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5년 12월 22일 (월)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 이지연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춥지만 광화문에 약속이 있어서 많이 나가시죠? 저도 광화문 자주 나갑니다. 교보문고 앞에 문구 늘 화제잖아요. 얼마 전에 써 있던 문구는 이거예요.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올해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네. 박소란 시인의 심야식당 한 구절이 그 광화문 글 판에 올라가 있었는데요. 그 뒤로 돌아가면 바위에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 창립자의 말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책을 만드는 일, 사람을 만드는 일만큼 어렵다”라는 얘기인데 이제 AI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몇 시간 만에 책 만들어낸다. 저희가 앞서 뉴스에서 소개해 드렸죠. 사유의 흔적은 없고 명령어만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책들을 세금을 써서 국가에서 보관까지 해야 됩니다. 이거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요? 걱정이 크죠. 이 분야 전문가 모시겠습니다.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이지현 교수님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지연 :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 네. 문헌정보학과 교수님이라고 하면 도서관이나 자료, 지식, 정리, 이런 분야에 있어서는 가장 최고의 전문가인데, 학교에도 계시잖아요. 도서관 하면 어떤 단어, 혹은 느낌이 떠오르시나요?
◇ 이지연 : 아마 대부분의 저희 시민들은 도서관은 책을 찾고, 그 책을 읽고, 또 거기에서 지식을 쌓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 개념도 맞는데요. 도서관이 해야 될 역할은 사회가 변화하면서 도서관도 따라가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저는 지금의 도서관은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사회적 운영 체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우성 : 운영 체제, 여러분 컴퓨터를 쓰려고 해도 그렇고요. 핸드폰을 쓰려고 해도 운영 체제가 필요합니다. 그냥 아무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게 아니잖아요. “도서관은 운영체제다”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요, 이렇게 얘기하려고 했습니다. “도서관 하면 저는 설렘이 떠올라요”라고 하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 가면 일단 막 방대한 지식과, 제가 모르는 얘기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있지만 또 하나는 주로 학창시절에 만나면 “어디서 볼래?” 이러면 ‘중도에서 만나“ 중도는 가운데가 아닙니다. 여러분 중앙도서관 줄여서 그런 만남, 교류, 설렘 이런 얘기였는데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운영 체제다“ 그러면 이것저것 아무거나 들어와서 무거워지면 저희가 컴퓨터도 그렇지만은 작동이 안 되고 멈추잖아요. 그러지 않게 해야 되는데 오늘 말씀드릴 주제가 그게 아닙니다. 이게 AI로 책을 몇 시간 만에 뚝딱뚝딱 만드는데, 만드는 거야 자유죠. 그런데 한국의 독특한 제도가 있습니다. 납본 제도라고 해서요. 국가 공인 도서관에서 그 책을 보관하는 데 구매합니다. 또 돈까지 줍니다. 이게 좀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것 때문에 지금 좀 논란이 되는데 이게 뭔가요?
◇ 이지연 : 맞습니다. 프로그램 서두에서도 조금 설명을 해 주셨고, 지금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납본 제도는 출판사가 책을 내면 의무적으로 국가기관에 제출해야 하고요. 그러면 그때 국가는 출판사한테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이 제도가 목적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국가의 문화유산 보존입니다. 즉, 책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절판이 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이런 것들을 영구히 보존해야 될 법적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후손한테 물려줘야 하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 목적은 정보 접근의 평등입니다. 왜냐하면 경제적으로 내가 책을 살 여유가 되지 않거나, 아니면 지리적으로 접근권이 좀 멀리 떨어져서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없을 때, 국립도서관에 가면 누구나 공평하게 이러한 지식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라는 거죠.
◆ 김우성 : 우와, 문화유산으로서는 한글로 작성된 여러 가지 지식, 저술, 작품 이런 것들을 국가가 보존해 줘야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뭐 아이들 데리고 책 좀 사주고 싶은 게 많아요. 요즘 들어가 보시면 알겠지만 없습니다. 여러분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도 경쟁이에요. 그런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또 책값이 비싸니까 돈 없는 분들은 도서관 가서 대출해야겠죠. 물론 저는 살 수 있어도, 아이들하고 일부러 도서관을 가요. 왜냐하면 빌리려던 책 말고, 옆에 있는 것들도 발견하길 바라서 가는데, 이런 특수한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로 돈을 주는 건 몰랐어요. 많은 국민들이 모릅니다.
◇ 이지연 : 그러실 겁니다.
◆ 김우성 : 이건 한국만 그런가요?
◇ 이지연 : 아닙니다. 이런 나쁜 제도는 국가마다 법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납본 제도는 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가 뭐냐 하면 유상 납본이라는 겁니다. 즉, 뭐냐 하면 우리나라는 한 권의 책이 나오면 국가 도서관에 2부를 제출을 하게 되어 있고요. 우리나라는 국립 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2부씩 제출을 합니다. 그때 국가는 한 권은 납본으로 받고 한권은 거기에 대한 보상금으로 구입을 해 줍니다. 즉 2권을 받으면서 50% 는 지급을 하는 거죠. 반면에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 예를 들어 영국,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들은 책 납본을 사회적 의무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금을 주지 않고요. 심지어 영국은 6부, 미국 의회 도서관도 2부를 무보상으로 받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야 이거 뭐 많은 분들이 갑자기 “나 진짜 책 써야겠네.” 이러실 수도 있고요. 저도 사실은 이렇게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두 곳에 석사 논문을 갖다 준 적이 있는데, 돈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학위 논문이어서 아마 그럴 것 같고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에서는 두 권을 주면 한 권 값을 보상해 주는 제도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앞서도 얘기했지만 9천 권을 후다닥 AI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AI를 써서 책을 찍어낸 다음에 역시 이 납본 제도를 활용하면 노력하지 않고 4500권의 책값을 버는 거잖아요.
