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그알 국프' 강서 고문 살인사건 피의자 "유가족 평생 부양할 것" [사건X파일]

2026.11.04 오전 12:27
■ 방송 : FM 94.5 (05:45~06:00, 13:40~13:55, 18:40~18:55)
■ 방송일 : 2026년 11월 04일 (수)
■ 진행 : 이원화 변호사
■ 대담 : 김보경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를 바랍니다.


◆ 이원화 변호사 (이하 이원화) : 연인 사이에서도, 다투지 않기 위해, 규칙을 정하곤 합니다. 가령.. 아무리 화나도 막말하지 않기, 라든지 싸우더라도 그날 안엔 화해하기.. 이런 것들이죠. 그런데 오늘 소개해드릴 한 남녀는 좀 달랐습니다. 아예 둘만의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이름하여 “뚜리국” 그리고 이 나라엔, 조금 이상한 법이 존재했죠. 국프. 국가 프로젝트의 줄임말입니다. 두 사람이 만든 가상의 나라인 뚜리국을 운영하기 위해 각종 규칙과 문서를 만드는 작업이었죠. 그런데 이상한 건, 규칙을 어겼는지 판단하는 사람도, 처벌을 내리는 사람도, 오직 한 사람, 남자친구 뿐이었단 부분이죠. 서울 강서구의 한 반지하 주택. 20대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무차별적인 폭행을 당했습니다. 폭행이 이어진 시간은 무려 3시간 20분. 그리고 그날 오후, 남자친구가 직접 119에 신고 전화를 걸었죠. 3시간 20분 동안, 무려 514차례. 그리고 남자친구는 “죽일 생각은 없었다, 거짓말을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그랬다” 말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합의해서 만들었다는 그 기괴한 규칙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는데요. 오늘 사건엑스파일에서 이 사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 이원화 : 안녕하세요. 사건엑스파일, 이원홥니다. 로엘 법무법인, 김보경 변호사와 함께 합니다. 변호사님, 어서오세요.

◇ 김보경 변호사 (이하 김보경) : 안녕하세요. 김보경 변호사입니다.

◆ 이원화 : 오늘 이야기 나눠볼 이 사건.. 최근 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다뤄지며 큰 관심을 모았는데요. 오프닝에서 보도 내용을 바탕으로 각색한 상황극 들려드렸지만, 일부만 들었음에도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싶습니다. 둘만의 나라를 만들고, 규칙을 어겼다며 처벌을 내린다... 일단 숨진 여성은 어떤 사람이었고, 두 사람, 어떤 관계였던 겁니까?

◇ 김보경 : 숨진 여성은 당시 IT 회사에 다니던 20대 후반의 직장인이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여성보다 네 살 어린 남성이었고, 두 사람은 동거하던 연인 관계였습니다.

◆ 이원화 : 주변 사람들 이야길 들어보면 이 여성,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면서요. 회사에서도 이상한 모습이 목격됐다고 하던데 어떤 일들이 있었던 건가요?

◇ 김보경 : 회사 동료들에 따르면, 원래 성실하고 친절했던 여성은 약 1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졌다고 합니다. 업무 중 자리를 비우는 일이 잦아졌고, 매일 누군가와 비상계단에서 통화하는 모습도 목격됐다고 해요. 얼굴에 멍이 들어 있거나 다리를 저는 등 폭행을 의심할 만한 흔적도 나타났고요. 보도에 따르면 사건 발생 최소 6주 전부터 폭행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있었고, 피해자는 파스와 진통제로 버텼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 이원화 : 그러다 결국 지난 6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죠. 그런데 그날 폭행이 시작된 이유라는 게 집안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 이런 아주 사소한 문제였다고 하거든요.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 김보경 : 사건은 여성이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반지하 주택에서 발생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남자친구는 집안에 있던 물건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을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집안 살림을 확인하다가 물건이 접혀 있지 않은 것을 문제 삼았다는 건데요. 그런데 이 폭행이 무려 3시간 20분 동안 이어졌고, 홈캠 영상에는 모두 514차례의 폭행이 담겼습니다. 주먹과 발뿐만 아니라 고무망치 등 둔기를 이용한 폭행도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여성은 폭행을 당하면서 죽고 싶지 않다는 의사를 표현했지만, 가해자는 죽음까지 언급하면서 폭행을 이어갔다고 합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남자친구가 직접 119에 신고전화를 했죠? 뭐라고 신고했나요?

