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열린라디오] 종량제 봉투 사재기, 언론이 만든 대란?

2026.04.01 오전 12:10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6년 3월 28일 (토요일)
■ 진행 : 최휘 아나운서
■ 대담 : 선정수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내용 인용 시 YTN라디오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최휘 : 사실 확인이 필요한 허위 의심 정보에 대해 짚어보는 팩트체크 시간입니다. 선정수 팩트체커 전화로 만나보죠. 안녕하세요.

◇ 선정수 팩트체커 (이하 선정수) : 네 안녕하세요

◆ 최휘 : 오늘 확인해 볼 주제는 입니다. 미국 이란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수송이 차질을 빚으면서 관련된 여러 분야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데요. 일반 쓰레기를 담아 버리는 종량제 봉투 사재기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관련 보도 내용을 좀 짚어보죠.

◇ 선정수 : 미국이 이란을 공격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막았죠. 그렇게 되면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원유가 상당 부분 끊어진 상황인데요. 원유는 잘 아시다시피 경유 휘발유 등 연료로도 사용하지만, 정제 과정에서 여러 가지 원료 물질을 생산하는데 씁니다. 플라스틱 원료도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로 만드는데요. 이번에 문제가 된 종량제 봉투의 원료인 폴리에틸렌(PE)도 나프타로 만듭니다. 현재 나프타는 수급 차질을 빚고 있는데요. 우리나라는 나프타 소비량의 60%를 국내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하고 나머지 40% 정도를 중동에서 완제품 형태로 수입하고 있습니다. 원유도 막히고 수입도 막혔으니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죠.

◆ 최휘 : 비닐봉투 만드는 원료인 나프타 도입이 막혔다. 그래서 종량제 봉투를 구하지 못하거나 값이 오를 것을 우려해 사재기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건가요?

◇ 선정수 : 3월18일 경상일보가 제조업체 관계자를 인용해 "원료 가격은 계속 오르는데 지자체 납품 단가는 입찰 구조상 일정 수준으로 고정돼 있다. 수급 상황이 악화될 경우 코로나19 당시 마스크처럼 공급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보도한 게 미국-이란 전쟁 이후 처음 나온 종량제봉투 수급 관련 기사인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후 많은 언론들이 종량제봉투 수급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냈는데요. 대체로 두 부류로 나뉩니다.
하나는 커뮤니티와 SNS를 기반으로 종량제 봉투를 급히 사들였다는 시민 반응을 전하며 사재기 우려를 부각시키는 보도였고요. 다른 하나는 종량제 봉투 재고와 원료 수급 상황을 짚으며 사재기는 과하다는 점을 짚는 보도였습니다.

◆ 최휘 : 다른 매체에서는 어떻게 보도했는지 좀 더 자세히 전해 주시죠.

◇ 선정수 : 울산 기반 지역신문인 경상일보가 19일 0시에 이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울산 석유화학 업계를 취재해 나프타 가격 급등 상황을 전하고, 종량제봉투 제조업자의 우려를 더한 것인데요. 정작 울산시는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기사에 적었습니다. 이후 연합뉴스가 같은날 오후 5시쯤에 라는 기사를 송고합니다. 이 기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국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종량제봉투 재고량을 조사하라고 했다는 내용을 전합니다. 문화일보는 23일 이라는 기사를 발행했는데요. 종량제봉투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가 수급 및 입고 일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공지를 냈다는 내용과 SNS에서 여기저기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종량제 봉투 100장 넘게 샀다는 내용, 일부 지역 한 마트에서 종량제봉투 구매 수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했다는 내용을 전합니다. 취재한 내용에 비해 제목은 '사재기 대란'이라고 뽑아서 불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아시아투데이는 , SBS, 조선일보 이런 기사들을 내보냈습니다.

◆ 최휘 : 이런 기사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빨리 종량제봉투 사야하는 것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겠는데요. 사재기는 과하다는 보도들은 어떻게 내용을 전하고 있나요?

◇ 선정수 : 한국일보는 25일자 라는 사설을 발행했고요, 한겨레는 24일자로 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그러다가 25일 오전부터 지자체별로 종량제봉투 보유 현황을 발표하면서 길게는 1년치 짧게는 2~3개월치까지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니 사재기는 필요없다는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지자체별 종량제봉투 완제품 재고량은 전국 평균 3개월 분 이상으로 안정적 공급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기초 지자체 54%는 6개월 분량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걸로 조사됐습니다. 원유와 원재료 도입 없이도 이미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추가 투입가능한 재생원료(PE) 보유량이 연간 종량제 봉투 총 판매량을 웃돌고 있다고 밝혔고요. 재고량 편차가 있는 지자체는 이웃지자체와 협의해 남는 물량을 빌려올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이 발표 이후 대부분의 언론은 사재기가 필요없다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 최휘 : 일단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인데요. 이번 종량제봉투 사재기 조짐은 왜 일어나게 된 걸까요?