◇ 이지연 : 바로 그 지점이 굉장히 요즘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 김우성 : 네. 이게 구체적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지금 가능한 게 저는 “어 그래? 그냥 눈 감은 세금을 먹었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굉장히 좀 위험할 것도 같아요. 교수님.
◇ 이지연 : 네. 맞습니다. 지금 납본 제도가 직면한 굉장히 큰 문제가 있는데요. 그게 과거의 규칙으로는 AI 시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과거 같은 경우에는 책을 쓰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죠. 저희와 같은 학자도 마찬가지인데요. 저자가 몇 달, 몇 년 아까 이런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 연구하면서 또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편집하고 굉장히 많은 인간의 노동이 들어간다는 게 기본 가정이었는데, 이제 AI는 이 전제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례도 아까 앵커께서 좀 말씀해 주셨는데요. 올해 나온 언론 보도에 의하면 AI 슈퍼 출판사가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한 출판사가 15개월 동안 9천여 권을 찍어냈고, 특별히 뭐 “한 저자는 심지어 하루에 최대 12권을 출간했다”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건 명백하게 “AI를 동원한 대량 생산이다” 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 이지연 : 그래서 이러한 문제는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가 예를 들어서 평균 정가가 약 2만 원 정도라고 추정을 하거든요. 그리고 또 학술 서적처럼 포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은 정가의 50%를 보상금으로 주니까, 예를 들어 책 한 권당 1만 원씩 국가에서 보상을 해 준다면 연간 1만 권이면 1억 원이 됩니다. 엄청나게 큰 세금이죠. 그래서 여러 출판사가 만약에 이럴 때 동시다발적으로 출판을 하고 이런 것들이 국가 예산으로 보상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면 진짜 보호받아야 할 그런 아주 중소 출판사라든가, 아니면 순수 창작자들을 위한 재원은 고갈될 수밖에 없습니다.
◆ 김우성 : 여러분 세금과 공적 자원의 중요한 점은 정말 필요할 때 쓰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가 지붕에서 안 내려와요.” 이러고 119 부르시면 안 돼요. 정말 위급한 분들 구하러 가야 되잖아요. 지금 같은 얘기입니다. 그런데 책값도 슬금슬금 올린다고요? 이 보상 제도 악용하려고요.
◇ 이지연 : 맞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이런 보상 제도를 하기 위해서 그런 스토리도 있습니다. “어차피 많이 팔리지 않을 텐데, 책값을 비싸게 매겨서 보상금을 받고 끝내자”라는 케이스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 김우성 : 진짜 세금 문제 우리 국민들 분노하거든요. 좀 반성하셔야 됩니다. 그리고 저는요, 언론사도 좀 비슷한 면에서 반성해야 합니다. 이슈나 사건 하나가 보도되면 복사 찍어내기로 기사가 수만 건 수천 건 나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사람들, 뉴스 소비자분들이 본질을 못 보세요. 교수님 또 학생들도 AI 많이 쓰잖아요. 리포트나 이런 거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이 쓰는데, 그래도 다른 교수님보다 교수님은 잘 구분하실 것 같아요. 왜냐하면 출처나, 자료 이런 것들을 어떻게 내재화했는지 이런 것들을 아니면 교수님도 어쩔 수 없이 일단 AI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하십니까?
◇ 이지연 : 네. 간단하게만 스토리를 말씀 드리자면 올해 이번 학기입니다. 연대도 그렇고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해서 언론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시점에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저는 대부분 정보학 과목이기 때문에 정보 검색 시스템이라든가 시각화, 정보, 분석, 데이터 분석 이런 과목들을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실제로 막 외워서 보는 시험보다는 본인이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논리적으로 펼쳐지는 그런 실습 결과물을 제출을 하고 거기에 대한 본인의 논거와 근거를 제시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모여서 보는 시험보다는 과제 형식으로 내줬는데요. 대신에 제가 그 안에 저만이 알 수 있는 몇 가지 트릭을 넣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결과물, 시스템 구현이 되더라도 “중간에 어떤 방법론을 써야 되고, 어떤 로직을 이용해서 결과물을 산출해라”라고 한다면 그 과정은 내용을 이용하지 못하면 만들 수가 없죠.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냥 결과물만 갖는다면 AI가 만들어줄 수 있다”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시스템 결과니까 요즘은 프로그램도 너무 쉬우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보니까 우리 학생들 중에 본인이 직접 한 게 아니라, AI가 결과물을 만들었는데 저는 그 과정을 보면서 알아낼 수가 있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말 시험은 모여서 봤습니다.
◆ 김우성 : 네. 이게 저희가 인터뷰도 직접 했었습니다. 이 주제로도 그만큼 중요한데, 여러분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다들 교통신호 지키고 있으면 아무도 위반을 잘 못합니다. 그런데 위반하는 사람이 많아지잖아요. 그러면 다 같이 위반합니다. 이런 걸 과거에도 나왔던 말이고 아주 오래된 금 귀금속에 관련된 얘기인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합니다. 너나 나나 금 함량이 낮은 거 팔면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결국은 시장이 붕괴된다는 소리인데, 교수님이 얘기하셨어요. 출판 시장도 방금 말씀드린 이 “AI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가면 구축 효과가 생긴다” 이러셨어요.
