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강제병합 100년'...일본 분위기는?

2010.08.23 오전 07:59
[앵커멘트]

한국 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된 지 100년이 됐습니다.

강제 병합 100년을 계기로 한일간에 한 세기의 역사를 매듭짓고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100년의 주춧돌을 놓는 역사적 이정표로 만들어 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도쿄 김상우 특파원 연결해, 일본의 분위기는 어떤지 알아봅니다.

[질문]

먼저, 강제 병합 조약 100년과 관련해서, 일본에서 특별한 행사 등이 열리고 있는지가 궁금한데요?

[답변]

한국 강제병합 조약이 체결된 배경과 내용 등을 사실대로 정확히 알리려는 각종 행사가 이달 초부터 일본 곳곳에서 계속해서 열리고 있습니다.

이런 행사는 거의 대부분,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하는 것들입니다.

한국과 일본간의 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돌아 보는 사진 전시회라든지, 영상물 등을 함께 보며,역사적 진실이 무엇인지 의견을 교환하기도 하는데요, 지금까지 일본 당국의 역사 왜곡이 워낙 심하게 지속되어 온데다, 일본의 주요 언론 역시 위안부나 강제 징용자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실을 정확히 전달하기 보다는 일본 당국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급급한 면이 많아서 그런지 참석자들 대부분은 식민 시대와 태평양 전쟁 시대의 일본 당국의 만행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입니다.

참으로 아쉬운 것은 관람자나 참석자들이 수백여 명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자치단체라든지 중앙 정부 또는 주요 언론사 차원에서는 강제 병합 100년과 관련한 행사 등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됩니다

[질문]

간 나오토 총리가 강제 병합 100년과 관련해서 담화도 발표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행사나 움직임이 신통치 않다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답변]

일본의 민주당 정권이 강제병합 100년을 전후한 이번 시기를 어떻게든 한일간에 갈등 없이 조용히 넘기자는 방침을 갖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일본 언론 역시 이런 방침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는 지 거의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한일 시민단체의 공동 행사라도 이번달 들어 계속 이어지고 있기에 그나마 다행인 것 같은데요,
취재해보니 어떻습니까?

[답변]

저는 취재 현장에서 역사적 진실이 왜곡된 황량한 벌판에 이들 단체들이 진실이라는 밀알을 심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제 같은 경우를 살펴 보면 한일 시민단체는 강제 병합의 진실이 무엇인 지 또는 강제 징용자나 위안부 등에 대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한 서적 등을 전시하며 이에 대한 시정이 시급함을 역설했습니다.

현장의 목소리를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위안부 서술 왜곡 시정 시민단체 회원]
"의무교육을 할 때 일본이 (타국에 피해를 준) 가해 역사를 확실히 배우지 않으면, 즉 모르고 자라나면 아시아 속에서 분명히 일본은 고립되어 버린다고 생각합니다.역시 가해의 역사를 확실히 배우는 것이 일본인으로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양국 시민단체는 위안부 피해자 등의 증언을 들은 뒤 일본 정부에 강제병합 불법성의 인정과 이들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습니다.

관련 설명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이이화, 강제병합 100년공동행동 한국측 대표 ]
"아시아의 좋은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아시아인들의 마음의 얻는 일이며 이것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식민주의가 남기 아픈 유산을 청산하는 길입니다."

[질문]

이렇게 진실을 알리려는 행사장마다 우익세력들이 방해가 심하다면서요?

[답변]

한마디로 워낙 거칠어서 겁이 날 정도죠.

이달 들어 도쿄의 경우 특히 우익들의 움직임이 곳곳에서 수시로 눈에 띄고 있는데요.

어제의 경우도 한일간 새로운 100년을 위한 양국 시민 공동선언 대회장 주위에는 우익 세력들이 근처 진입을 종일 시도해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지금 화면에서 보시는 우익세력들의 차량 십여 대가 행사장을 에워싼 경찰 저지선을 자신들의 차량으로 돌진하려는 듯한 시도를 여러 차례 해 도로가 한동안 차단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차량 위에 장착된 고성 확성기에는 차마 제가 방송상 전해드리기 힘들 정도의 한국인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거침 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익 세력들은 이렇게 방해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일시민단체의 행사가 열린 비슷한 시각에 그것도 도쿄의 심장부 중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히비야 공원에서 한일시민단체의 내용과는 정반대의 대회가 열렸습니다.

젊은층이 많이 참석한 강연에서 이들은 일제 시대 서대문 형무소 등의 사진을 보여주며 수형자에 대한 고문은 없었으며 운동장이 있는 등 수형자를 위한 매우 좋은 시설을 갖춘 곳이라고 강변했습니다.

또 일본은 한반도를 강제 병합한 적이 없으며 한반도를 근대화 시키는데 엄청난 공헌을 한 일종의 은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사쿠라이 마코토, '재일 특권 반대 모임' 회장]
"하나 하나 역사를 살펴보면 지금 제가 이야기해 온 대로,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한반도에 근대화의 씨앗따위라고 말할만한 것은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일 양국은 지금 한 세기의 역사를 매듭짓고 새로운 100년을 향해 손을 맞잡고 있지만 과거사와 독도 문제 등의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는 양국은 여전히 평행선이고, 일본 사회에 이런 우익을 중심으로 한 보수 물결이 여전하다는 점,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될 대목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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