정 씨, 강 씨 등 3명의 여성에게 술이나 한잔 하자며 접근했습니다. 이 여성들은 아무 의심 없이 차에 올라탔고, 허 씨와 김 씨도 처음에는 본색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무려 17시간 동안이나 여주와 이천 등지로 돌아다니다가 영동고속도로 용인휴게소 인근 갓길에 차를 세웠고, 그때 순식간에 강도로 돌변했습니다. 여성들을 위협해 현금 12만 원을 빼앗았고, 안 씨를 일행들이 보는 앞에서 성폭행하고 노끈으로 목을 졸라 살해하기까지 했습니다.

◆이원화: 너무 충격적인데, 그런데 이번에 직전의 상황들과는 조금 다른 게 범행 대상이 3명이었잖아요. 그런데도 범행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죠?

◇이현태: 남은 2명이 극렬하게 저항하기는 했는데, 김 씨는 남은 두 여성을 끈으로 결박한 다음 너희들은 풀어줄 거라고 하면서 속이고 저항을 멈추게 한 뒤 같은 방법으로 차례대로 살해했던 겁니다. 여성이 3명으로 숫자가 더 많았어도 건장한 남성 2명을 힘으로 당해내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또 일행이 성폭행을 당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니 극한의 공포심을 느꼈을 테기도 하고요. 한편 이 사건에서 놀라운 점은 허 씨와 김 씨가 20대 여성 5명을 살해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 47시간에 불과했다는 겁니다. 만으로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는 거죠. 하지만 이들이 5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손에 쥔 돈은 고작 250만 원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원화: 당초 범행 목적이 돈이었다고 해주셨는데 이쯤 되면 돈보다 살인에 더 포커싱이 돼 있었던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이 사람들 어떻게 잡힌 겁니까?

◇이현태: 허 씨와 김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범행을 이어나갈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요. 이미 차에 시신이 5구나 있었는데 추가로 범행을 하려고 계획했던 거죠. 하지만 나름 치밀하게 범행을 하기 위해 계획했던 일이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그건 바로 경찰에 꼬리가 잡힐 수 있으니 번호판을 바꿔 달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거죠. 2002년 4월 30일 비 내리는 밤이었는데요. 이날 허 씨와 김 씨가 용인시에 있는 삼성 반도체 주차장에 잠입합니다. 그리고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한 승용차에 다가가서는 허 씨네 망을 보고 김 씨가 번호판을 떼어내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이 모습은 사설 경비업체 CCTV에 포착이 됐고, 얼마 후 7명의 직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20분간 격투를 벌인 끝에 허 씨와 김 씨를 제압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 사설 경비업체 직원이 신고를 했고, 신고를 받은 경찰이 현장에 출동을 했는데 여기서 다소 황당한 일이 벌어집니다. 경찰이 허 씨와 김 씨에게 수갑도 채우지 않고 순찰차에 태웠고 이들이 몰고 온 차를 확인하러 갔는데, 그 사이에 범인들이 키가 꽂혀 있던 순찰차를 몰고 그대로 달아나버린 겁니다. 당황한 경찰은 경비업체 직원들과 이 경비업체의 차량을 타고 100여 미터 뒤쫓아 갔는데 순찰차를 가로막고 다시 한 번 격투를 벌인 끝에 허 씨는 체포했지만 김 씨는 그대로 도주하게 됩니다.

◆이원화: 황당하네요. 사실 그때만 해도 이 두 남성이 연쇄 살인마일 거다 이런 생각은 못했을 것 같긴 하거든요. 단순 절도범이라고 생각해서 느슨하게 대처했던 거 아닌가 싶긴 한데, 그래서 어떻게 됐습니까?

◇이현태: 아마도 처음에는 번호판을 훔치는 단순 절도범이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도 2명 이상의 경찰관이 출동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때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1명만 사건 현장에 출동했던 겁니다. 또 이때 출동했던 경찰은 허 씨만 파출소로 연행을 했고, 김 씨를 놓친 사실은 보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약 1시간 후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김 씨의 승용차를 확인해 보니 피해 여성들의 시신 5구가 발견됩니다. 모두 손과 발이 꽁꽁 묶인 채 목이 졸려 숨진 처참한 모습이었죠. 그리고 차 안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삽과 괭이, 노끈, 그리고 여러 장의 신용카드, 수표, 현금들이 함께 발견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때서야 김 씨의 도주 신고 및 정식 보고가 이루어지면서 수사가 본격적으로 확대됐습니다.

◆이원화: 도망쳤다고 했던 김 씨는 혹시 잡았습니까?

◇이현태: 조금 늦었지만 경찰이 인근 검문소와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대대적인 검문,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김 씨는 포항에 있는 동생에게 도움을 요청을 했고, 김 씨 동생과 어머니가 승용차를 타고 용인으로 출발해 김 씨를 태우고 다시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가는 도중에 동생의 카드로 600만 원을 인출해 도피 자금을 확보를 했고, 용인에 있는 동거녀에게 전화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포항 상대동 주택가에 방을 얻어 장기 도피를 위한 은신처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은 동거녀와 통화한 내역을 확인해 발신지인 포항으로 형사대를 급파했고, 동생을 통해 김 씨의 소재를 파악한 경찰은 은신처를 급습했으나 급히 다락방으로 달아난 김 씨가 소지하고 있던 흉기로 자해를 하게 됩니다. 경찰이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김 씨는 과다 출혈로 숨졌습니다.

◆이원화: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더라라는 말 하곤 합니다만 두 남자의 만남 자체가 잘못된 만남이 아니었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이현태: 만약 허 씨가 김 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살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허 씨는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고 재판에서 사형이 확정되어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에 있습니다.

◆이원화: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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