◇ 이지연 : 네. 맞습니다. 그 구축 효과에 대해서 아실 텐데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예를 들어서 국립중앙도서관에 1년 연간 예산이 한 1,000억이 좀 안 됩니다. 한 960억 정도 작년에 나왔는데요. 그중에서 예를 들어 이 보상금으로 쓸 수 있는 그런 금액은 작년 기준으로 16억이 좀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예산에 비해서 보상금이 많지 않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체 장서 예산이 한 60억에서 70억 정도 된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우성 : 납본에 쓰이는 돈이 그렇다는 거죠.
◇ 이지연 : 납본에 쓰이는 돈은 한 작년 기준으로 16에서 17억 정도가 됐는데요. 국립중앙도서관이다라고 하면 굉장히 희귀본,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다 수집해야 되는 그런 역할도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수집해 와야 되는 것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게 전체 예산으로 보면 10%도 안 되는 7, 8%인데, 그중에서 예를 들어서 한 20%를 보상으로 써야 된다면 정말 국가가 또 보상뿐만이 아니라 따로 수집해야 되는 굉장히 귀중한 자원을 써야 하는 돈이 막힐 수가 있다라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납본에 의한 보상금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에요. 최근 3년간에 이렇게 더 많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출판이 빨라졌다는 얘기고, 출판이 빨라졌다는 얘기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AI에 의한 기계적 대량 생산 때문일 것이다”라고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의 재정에 대한 구축 효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점이 된 거죠.
◆ 김우성 : 재정뿐만 아니라요. 중앙도서관에 있는 자료에 대한 신뢰도 이른바 구축 효과가 될 것 같아요. 아니 거기 있는 자료도 못 믿겠어요. 이렇게 돼버리면.
◇ 이지연 : 맞습니다. 문제는 도서관은 “장서 관리 정책, 장서 개발 정책이다”라고 해서 장서 선정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 납본이다”라고 하는 건 법에 의해서 이걸 걸러낼 수가 없습니다. 국가도서관은 국가 문헌이라든가, 유산의 망라적 그런 어떤 수집이라는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체계 유형을 갖추고, 외형적 유형을 갖추고 그다음에 ISBN이다라고 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책에 부여되는 번호만 받을 수 있다면, 이거는 무조건 거의 나쁜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다음 문제는 뭐냐 하면 보상금만 나가는 게 아니라, 이 책이 실제로 도서관에서 활용되기 위해서 책을 서지 분류도 해야 되고요. 책에 배가도 해야 되고요. 그다음에 목록 시스템에 입력해야 되고요. 행정적인 그런 노력이라든가 비용도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축 효과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교수님 그러면 이렇게 양적으로만 지금 세금 좀 뜯어먹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물론 뭐 아닌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저희가 드러난 현상은 그렇습니다. 이것 좀 구분해서 AI를 썼는지, 안 썼는지, 얼마나 썼는지, 이거는 인간의 창작물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좀 구분하고 좀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제도 같은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좀 두 개의 질문을 합쳐서 드리는데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이지연 : 네. 굉장히 중요한 말씀인데요. AI가 쓴 책인지 인간이 쓴 책인지 완벽하게 가려내는 건 현재의 기술로는 100% 정확한 판별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AI라는 게 수없이 많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parameter)의 연결을 하면서 그 가능성을 뽑아내는 건데요. 이 중에 한두 개만 바뀌면 사실은 내용이 달라집니다. 이러면 이건 기술적으로 “이게 원본인지 아닌지 구별해 낼 수 없게 된다”라는 뜻이죠. 그래서 제도화를 위해서는 “결국 여러 가지가 같이 합쳐져야 저는 필요하겠다”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첫 번째는 공신력 있는 AI 판독 시스템 같은 기술적인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단순한 기술적 통제보다는 윤리적인 투명성입니다. 그래서 학계에서 인용 출처를 저희는 굉장히 엄격하게 밝히면서 연구 윤리가 중요하거든요.
◆ 김우성 : 논문은 그런 걸로 기사가 되잖아요.
◇ 이지연 : 맞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이제는 ISBN을 신청하거나”, 납본을 할 때 “AI가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개입했는지 스스로 밝히는 라벨링 의무화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요. 이게 “행정적인 안착이 같이 수반될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물론 현실적인 한계가 좀 있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AI 기술이 판독 기술보다 훨씬 빠르게 지금 진화하고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이런 생성물 유입 패턴이라든가, 지식의 품질을 관리하는 이런 노력은 도서관 분야, 기술 분야, 행정 여러 분야에서 같이 협력해야 되는 그런 시점입니다.
◆ 김우성 : 독자들도 매의 눈으로 봐주셔야 되고요. 저는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양질의 지식을 선별, 연결해 주는 전문 큐레이터, 앞서 운영 체제라는 말도 했지만요. 지식은 여러분 잔뜩 쌓여 있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엮어서 필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되잖아요. 이 예산도 그러면 이렇게 쓰지 말고, 좀 어느 정도 기준을 두려면 예산도 좀 이렇게 테두리 안에 가둬 둬야 될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해요. “어느 정도 상한제를 둬야 된다”이런거요.
