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진 한 장에 시작된 마녀사냥...'터널 웨딩촬영' 그날의 진실 [여기잇슈]

2026.09.04 오후 05:09
SNS, 기사로 퍼진 '남산터널 웨딩촬영'
당사자에게 확인한 그날의 진실
'서울 남산 3호터널에서 차선 하나를 막고 웨딩 촬영한 예비부부 포착'

사진을 자세히 보니 도로 한쪽에 삼각대가 세워져 있고요.

여성이 포즈를 취하는 것 같은 모습이죠.

당시 상황을 경찰서에 신고했다는 사람까지 SNS에 등판해, 112 신고 접수 문자도 올렸습니다.

게시물은 순식간에 뉴스로 보도됐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로도 빠르게 퍼졌습니다.

일부 언론은 이렇게 AI로 이미지를 만들어 보도했고, SNS에서는 AI 고지조차 없는 사진이 모자이크된 채 올라왔습니다.

예비부부의 법적 처벌 가능성을 짚은 기사까지 나왔고, 인터넷에선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비판과 욕설이 쏟아졌습니다.

예비부부라고 칭해진 A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지난달 25일 오전 남산 3호터널 안에서 차량 고장이 발생했다며, 당시 대학원 졸업식이 있어 졸업식장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고 설명했는데요.

차량 고장 직후 보험사에 사고를 접수했고, 비상등을 켠 뒤 안전 삼각대를 설치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차량 뒤쪽에서 후속 차량을 향해 수신호를 했다고 하고요.

그 과정에서 누군가 "터널 안에서 웨딩촬영을 하고 있다"고 신고해 경찰관이 현장에 출동했다고 하네요.

경찰은 현장에서 웨딩촬영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부부와 함께 차량을 밀어 터널 밖으로 이동시켰다고 합니다.

웨딩 촬영은 없었고, 촬영 장비도, 촬영 인력도, 촬영 스튜디오도 없었다고 A 씨는 강조했습니다.

A 씨 주장이 사실일까.

당시 찍은 사진들을 살펴봤습니다.

함께 있던 남성은 트렁크를 열고 삼각대를 펼치려고 하고 있고요.

이후 차량이 고장 난 1개 차로에 삼각대를 펼쳐 놓았습니다.

경찰이 출동해 차량을 터널 밖으로 대피시킨 사진도 확인했고요.

당시 찍은 사진들을 봐도 A 씨는 수수한 원피스 차림에, 남성은 검정 반팔 셔츠와 검정 바지, 운동화까지, 어딜 봐도 웨딩 촬영이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A 씨가 당시 보험사를 기다리며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주고받은 메시지를 봐도, 당시 상황에 대한 설명과 감정뿐, 웨딩 촬영에 대한 대화는 없었습니다.

차량 고장 당시 보험사에서 받은 알림톡과 차량 수리 사진까지, 차량 고장이 명확했습니다.

결국 졸업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A 씨는 졸업식 날 터널에 갇힌 해프닝 정도로 끝날 줄 알았는데...

6일 뒤 SNS에 '차선을 막고 터널에서 웨딩촬영을 하는 예비부부'라는 문제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그때부터 섬뜩한 마녀사냥이 시작됐습니다.

최초 보도 이전에 당사자인 A 씨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언론은 없었다는데요.

A 씨는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해당 게시물만으로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적 대응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합니다.

A 씨 지인이 먼저 SNS에 웨딩 촬영이 아니라는 글을 올린 뒤 A 씨가 직접 SNS에 해명 글을 올렸고요.

최초 의혹 제기 글을 올리거나 공유한 계정들은 삭제되거나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대다수 언론도 기사를 삭제했거나 보완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여전히 A 씨 해명 없는 논란 기사를 삭제하지 않고 있고요.

웨딩 촬영 논란 기사보다 차량 고장 해명 기사의 수는 턱없이 적었고, 이미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멀어졌습니다.

A 씨는 확인되지 않은 공론화가 너무 쉽게 이뤄지는 구조를 가장 안타까워했습니다.

온라인에서 누군가 어떤 장면을 보고 화가 나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고 사진과 글을 올리고, 많은 사람은 그걸 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비난에 참여하고, 반응이 커지면 여러 커뮤니티로 확산되고, 결국 언론 보도까지 이어집니다.

나중에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지면 아니었구나로 끝납니다.

SNS 게시물이 별다른 사실관계 확인 없이 기사가 되는 현실.

누군가를 비판하기 전에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고, 잘못된 정보를 퍼트렸다면 그에 맞는 정정과 책임도 뒤따르는 게 자연스러운 사회였으면 한다는 게, A 씨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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