◇ 김보경 : 네. 사건 당일 오후 2시 24분쯤, 남성이 여자친구의 의식이 없다는 취지로 신고했고, 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여성은 이미 심정지 상태였습니다. 남성은 출동한 경찰에게도 자신이 여성을 때렸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하지만 부검 결과는 단순한 우발적 폭행이라는 주장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갈비뼈 21개가 부러지고 주요 장기가 파열됐을 정도로 심각한 손상이 확인됐습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더욱 기괴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피해자의 휴대전화와 클라우드 계정에서 수많은 문서와 녹음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 안에는 가상의 국가를 만들고 규칙을 정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남자친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AI의 도움을 받은 흔적도 나왔고요.

◆ 이원화 : 그러니까요. 오프닝에서도 잠시 이야기 나왔지만 숨진 여성의 휴대전화와 클라우드 계정을 분석했더니 수많은 문서와 녹음 파일이 발견됐다는 거잖아요.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단어들 국프, 뚜리국, 이게 뭔가요?

◇ 김보경 : ‘국프’는 ‘국가 프로젝트’의 줄임말입니다. 두 사람이 ‘뚜리국’이라는 가상의 국가를 만들고, 그 국가를 운영한다는 컨셉으로 각종 규칙과 문서를 작성하는 작업을 했던 겁니다. 보도에 따르면 입법부와 사법부, 금융기관 같은 체계까지 설정했고요. 피해자가 관련 문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고, 남자친구는 이를 전산화하기 위한 코딩 작업을 담당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게 단순히 둘만의 상상이나 놀이에 그치지 않았다는 겁니다. 실제 의사소통 지침에는 거짓말을 하면 인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없고, 처벌이 시작되면 어떠한 소명이나 해명도 할 수 없으며, 처벌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더욱 심각한 건 규칙을 위반했는지 판단하고 실제 처벌을 집행하는 권한이 남자친구에게 집중돼 있었다는 점입니다.

◆ 이원화 : 피해자가 남자친구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AI에까지 도움을 받았다면서요.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기에, 연인 사이에서 AI까지 동원해야 했던 걸까요.

◇ 김보경 : 여성은 남자친구가 원하는 답을 내놓기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일반적인 연인 관계라면 질문에 대한 답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서로 설명하고 대화하면서 갈등을 풀어가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상대방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거나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더욱 충격적인 건 남자친구가 피해자에게 1억 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피해자를 채무자로 규정한 정황도 보도됐다는 점입니다. 이마저도 ‘프로젝트’의 일부로 명명했다고 하는데요. 그렇기에 여성이 AI를 활용한 것은 남자친구가 원하는 답을 찾아내 처벌을 피하려는 압박과 연결돼 있었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다시 사건 당일로 돌아가보죠. 홈캠 영상을 보면, 피해자가 폭행당하던 곳 바로 뒤에 현관문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도망가질 못했다... 앞서 살펴본 그 기괴한 규칙들과 반복된 폭력이 피해자를 얼마나 옥죄였던 걸지.. 상상도 안되거든요?

◇ 김보경 : 네, 바로 뒤에 현관문이 있는데 왜 도망가지 못했을까, 왜 저항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성은 오랜 기간 상대방이 만든 규칙에 따라 행동해야 했고, 규칙을 위반했다는 판단을 받으면 해명조차 할 수 없었으며, 처벌의 수위도 상대방이 정하는 구조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통상 이런 통제와 폭력이 반복되면 피해자는 자신의 판단을 믿기 어려워지고, 저항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런데 남자친구는 두 사람이 함께 정한 규칙이었다, 주장하고 있잖아요. 궁금한 건 설령 둘이 합의한 규칙이라 해도 그걸 어겼단 이유로 상대방에게 이런 식의 처벌을 내리는 것, 법적으로 어떻게 봐야하는 겁니까?