◇ 이지연 : 맞습니다. 방법은 뭐 꼭 한 가지로만 접근하는 건 아닐 텐데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지금 말씀해 주신 이런 보상 상한제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게 필요한 이유는 일정 기간 동안 한 출판사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의 총액이나 총수를 제한하자는 겁니다.
◆ 김우성 : 그럼 마구잡이로 내지 못 할 거예요.
◇ 이지연 :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하루에도 수십 건씩 만약에 찍어낸다” 이렇게 무제한적으로 보상금을 받아가는 건 “제도의 취지인 출판 지능보다는 예산 잠식에 가깝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장치가 있어야 정성 들여서 쓴 책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소규모 창작자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김우성 : 자. 뭐 국가 국립중앙도서관은요 “그냥 어떤 자료든 다 받아야 된다. 망라해서 받아야 된다.”라고 했지만 책의 가치, “이게 정말 우리가 돈과 예산을 들여야 될 것인지 따져봐야 된다”라고 했는데 그러면 제 석사 논문 주제이기도 한데 언론이 권력에서 통제받거나, 권력 관계에서 빠질 때 사실은 출판 저널리즘이 가능했던 이유가 출판은 그렇게 검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영희 선생님 같은 분들이 책을 쓰시고 한 거거든요. 책으로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이렇게 가면 “아 뭐야 이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그러면 국가나 공권력이 따지겠다는 소리야?” 이렇게 또 받아들이잖아요.
◇ 이지연 : 이 부분뿐만 아니라 요즘 굉장히 이슈화되고 있는 게 특히 도서관 분야에서 제가 보기에는 어떤 지자체는 최근에 행정 쪽하고, 그 시의회하고 부딪히는 케이스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뭐 어디라고 말씀드리기보다는 정말 말씀드리기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도서관이 뭔데 책의 수준을 평가하냐”라는 검열 논란으로 번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요, 도서관이 가져야 할 권리는 내용에 대한 검열이 아니라, “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 검증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다른 개념으로 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들어 드린다면 어떤 사상이나 주장이 담긴 책을 그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배척하는 것 이게 명백한 검열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기계적으로 생산하는 그런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텍스트를 세금으로 사주지 않는 것은 도서관이 정당하게 장서 권리권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영역입니다.
◆ 김우성 : 명확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생각이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냥 기계가 찍어낸 걸 왜 우리가 세금으로, 우리 모두의 공적인 유산으로서 대우해야 돼” 이거는 구분해야 되는 거네요. 그러면 교수님 이렇게 재미있어서요. 말하다 보면 시간이 늘 부족해요. 마지막 질문이 될 수 있는데 우리가 그러면은 후대에 전승하고, 우리가 함께 잘 선별해서 가져야 될 지식 출판물의 범위, 정보의 범위 어떻게 좀 정리하면 좋을까요?
◇ 이지연 : 네. 과거에는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지식으로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그런 거름망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AI 시대에는 무너졌다”라고 저는 보고 있고요. “그렇다면 후대에 전승해야 할 지식이 무엇일까”를 이거는 저는 단순히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의도, 책임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미래의 도서관은 모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그런 거대한 창고의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생각하고요. 무엇이 진짜 가치 있는 지식인지 골라내고, 조명해 주는 아까 말씀하셨던 “지식의 큐레이터가 돼야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생일날 여러분 엄청나게 많은 빵을 받으면 행복하신가요? 아니면 아무리 작더라도 케이크를 받으면 행복하신가요? 좀 질적으로 맥락에 맞게 골라내는 건 물론 교수님을 비롯한 학자들의 몫도 있지만, 우리가 관심 가져야 될 부분입니다. 그리고 출판계 내부에서도 요즘 힘들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세금 가져가자” 이거는 또 “다 같이 죽자”거든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 고민하고, 저희도 답을 찾아볼게요. 무조건 출판계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오늘 역시 “아 다시 학교로 돌아온 것 같은, 중도에서 만날 사람은 없어진 나이입니다만 마음이 설레는 저는 도서관은 여전히 설렘입니다.” 그런 시간이었네요. 오늘 정말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이지연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지연 : 감사합니다.
YTN라디오(FM 94.5) [YTN ON-AI RADIO]
□ 방송일시 : 2025년 12월 22일 (월)
□ 진행 : AI챗봇 “에어”
□ 보조진행: 김우성 PD
□ 출연 : 이지연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김우성 : 춥지만 광화문에 약속이 있어서 많이 나가시죠? 저도 광화문 자주 나갑니다. 교보문고 앞에 문구 늘 화제잖아요. 얼마 전에 써 있던 문구는 이거예요.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올해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네. 박소란 시인의 심야식당 한 구절이 그 광화문 글 판에 올라가 있었는데요. 그 뒤로 돌아가면 바위에 이런 문구가 새겨져 있습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교보문고 창립자의 말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책을 만드는 일, 사람을 만드는 일만큼 어렵다”라는 얘기인데 이제 AI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몇 시간 만에 책 만들어낸다. 저희가 앞서 뉴스에서 소개해 드렸죠. 사유의 흔적은 없고 명령어만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책들을 세금을 써서 국가에서 보관까지 해야 됩니다. 이거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요? 걱정이 크죠. 이 분야 전문가 모시겠습니다.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이지현 교수님 스튜디오에 나와 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지연 : 네. 안녕하세요.
