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농성이 길어지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비판은 물론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사회부 이수빈 기자와 자세한 내용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이 기자, 어제 시위 현장에 직접 다녀왔죠? 눈에 띄는 점들이 있었을까요?
[기자]
네, 오늘로 시위가 이어진 지 닷새째입니다.
저도 어제 아침부터 현장에 있었는데, 새벽 시간인데도 핸드볼경기장 게이트 앞 곳곳에 사람들이 모여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곳곳엔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밤을 새운 듯 담요를 덮거나 누워 쉬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3만 명이 넘게 몰렸던 지난 주말보다 인파는 줄어든 것으로 보였지만, 경기장 주 출입문 앞을 메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주말과 비교했을 때 현장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고요?
[기자]
네, 가장 눈에 띈 변화는 시위대가 외치는 구호였습니다.
주말까지는 현장에서 재선거 요구에 집중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부터는 여기에 '부정선거'라는 표현이 더해졌습니다.
현장 곳곳에서 "부정선거 재선거"라는 구호가 반복됐는데, 주말 새 잦아들었던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여기에 "당일 개표, 수개표"라는 구호도 추가된 상황입니다.
[앵커]
주말 분위기는 어땠는데요?
[기자]
주말에는 시위 참가자들 구성이 더 다양해 보였습니다.
가족·친구와 함께 처음 집회에 나온 사람부터 유모차를 끌고 온 부부도 있었는데요.
"정상적으로 투표할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다"는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이 많았습니다.
정파색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었는데요.
그래서 현장에서 누군가 다른 정치적 구호를 외치려 하더라도, '재선거' 외에 다른 구호는 자제해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앵커]
참가자들마다 주장하는 게 조금씩 다르군요?
[기자]
네, 이들이 모인 출발점은 같습니다.
지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항의하기 위해서입니다.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투표하지 못해 참정권을 침해받았다는 겁니다.
다만 사태의 원인이 뭔지, 책임을 어디에 둬야 할지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일부는 선거관리위원회의 준비 부족과 대응 미흡을 문제 삼으며 부실 선거라고 지적하고, 일부 참가자들은 투표 시스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같은 장소에 모인 사람들이지만,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배경은 뭘까요?
[기자]
이게 이번 개표소 시위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특정 단체가 주도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개 집회 현장을 가보면 주최 측이 앞에 나서고, 메시지가 하나로 통일되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잠실 개표소 앞은 조금 다른 상황입니다.
특정 단체가 주도하지 않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의견을 내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각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선관위 책임론부터 부정선거 음모론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걸로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시위가 길어지면서 각종 논란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유소년 핸드볼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장 출입을 제지하는 일이 벌어졌다고요?
[기자]
네, 어제 현장에서는 핸드볼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팀 선수들의 경기장 출입이 제지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개표소 시위가 진행 중인 핸드볼경기장 게이트 앞에 참가자들이 굉장히 많이 모여 있었는데, 현장을 살펴보니 태극마크가 새겨진 선수복을 입은 여성 유소년 국가대표 선수 6명이 경기장 외벽 쪽에 고개를 푹 숙인 채 서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국제대회 출전을 앞두고 훈련에 필요한 공과 장비를 찾기 위해 선수들이 경기장을 방문했는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정말 핸드볼 선수인지 어떻게 믿느냐"며 출입을 막아선 거였습니다.
[앵커]
이 선수들을 상대로 소지품을 검사하는 일까지 있었다고요?
[기자]
선수들은 사정을 설명한 끝에 경기장 안으로 들어가 공과 짐을 챙겨 나올 수는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기장 밖으로 나온 선수들을 향해 일부 시위 참가자들 사이에서 "소지품을 확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위대가 학생들을 둘러싼 채 이동을 막으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일부 참가자들이 가방을 열고 소지품 검사를 하기 시작했고, 선수들은 떠밀리듯 검사에 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른바 부정선거 관련 증거물, 예를 들어 투표용지 같은 물건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이런 행동을 벌인 건데, 당시 선수들이 어렵게 현장을 벗어나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기자]
현장 질서를 관리하는 경찰들에 대한 허위 사실도 난무하다고요?
[앵커]
네, 경찰은 경기장 게이트 앞에 인력을 배치하고 순찰을 이어가며 현장 질서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근무 중인 경찰관들에게 다가가 관등성명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외국 경찰, 특히 중국 경찰이 아닌지 묻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은 경찰 얼굴과 대화 장면을 촬영해 SNS에 올리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관련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공유하는 것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온라인에서 과격한 움직임도 포착됐다고요?
[기자]
네, 일부 온라인 공간에선 총기 제작을 언급하는 글까지 올라왔습니다.
SNS에 댓글로 올라온 글인데 "뭉치면 총기를 자체 생산할 수 있다", "물리적 피해를 입거나 무력 진압 상황에 대비한 최후의 보루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해당 글은 현재 삭제된 상태지만, 캡처본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면서 누리꾼들이 신고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경찰청은 어제 해당 게시글을 인지하고 있다며, 공중협박 등 혐의 적용이 가능한지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그러면 이 모든 상황의 중심에 있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경찰 수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검찰과 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밝힐 방침입니다.
앞서 관련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본격적인 합동수사 체계가 가동되기 전부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은 투표용지가 부족했던 서울 광진·송파·강남구 등 선거관리위원회 5곳 관계자들에게 참고인 신분 출석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또 어제는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포함한 선관위 관계자 6명을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도 진행했습니다.
앞서 경찰은 선거 사무에 투입된 공무원들과 실제 투표를 하지 못한 시민들을 상대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투표용지 인쇄업체도 특정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선관위는 앞서 발표했던 것보다 많은 전국 91곳 투표소에서 투표지가 부족했다고 새롭게 밝혔는데요.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되면 현재까지 고발된 사건을 포함해 투표지 부족 사태 전반에 대해 수사하게 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사회부 이수빈 기자와 이야기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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