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성관계 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고 협박해 온 불법 사금융 업자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금전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의 나체와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는데도 형식적 동의가 있었다는 이유로 성폭력처벌특례법상 촬영죄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손효정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이혼 뒤 생활고에 시달리던 30대 A 씨는 지난 2월, 무담보로 돈을 빌려주겠다는 B 씨를 소개받았습니다.
A 씨에게 B 씨가 요구한 건 자신과의 성관계였습니다.
[A 씨 / 불법 사금융 피해자 : (다른) 불법 사채를 많이 써서 지인들에게 알려질까 봐 무서워서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담보 없이 빌릴 수 있는 곳은 더 이상 없었고….]
B 씨는 관계 도중 A 씨의 모습을 촬영했고 사실상 이를 담보로 2백만 원을 빌려줬습니다.
[A 씨 / 불법 사금융 피해자 : (B 씨가) 관계 영상을 담보로 한다, 근데 퍼뜨리진 않을 거다, 걱정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관계하면서 본인이 휴대전화로 찍는데 본인은 안 나오고 저만….]
돈을 갚지 않으면 원금의 2%씩 매일 이자가 붙는 구조였습니다.
A 씨가 건강 악화로 일하지 못해 돈을 갚지 못하자, 성희롱성 발언과 함께 잠자리를 요구하는 취지의 연락이 계속됐습니다.
이런 압박은 다른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 이어졌는데, B 씨는 또 다른 피해자 네 명에게도 나체나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하지만 B 씨는 촬영물 등을 이용한 협박과 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만 구속 기소됐습니다.
정작 피해자의 신체를 촬영한 것에 대한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성관계를 요구하고 촬영했다면, A 씨도 여기에 동의했다고 판단한 겁니다.
[안재현 /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 피해자가 아무리 형식적으로 동의해서 사진을 찍혔다 하더라도 이 부분은 경제적인 궁박한 상태에 의해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약된 상황에서 한 것이기 때문에….]
A 씨 측은 애초에 성관계 영상을 담보로 잡는 과정부터 피해자가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보고 B 씨를 추가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YTN 손효정입니다.
영상기자 : 정진현
디자인 : 김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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