◆ 김우성 : 네. 문헌정보학과 교수님이라고 하면 도서관이나 자료, 지식, 정리, 이런 분야에 있어서는 가장 최고의 전문가인데, 학교에도 계시잖아요. 도서관 하면 어떤 단어, 혹은 느낌이 떠오르시나요?
◇ 이지연 : 아마 대부분의 저희 시민들은 도서관은 책을 찾고, 그 책을 읽고, 또 거기에서 지식을 쌓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시기가 쉬울 것 같습니다. 그 개념도 맞는데요. 도서관이 해야 될 역할은 사회가 변화하면서 도서관도 따라가야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저는 지금의 도서관은 우리 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사회적 운영 체제다”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김우성 : 운영 체제, 여러분 컴퓨터를 쓰려고 해도 그렇고요. 핸드폰을 쓰려고 해도 운영 체제가 필요합니다. 그냥 아무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게 아니잖아요. “도서관은 운영체제다” 소름이 쫙 돋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요, 이렇게 얘기하려고 했습니다. “도서관 하면 저는 설렘이 떠올라요”라고 하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 가면 일단 막 방대한 지식과, 제가 모르는 얘기들이 있잖아요. 그것도 있지만 또 하나는 주로 학창시절에 만나면 “어디서 볼래?” 이러면 ‘중도에서 만나“ 중도는 가운데가 아닙니다. 여러분 중앙도서관 줄여서 그런 만남, 교류, 설렘 이런 얘기였는데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운영 체제다“ 그러면 이것저것 아무거나 들어와서 무거워지면 저희가 컴퓨터도 그렇지만은 작동이 안 되고 멈추잖아요. 그러지 않게 해야 되는데 오늘 말씀드릴 주제가 그게 아닙니다. 이게 AI로 책을 몇 시간 만에 뚝딱뚝딱 만드는데, 만드는 거야 자유죠. 그런데 한국의 독특한 제도가 있습니다. 납본 제도라고 해서요. 국가 공인 도서관에서 그 책을 보관하는 데 구매합니다. 또 돈까지 줍니다. 이게 좀 특징이 있을 것 같아요. 이것 때문에 지금 좀 논란이 되는데 이게 뭔가요?
◇ 이지연 : 맞습니다. 프로그램 서두에서도 조금 설명을 해 주셨고, 지금도 말씀해 주셨는데요. 납본 제도는 출판사가 책을 내면 의무적으로 국가기관에 제출해야 하고요. 그러면 그때 국가는 출판사한테 일정한 보상금을 지급합니다. 이 제도가 목적이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국가의 문화유산 보존입니다. 즉, 책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면 절판이 되거나 아예 사라지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는 이런 것들을 영구히 보존해야 될 법적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후손한테 물려줘야 하고요. 그다음에 두 번째 목적은 정보 접근의 평등입니다. 왜냐하면 경제적으로 내가 책을 살 여유가 되지 않거나, 아니면 지리적으로 접근권이 좀 멀리 떨어져서 이런 문화를 향유할 수 없을 때, 국립도서관에 가면 누구나 공평하게 이러한 지식 자원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라는 거죠.
◆ 김우성 : 우와, 문화유산으로서는 한글로 작성된 여러 가지 지식, 저술, 작품 이런 것들을 국가가 보존해 줘야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뭐 아이들 데리고 책 좀 사주고 싶은 게 많아요. 요즘 들어가 보시면 알겠지만 없습니다. 여러분 도서관에서 빌리는 것도 경쟁이에요. 그런 경우도 있고, 그럴 때는 또 책값이 비싸니까 돈 없는 분들은 도서관 가서 대출해야겠죠. 물론 저는 살 수 있어도, 아이들하고 일부러 도서관을 가요. 왜냐하면 빌리려던 책 말고, 옆에 있는 것들도 발견하길 바라서 가는데, 이런 특수한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로 돈을 주는 건 몰랐어요. 많은 국민들이 모릅니다.
◇ 이지연 : 그러실 겁니다.
◆ 김우성 : 이건 한국만 그런가요?
◇ 이지연 : 아닙니다. 이런 나쁜 제도는 국가마다 법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납본 제도는 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가 뭐냐 하면 유상 납본이라는 겁니다. 즉, 뭐냐 하면 우리나라는 한 권의 책이 나오면 국가 도서관에 2부를 제출을 하게 되어 있고요. 우리나라는 국립 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에 2부씩 제출을 합니다. 그때 국가는 한 권은 납본으로 받고 한권은 거기에 대한 보상금으로 구입을 해 줍니다. 즉 2권을 받으면서 50% 는 지급을 하는 거죠. 반면에 다른 나라 같은 경우에 예를 들어 영국, 프랑스, 미국 같은 나라들은 책 납본을 사회적 의무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상금을 주지 않고요. 심지어 영국은 6부, 미국 의회 도서관도 2부를 무보상으로 받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야 이거 뭐 많은 분들이 갑자기 “나 진짜 책 써야겠네.” 이러실 수도 있고요. 저도 사실은 이렇게 지금 교수님 말씀하신 두 곳에 석사 논문을 갖다 준 적이 있는데, 돈을 주지는 않았습니다. 학위 논문이어서 아마 그럴 것 같고요. 그런데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렇게 국가에서는 두 권을 주면 한 권 값을 보상해 주는 제도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앞서도 얘기했지만 9천 권을 후다닥 AI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AI를 써서 책을 찍어낸 다음에 역시 이 납본 제도를 활용하면 노력하지 않고 4500권의 책값을 버는 거잖아요.
