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정 공방 이어지는 '연대 논술'...수험생 혼란 가중

2024.11.22 오후 08:16
[앵커]
지난달 연세대학교 수시 자연계열 논술 시험에서 문제지가 한 시간 일찍 배부되는 일이 있었죠.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고, 법적 분쟁으로까지 이어지며 대입 일정 마감 시한까지 사태가 해결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사회부 배민혁 기자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배 기자, 안녕하세요.

일단 논란이 생긴 지 한 달이 넘은 만큼 많은 과정이 있었는데요.

논란의 시작 한 번 되짚어 주시죠.

[기자]
처음 시작은 지난달 12일이었습니다. 연세대학교 수시 자연계열 논술 시험이 진행된 날입니다.

당시 백여 개가 넘는 고사장에서 동시에 시험이 진행됐는데, 이 가운데 한 고사장에서 문제가 생겼던 겁니다.

시험 시작 시각이 오후 2시였는데, 시험시각을 착각한 감독위원이 한 시간가량 일찍 시험지를 배부했다가 회수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수험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내용이 알려지며 감독이 부실했다는 의혹이 퍼졌습니다.

게다가 그날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 논술 시험 문제지나 연습지가 그대로 찍힌 사진들이 게시되면서 문제 유출 의혹까지 불거진 겁니다.

[앵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수험생들이 재시험을 요구하고 나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당시 수험생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글들을 보면, 시험이 불공정했다는 내용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또 시험지가 한 시간가량 먼저 배부됐던 것도 누군가에게는 문제를 풀 시간이 더 있었던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됐는데요.

입시 전문가들도 소수의 학생이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문제지를 먼저 볼 수 있었던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임성호 / 종로학원 대표 : 짧은 시간 공개됐다 하더라도 그 문제를 보면서 특정 수험생에게는 굉장히 좀 도움이 될 수 있던 부분들이 판단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재시험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봐야 되지 않느냐….]

이런 지적들이 이어지자 연세대는 공정성 논란을 일축하기 위해 해명에 나섰습니다.

지금 이 사진이 당시 인터넷에 게시됐던 문제지 사진 가운데 한 장인데요.

연세대는 이 사진을 봤을 때, 문제를 푼 흔적이 있고, 시험 종료 30분 전에야 공지됐던 문제 오류를 정정했던 흔적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이 사진은 시험 시간 중간에 찍힌 게 아니라 누군가 시험이 끝난 후 악의적으로 사진을 찍어서 유출한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결국, 연세대는 문제지가 시험 시작 전에 유출된 정황을 파악되지 않은 만큼, 시험의 전반적인 공정성이 훼손됐다기보다 개별 학생들의 일탈과 부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재시험은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앵커]
꽤 구체적인 근거까지 설명한 해명인 것 같은데, 그럼에도 수험생들 분위기는 잘 가라앉지 않은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해명에도 시험의 불공정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거나 그런 의혹은 아니지만, 일단 시험이 끝나자마자 빠짐없이 회수해야 하는 문제지가 일단 온라인에 유포됐다는 것만으로도 관리 감독이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당시 연세대 논술시험에 응시했던 학생의 이야기 들어보시죠.

[연세대학교 논술 시험 응시자 : 연습지, 답안지는 연세대 측에서 시험이 끝나자마자 즉각 회수하기 때문에 온라인에 절대 유출돼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한데, 감독관이 제지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뿐만 아니라, 앞서 입시 전문가도 지적했듯 누군가 시험지를 조금이라도 일찍 볼 수 있었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연세대학교 논술 시험 응시자 : 시험지와 문제지를 배부했고, 이제 학생들은 파본 확인과 매수 확인 과정에서 문제지를 한 번 훑게 되거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학생들은 문제에 대해 유형이나 그런 것들을 다 인지했을 거고….]

[앵커]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도 논술시험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보라고 나섰죠?

[기자]
네, 논란이 불거진 지 3일 만인 지난달 15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하라고 엄정 조치를 주문했습니다.

이에 따라 교육부도 연세대학교에 같은 주문을 했고, 연세대는 자체 조사를 벌여 경위를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논술 유출 의혹과 관련한 인터넷 게시판의 모든 게시글을 분석했는데요.

이 과정을 통해 문제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린 응시생 2명을 특정해냈습니다.

연세대는 이 2명을 포함해 다른 게시글을 올린 신원이 특정되지 않은 4명까지 모두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앵커]
하지만 수험생들 가운데 일부가 결국 법적 분쟁에 나섰죠?

[기자]
맞습니다. 지난달 21일,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 등 30여 명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집단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시험이 공정하지 않았으니 무효임을 확인해달라는 무효 확인 소송을 냈고, 이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논술시험의 효력을 멈춰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습니다.