◇ 김보경 : 형법에는 피해자가 승낙한 행위는 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긴 하지만, 피해자가 승낙했더라도 그 승낙이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넘거나 강요된 것이라면 형법상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사건처럼 두 사람이 어떤 규칙에 합의했다고 하더라도, 그 합의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명백히 벗어나는 폭행이나 가혹행위를 정당화해 주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남성이 말하는 ‘우리 둘이 정한 규칙이었다’는 말은 폭행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없습니다.

◆ 이원화 : 이 사건을 취재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에서, 공소장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했더라고요. 오랫동안 이어진 폭행과 통제 정황이 있는데 공소장에는 사망 당일의 범행만 담겼다... 그러면 그 이전의 폭행이나 협박은, 이번 재판에선 빠지게 되는 건가요?

◇ 김보경 : 처벌 대상 자체는 사망 당일의 살해 행위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의 폭행이나 통제 정황이 재판에서 전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이전부터 폭행이 반복됐고, 피해자를 통제하기 위한 규칙이 존재했으며, 가해자가 이를 어겼다는 이유로 처벌을 해 왔다는 자료가 있다면 범행의 경위나 당시 가해자의 의도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 이원화 : 그리고 이 남성, 폭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살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말씀해주신 것처럼 3시간 20분 동안, 무려 514차례의 폭행이 있었단 말이죠. “죽음”이란 단어로 여러 차례 언급했다고 하고요. 이러고도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 우발적이었단 주장, 통할 수 있습니까?

◇ 김보경 : 이 사건에서 살인의 고의가 있었는지는 가장 중요한 법적 쟁점 중 하나일텐데요. 여기서 반드시 상대방을 죽이겠다는 확정적인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자신의 행위로 상대방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도 그 가능성을 용인했다면, 이른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남성의 주장대로 사망이라는 결과에 대한 고의는 없었던 경우 상해치사죄가 되고요. 그런데 이 사건에서 보도된 정황을 보면 상당히 심각합니다. 약 3시간 20분 동안 514차례 폭행이 이어졌고, 고무망치 등 둔기를 사용했으며, 피해자의 갈비뼈 21개가 골절되고 주요 장기가 파열됐습니다. 피해자가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에서도 폭행이 계속됐고, 가해자가 죽음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는 내용도 나왔습니다. 적어도 보도된 사실관계만 놓고 보면, 남성의 단순히 우발적으로 폭행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엄격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은 폭행의 횟수와 지속 시간, 사용된 도구, 피해자의 상태, 사망을 언급한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을 때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합니다.

◆ 이원화 : 그리고 또 이해하기 어려운 게 남자친구의 부모는 오히려 숨진 여성이 가스라이팅했다, 주장하고요. 남자친구는 사죄한다면서 평생 유가족을 부양하겠단 말까지 했단 말이죠. 이런 주장이나 사죄가 재판에서 의미가 있나요? 특히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데 평생 부양하겠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합니까?

◇ 김보경 : 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는지,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는 재판에서 양형을 판단할 때 고려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죄한다고 해서 범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이미 발생한 피해가 되돌려지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이 사건은 장시간 반복된 폭행으로 여성이 사망했고, 남성은 사전에 여성을 통제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정황까지 드러났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죄의 말만으로 책임을 가볍게 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남성이 여성의 유가족을 평생 부양하겠다고 했다는데 유가족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일방적으로 제안한다고 해서 사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가족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고통이 남아 있습니다. 그 고통을 돈으로 보상하거나 평생 부양하겠다는 약속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 이원화 : 사건엑스파일,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엑스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HOT 연예 스포츠
지금 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