◇ 이지연 : 바로 그 지점이 굉장히 요즘은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 김우성 : 네. 이게 구체적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지금 가능한 게 저는 “어 그래? 그냥 눈 감은 세금을 먹었네.” 이런 의미가 아니라 굉장히 좀 위험할 것도 같아요. 교수님.
◇ 이지연 : 네. 맞습니다. 지금 납본 제도가 직면한 굉장히 큰 문제가 있는데요. 그게 과거의 규칙으로는 AI 시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과거 같은 경우에는 책을 쓰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죠. 저희와 같은 학자도 마찬가지인데요. 저자가 몇 달, 몇 년 아까 이런 말씀하시는 걸 들었는데, 이렇게 오랜 기간 연구하면서 또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편집하고 굉장히 많은 인간의 노동이 들어간다는 게 기본 가정이었는데, 이제 AI는 이 전제를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그래서 실제 사례도 아까 앵커께서 좀 말씀해 주셨는데요. 올해 나온 언론 보도에 의하면 AI 슈퍼 출판사가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한 출판사가 15개월 동안 9천여 권을 찍어냈고, 특별히 뭐 “한 저자는 심지어 하루에 최대 12권을 출간했다”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이건 명백하게 “AI를 동원한 대량 생산이다” 라고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 이지연 : 그래서 이러한 문제는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가 예를 들어서 평균 정가가 약 2만 원 정도라고 추정을 하거든요. 그리고 또 학술 서적처럼 포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은 정가의 50%를 보상금으로 주니까, 예를 들어 책 한 권당 1만 원씩 국가에서 보상을 해 준다면 연간 1만 권이면 1억 원이 됩니다. 엄청나게 큰 세금이죠. 그래서 여러 출판사가 만약에 이럴 때 동시다발적으로 출판을 하고 이런 것들이 국가 예산으로 보상금이 지급되어야 한다면 진짜 보호받아야 할 그런 아주 중소 출판사라든가, 아니면 순수 창작자들을 위한 재원은 고갈될 수밖에 없습니다.
◆ 김우성 : 여러분 세금과 공적 자원의 중요한 점은 정말 필요할 때 쓰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우리 집 고양이가 지붕에서 안 내려와요.” 이러고 119 부르시면 안 돼요. 정말 위급한 분들 구하러 가야 되잖아요. 지금 같은 얘기입니다. 그런데 책값도 슬금슬금 올린다고요? 이 보상 제도 악용하려고요.
◇ 이지연 : 맞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이런 보상 제도를 하기 위해서 그런 스토리도 있습니다. “어차피 많이 팔리지 않을 텐데, 책값을 비싸게 매겨서 보상금을 받고 끝내자”라는 케이스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 김우성 : 진짜 세금 문제 우리 국민들 분노하거든요. 좀 반성하셔야 됩니다. 그리고 저는요, 언론사도 좀 비슷한 면에서 반성해야 합니다. 이슈나 사건 하나가 보도되면 복사 찍어내기로 기사가 수만 건 수천 건 나잖아요. 그러면 오히려 사람들, 뉴스 소비자분들이 본질을 못 보세요. 교수님 또 학생들도 AI 많이 쓰잖아요. 리포트나 이런 거 경쟁 관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이 쓰는데, 그래도 다른 교수님보다 교수님은 잘 구분하실 것 같아요. 왜냐하면 출처나, 자료 이런 것들을 어떻게 내재화했는지 이런 것들을 아니면 교수님도 어쩔 수 없이 일단 AI 검색 프로그램을 활용하십니까?
◇ 이지연 : 네. 간단하게만 스토리를 말씀 드리자면 올해 이번 학기입니다. 연대도 그렇고 국내 유수의 대학에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해서 언론에 나왔습니다. 그런데 거의 비슷한 시점에 저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그게 뭐냐 하면 저는 대부분 정보학 과목이기 때문에 정보 검색 시스템이라든가 시각화, 정보, 분석, 데이터 분석 이런 과목들을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아무래도 실제로 막 외워서 보는 시험보다는 본인이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논리적으로 펼쳐지는 그런 실습 결과물을 제출을 하고 거기에 대한 본인의 논거와 근거를 제시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꼭 모여서 보는 시험보다는 과제 형식으로 내줬는데요. 대신에 제가 그 안에 저만이 알 수 있는 몇 가지 트릭을 넣었습니다. 그러니까 같은 결과물, 시스템 구현이 되더라도 “중간에 어떤 방법론을 써야 되고, 어떤 로직을 이용해서 결과물을 산출해라”라고 한다면 그 과정은 내용을 이용하지 못하면 만들 수가 없죠. 문제는 그게 아니라 “그냥 결과물만 갖는다면 AI가 만들어줄 수 있다”라는 겁니다. 왜냐하면 시스템 결과니까 요즘은 프로그램도 너무 쉬우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보니까 우리 학생들 중에 본인이 직접 한 게 아니라, AI가 결과물을 만들었는데 저는 그 과정을 보면서 알아낼 수가 있었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말 시험은 모여서 봤습니다.
◆ 김우성 : 네. 이게 저희가 인터뷰도 직접 했었습니다. 이 주제로도 그만큼 중요한데, 여러분 이게 왜 중요하냐면요. 다들 교통신호 지키고 있으면 아무도 위반을 잘 못합니다. 그런데 위반하는 사람이 많아지잖아요. 그러면 다 같이 위반합니다. 이런 걸 과거에도 나왔던 말이고 아주 오래된 금 귀금속에 관련된 얘기인데,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합니다. 너나 나나 금 함량이 낮은 거 팔면 다들 그렇게 하기 때문에 결국은 시장이 붕괴된다는 소리인데, 교수님이 얘기하셨어요. 출판 시장도 방금 말씀드린 이 “AI를 악용하는 방식으로 가면 구축 효과가 생긴다” 이러셨어요.