◇ 선정수 : 저는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물론 원유와 원재료 수급이 흔들리는 측면이 있고, 일부 불안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먼저 움직일 수는 있다고 보는데요. 이걸 전달하는 언론이 전체적인 상황은 보지 않고, 자극적으로 조회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편집을 했단 말이죠. 폭 넓게 취재해서 실체는 뭔지를 알아보는 노력을 하지 않고요. 많은 언론사들이 인터넷 속보용 뉴스를 만드는 유닛 또는 자회사를 만들어서 화제성 높은 기사를 빨리 만들어내 조회수를 올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고, 또 그보다 더 많은 군소 언론사들이 복사 붙여넣기 수준의 기사를 만들고 있는게 현실이기는 한데요. 이런 저질 기사를 쏟아내서 공동체에 무슨 유익이 있는지 근본적인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 최휘 : 원유와 원재료 도입이 막혀서 종량제봉투 값이 오를 수 있다. 그러니 값이 오르기 전에 사놓자. 이렇게 접근하는 소비자도 분명히 있을 거란 말이죠. 어떤가요?

◇ 선정수 : 원재료 값이 오르면 제품 가격이 오르는 게 지극히 정상적이긴 한데요. 종량제봉투 가격은 비닐봉투 가격이 아니라 일반쓰레기 처리 수수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반하고 처리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쓰레기를 배출하는 시민이 부담하도록 제도를 만들어 놓은 것이죠. 물론 비닐봉투를 제작하는 비용도 포함되긴 하지만 10% 안팎으로 비중이 낮습니다. 따라서 비닐봉투 만드는 원가가 상승한다고 해서 종량제봉투 가격이 고스란히 오르지 않습니다. 종량제봉투 가격은 시군구의회가 조례로 정하도록 돼 있습니다.

◆ 최휘 : 일부에선 비닐봉투 대란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어요. 쓰레기 버려야 하는데 종량제봉투를 구하지 못하면 쓰레기를 못 버리는 것 아니냐. 이런 두려움인데요?

◇ 선정수 : 만약에 상황이 정말 악화돼서 국가적으로 종량제봉투 재고가 바닥이 나고, 새로 만들 원료도 없는 상황이 됐다고 상상해 볼까요? 그럼 그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종량제봉투에 쓰레기를 넣어서 버리라고 할까요? 이건 상식과 상상력의 문제인데요. 그런 비상 상황이면 쓰레기통을 이용하든지, 일반봉투 또는 상자에 넣어서 버리라고 하든지 하는 대안을 마련하게 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현재 각 지자체의 종량제봉투 재고 보유 수준을 보더라도 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 최휘 : 요즘엔 당근 같은 중고거래 플랫폼이 많아지면서 뭐든지 쌀 때 사서 비싸게 중고로 내놓는 차익 거래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값이 오르기 전에 종량제봉투 사서 쟁여놨다가 나중에 되팔면 되지 않느냐 이런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이건 어떤가요?

◇ 선정수 : 폐기물관리법은 지자체장이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종량제 봉투등의 제작ㆍ유통ㆍ판매를 대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행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종량제 봉투 등을 판매하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섣부른 생각으로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종량제 봉투를 거래하면 푼돈 벌려다 목돈 날릴 수 있다는 점 기억하셔야 합니다.

◆ 최휘 : 종량제봉투 대란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것 같네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종량제 봉투에 최대한 꽉꽉 넣어서 버리는 방법이 있다면요?

◇ 선정수 : 대형 종량제봉투에 무거운 물건을 꽉꽉 채워 넣으면 수거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고달프다고 하시니까 참고하시면 좋겠고요. 일반 가정에서 많이 쓰는 20리터, 10리터 규격 종량제 봉투라면 꽉꽉 채워서 버리는 게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이 되겠죠. 그게 단위당 운송비용과 에너지를 줄이기 때문에 국가경제적으로 보나 지구환경적으로 보나 권장할만한 일이고요.
그것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배출되는 일반쓰레기 양을 아예 줄여버리는 겁니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이 일반쓰레기로 버려지는데요. 예를 들면 과자봉지 등 포장재나, 종이류 같은 것들인데요. 비닐류는 크기가 아무리 작아도 재생공장으로 보내면 재생원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크기와 상관없이 이물질 제거 후에 비닐류로 분리배출하시고요. 음식물 묻은 플라스틱 배달 용기를 종량제봉투에 많이 넣어 버리는데요. 이것 잘 비우고 헹궈서 이물질 제거하면 분리배출이 가능합니다.

◆ 최휘 : 재활용 분리배출, 일반쓰레기 종량제 배출 제도가 실시된지 꽤 오래 됐는데요.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 선정수 : 지난해 발표된 6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하루 버리는 쓰레기 양은 950g 정도인데요. 종량제 혼합배출 330g, 음식물류 폐기물 분리배출 310g, 재활용 가능자원 분리배출 303g 으로 집계됩니다. 종량제 혼합배출 폐기물을 종류별로 분석을 했는데요. 폐지류가 21%, 폐플라스틱 28%, 유리병, 캔, 고철 등 재활용 가능한 불연성 폐기불 4.3% 정도됩니다. 악착같이 분리하면 지금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는 쓰레기 중 절반 정도를 재활용 할 수 있다는 뜻이고, 그만큼 종량제봉투 비용이 줄어들겠죠. 비 헹 분 섞, 비우고, 헹구고, 분리하고, 섞지 말고. 잘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네요.

◆ 최휘 : 종량제 대란 우려부터 전국 분리배출까지 현황까지 짚어봤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선정수 팩트체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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