이후 무효확인 소송의 경우 수험생 측이 승소하더라도 학교에 재시험을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소송의 청구 취지를 재시험 이행으로 변경했습니다.

지난달 29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는데요. 여기서도 연세대와 수험생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수험생 측은 시험이 전반적으로 부실하게 관리됐다면서 재시험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연세대 측은 일부 관리 감독에 미흡한 점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문제를 인터넷에 올린 건 일부 학생들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면서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험의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 적은 없다며 예정대로 논술 시험의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법원이 수험생 측의 손을 들어준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지난 15일 법원은 연세대 수시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가처분이 인용되며 그 순간 이후에 남았던 논술 합격자 발표 등 후속 절차가 잠정 중단된 건데요.

이번 사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만큼 재판부 판단 한 번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이번 연세대 논술 시험의 특성을 고려했는데요. 수능 점수 등이 반영되지 않고 오직 논술 시험 점수로만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되는 만큼, 시험의 공정성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본 겁니다.

그러면서 이때, 공정성이라는 건 모든 응시자가 사회적인 통념상 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시험을 본 게 전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비록 하나의 고사장, 인원으로는 서른 명 남짓이지만, 시험지가 한 시간 일찍 배부됐을 때, 문제지 상태 확인 등의 작업이 함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수험생들의 의도와 관계없이 어느 정도 문제가 노출된 것으로 본 겁니다.

재판부는 이런 이유로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재시험은 현실적인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연세대 측의 주장에 지적을 이어갔습니다.

감독관이 문제지를 회수하고 시험 시작까지 한 시간가량 남았던 시점에 외부 이동이나 휴대전화 사용 제재 등 적절한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감독관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책임은 학교에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한 달이 다 지날 동안 연세대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으며 스스로 시간 부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법원의 판단이 나오고 파장이 컸는데요.

연세대학교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죠?

[기자]
맞습니다. 법원의 결정이 나오고 연세대학교는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고, 한 번 더 재판부의 판단을 받게 됐는데요.

이의신청 심문기일 당일에도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크게 달라진 것 없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양측의 입장 이어서 들어보시죠.

[김선태 / 연세대학교 측 법률대리인 :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이 없고, 본인이 부정행위를 하지도 않았으며 이 사건 논술 시험만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그런 수험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하는….]

[김정선 / 연세대 소송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 : 260명 정도의 예비합격자의 기대보다 공정성 결여인 시험을 본 1만 명 이상의 수험생이 입을 피해가 더 크다. 더 이상 수험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재시험을 신속하게 자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방금 보신 것처럼 연세대는 재시험을 보면 오히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주장인데요.

그러면서 법정에서 재시험과 수시 모집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는 것 모두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재시험을 본다면 기존의 시험을 본 1차 합격생들과 재시험으로 인한 2차 합격생 가운데 우선순위를 가리기 어렵다는 겁니다.

또 정시 이월의 경우, 논술만을 열심히 준비한 학생들의 권리와 기회를 빼앗는 거라는 거죠.

그러나 법원 앞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때와 같은 이유로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며 이의신청을 기각했습니다.

연세대는 이번에도 즉시 항고장을 제출하며 법정공방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앵커]
사태가 빨리 해결이 되지 않고 계속 법적 다툼이 이어지는 것 같은데, 이 때문에 대입 전형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습니다.

[기자]
그렇죠. 수험생들은 여러 학교에 원서를 넣는 만큼, 연세대 사태로 인해 피해가 커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학생 이야기 한 번 들어보시죠.

[연세대 논술시험 응시자 : 합격자 발표 이런 게 계속 지연이 될 거고 그러면 이제 다른 학교에 영향도 있기 때문에 학교(연세대)가 빨리 인정을 하고 이제 재시험을 치렀으면 하는 거죠.]

교육부도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주호 장관의 얘기 들어보시죠.

[이주호 / 교육부 장관 : 저희가 이 엄중함을 잘 알고 있고, 어쨌든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부가 최대한 역할을 하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교육부는 입시에 혼란이 오지 않도록 연세대학교에 대안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일인 다음 달 26일까지 연세대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체 대입 일정을 조정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덧붙였는데요.

최종 결정 권한은 학교에 있다면서도 수시 모집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게 되면 논술 전형 학생들의 기회가 사라지는 거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오늘 재시험 불가 방침을 고수하던 연세대가 패소할 경우 재시험을 고려한다는 내용이 알려지자 교육부는 여러 대안 가운에 하나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연세대 측은 아직 재판 과정에 집중하며 결과에 따른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밝혀왔는데요.

수험생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될지, 아니면 재판이 빨리 진행돼서 결론이 날지 앞으로 남은 과정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 배민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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