◇ 이지연 : 네. 맞습니다. 그 구축 효과에 대해서 아실 텐데요. 기본적으로 저희가 예를 들어서 국립중앙도서관에 1년 연간 예산이 한 1,000억이 좀 안 됩니다. 한 960억 정도 작년에 나왔는데요. 그중에서 예를 들어 이 보상금으로 쓸 수 있는 그런 금액은 작년 기준으로 16억이 좀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전체 예산에 비해서 보상금이 많지 않다”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전체 장서 예산이 한 60억에서 70억 정도 된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우성 : 납본에 쓰이는 돈이 그렇다는 거죠.
◇ 이지연 : 납본에 쓰이는 돈은 한 작년 기준으로 16에서 17억 정도가 됐는데요. 국립중앙도서관이다라고 하면 굉장히 희귀본, 국가적으로 정말 중요한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다 수집해야 되는 그런 역할도 있습니다. 해외에 있는 중요한 자료들을 수집해 와야 되는 것들도 있고요. 그런데 이게 전체 예산으로 보면 10%도 안 되는 7, 8%인데, 그중에서 예를 들어서 한 20%를 보상으로 써야 된다면 정말 국가가 또 보상뿐만이 아니라 따로 수집해야 되는 굉장히 귀중한 자원을 써야 하는 돈이 막힐 수가 있다라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납본에 의한 보상금이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에요. 최근 3년간에 이렇게 더 많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출판이 빨라졌다는 얘기고, 출판이 빨라졌다는 얘기는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말하고 있는 “AI에 의한 기계적 대량 생산 때문일 것이다”라고 추정을 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우리의 재정에 대한 구축 효과가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시점이 된 거죠.
◆ 김우성 : 재정뿐만 아니라요. 중앙도서관에 있는 자료에 대한 신뢰도 이른바 구축 효과가 될 것 같아요. 아니 거기 있는 자료도 못 믿겠어요. 이렇게 돼버리면.
◇ 이지연 : 맞습니다. 문제는 도서관은 “장서 관리 정책, 장서 개발 정책이다”라고 해서 장서 선정에 대한 규정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 납본이다”라고 하는 건 법에 의해서 이걸 걸러낼 수가 없습니다. 국가도서관은 국가 문헌이라든가, 유산의 망라적 그런 어떤 수집이라는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체계 유형을 갖추고, 외형적 유형을 갖추고 그다음에 ISBN이다라고 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모든 책에 부여되는 번호만 받을 수 있다면, 이거는 무조건 거의 나쁜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된다면 그다음 문제는 뭐냐 하면 보상금만 나가는 게 아니라, 이 책이 실제로 도서관에서 활용되기 위해서 책을 서지 분류도 해야 되고요. 책에 배가도 해야 되고요. 그다음에 목록 시스템에 입력해야 되고요. 행정적인 그런 노력이라든가 비용도 큽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축 효과가 더 문제가 될 수 있는 거죠.
◆ 김우성 : 교수님 그러면 이렇게 양적으로만 지금 세금 좀 뜯어먹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물론 뭐 아닌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만, 일단 저희가 드러난 현상은 그렇습니다. 이것 좀 구분해서 AI를 썼는지, 안 썼는지, 얼마나 썼는지, 이거는 인간의 창작물로서 가치가 있는지를 좀 구분하고 좀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제도 같은 것도 필요할 것 같고요. 좀 두 개의 질문을 합쳐서 드리는데요. 어떻게 해야 될까요?
◇ 이지연 : 네. 굉장히 중요한 말씀인데요. AI가 쓴 책인지 인간이 쓴 책인지 완벽하게 가려내는 건 현재의 기술로는 100% 정확한 판별은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AI라는 게 수없이 많은, 수천억 개의 파라미터(parameter)의 연결을 하면서 그 가능성을 뽑아내는 건데요. 이 중에 한두 개만 바뀌면 사실은 내용이 달라집니다. 이러면 이건 기술적으로 “이게 원본인지 아닌지 구별해 낼 수 없게 된다”라는 뜻이죠. 그래서 제도화를 위해서는 “결국 여러 가지가 같이 합쳐져야 저는 필요하겠다”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첫 번째는 공신력 있는 AI 판독 시스템 같은 기술적인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더 강조하고 싶은 건 단순한 기술적 통제보다는 윤리적인 투명성입니다. 그래서 학계에서 인용 출처를 저희는 굉장히 엄격하게 밝히면서 연구 윤리가 중요하거든요.
◆ 김우성 : 논문은 그런 걸로 기사가 되잖아요.
◇ 이지연 : 맞습니다. “출판사에서도 이제는 ISBN을 신청하거나”, 납본을 할 때 “AI가 어느 단계에서 얼마나 개입했는지 스스로 밝히는 라벨링 의무화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요. 이게 “행정적인 안착이 같이 수반될 필요가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물론 현실적인 한계가 좀 있기는 합니다. 왜냐하면 AI 기술이 판독 기술보다 훨씬 빠르게 지금 진화하고 있거든요.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전형적으로 생각하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AI 이런 생성물 유입 패턴이라든가, 지식의 품질을 관리하는 이런 노력은 도서관 분야, 기술 분야, 행정 여러 분야에서 같이 협력해야 되는 그런 시점입니다.
◆ 김우성 : 독자들도 매의 눈으로 봐주셔야 되고요. 저는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에 양질의 지식을 선별, 연결해 주는 전문 큐레이터, 앞서 운영 체제라는 말도 했지만요. 지식은 여러분 잔뜩 쌓여 있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엮어서 필요한 이야기를 만들어내야 되잖아요. 이 예산도 그러면 이렇게 쓰지 말고, 좀 어느 정도 기준을 두려면 예산도 좀 이렇게 테두리 안에 가둬 둬야 될 것 같은 느낌도 들긴 해요. “어느 정도 상한제를 둬야 된다”이런거요.
◇ 이지연 : 맞습니다. 방법은 뭐 꼭 한 가지로만 접근하는 건 아닐 텐데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지금 말씀해 주신 이런 보상 상한제 같은 것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게 필요한 이유는 일정 기간 동안 한 출판사가 받을 수 있는 보상금의 총액이나 총수를 제한하자는 겁니다.
◆ 김우성 : 그럼 마구잡이로 내지 못 할 거예요.
◇ 이지연 : 맞습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하루에도 수십 건씩 만약에 찍어낸다” 이렇게 무제한적으로 보상금을 받아가는 건 “제도의 취지인 출판 지능보다는 예산 잠식에 가깝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이런 장치가 있어야 정성 들여서 쓴 책을 어느 정도 보호하고, 소규모 창작자들이 소외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김우성 : 자. 뭐 국가 국립중앙도서관은요 “그냥 어떤 자료든 다 받아야 된다. 망라해서 받아야 된다.”라고 했지만 책의 가치, “이게 정말 우리가 돈과 예산을 들여야 될 것인지 따져봐야 된다”라고 했는데 그러면 제 석사 논문 주제이기도 한데 언론이 권력에서 통제받거나, 권력 관계에서 빠질 때 사실은 출판 저널리즘이 가능했던 이유가 출판은 그렇게 검열하지 않았기 때문에 리영희 선생님 같은 분들이 책을 쓰시고 한 거거든요. 책으로 진실을 밝히려고 했던 거죠. 그런데 이렇게 가면 “아 뭐야 이 책이 좋은 책인지, 아닌지 그러면 국가나 공권력이 따지겠다는 소리야?” 이렇게 또 받아들이잖아요.
◇ 이지연 : 이 부분뿐만 아니라 요즘 굉장히 이슈화되고 있는 게 특히 도서관 분야에서 제가 보기에는 어떤 지자체는 최근에 행정 쪽하고, 그 시의회하고 부딪히는 케이스도 나타나고 있는데요. 뭐 어디라고 말씀드리기보다는 정말 말씀드리기 한편으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도서관이 뭔데 책의 수준을 평가하냐”라는 검열 논란으로 번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요, 도서관이 가져야 할 권리는 내용에 대한 검열이 아니라, “공적 자산으로서의 가치 검증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이 두 가지는 분명히 다른 개념으로 좀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를 들어 드린다면 어떤 사상이나 주장이 담긴 책을 그 내용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배척하는 것 이게 명백한 검열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기계적으로 생산하는 그런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는 텍스트를 세금으로 사주지 않는 것은 도서관이 정당하게 장서 권리권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영역입니다.
◆ 김우성 : 명확하게 정리해 주셨네요. 생각이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냥 기계가 찍어낸 걸 왜 우리가 세금으로, 우리 모두의 공적인 유산으로서 대우해야 돼” 이거는 구분해야 되는 거네요. 그러면 교수님 이렇게 재미있어서요. 말하다 보면 시간이 늘 부족해요. 마지막 질문이 될 수 있는데 우리가 그러면은 후대에 전승하고, 우리가 함께 잘 선별해서 가져야 될 지식 출판물의 범위, 정보의 범위 어떻게 좀 정리하면 좋을까요?
◇ 이지연 : 네. 과거에는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지식으로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그런 거름망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실상 “AI 시대에는 무너졌다”라고 저는 보고 있고요. “그렇다면 후대에 전승해야 할 지식이 무엇일까”를 이거는 저는 단순히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의도, 책임이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미래의 도서관은 모든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는 그런 거대한 창고의 역할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생각하고요. 무엇이 진짜 가치 있는 지식인지 골라내고, 조명해 주는 아까 말씀하셨던 “지식의 큐레이터가 돼야 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우성 : 생일날 여러분 엄청나게 많은 빵을 받으면 행복하신가요? 아니면 아무리 작더라도 케이크를 받으면 행복하신가요? 좀 질적으로 맥락에 맞게 골라내는 건 물론 교수님을 비롯한 학자들의 몫도 있지만, 우리가 관심 가져야 될 부분입니다. 그리고 출판계 내부에서도 요즘 힘들잖아요. 근데 그렇다고 해서 “세금 가져가자” 이거는 또 “다 같이 죽자”거든요.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계속 고민하고, 저희도 답을 찾아볼게요. 무조건 출판계만 나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오늘 역시 “아 다시 학교로 돌아온 것 같은, 중도에서 만날 사람은 없어진 나이입니다만 마음이 설레는 저는 도서관은 여전히 설렘입니다.” 그런 시간이었네요. 오늘 정말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이지연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지연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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