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공사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해온 재일동포가 일본 정부와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행정 편의를 위해 일본식 이름을 쓸 것을 강요당했다는 이유인데요.
현대판 '창씨개명'과 다를 바 없다며 자기 이름을 찾기 위해 싸우는 동포 김임만 씨의 이야기, 박사유 리포터가 전합니다.
[리포트]
재일동포 김임만 씨가 오사카 지방재판소로 들어섭니다.
2년 넘게 진행된 '이름찾기' 재판의 첫 판결이 나오는 날.
승소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기각이었습니다.
[인터뷰:김임만, 재일동포]
"평생 일본식 이름을 써 온 우리 아버지도 묘비만은 본명으로 새겼습니다. 한국 사람은 일본 사회에서 죽어야만 본명을 쓸 수 있는 겁니까?"
김임만 씨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지난 2천 9년 9월 한 대형 건설사의 하청업체 문을 두드렸습니다.
건설사 측은 김 씨의 이름을 보고 외국인이 일본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취업증명서를 내라고 하청업체에 요구합니다.
영주권자인 김 씨는 낼 필요가 없는 서류였습니다.
하지만 하청업체는 이 사실을 건설사에 설명하는 대신 자신들에게 편한 길을 선택합니다.
김 씨에게 일본식 이름을 쓸 것을 강요한 것입니다.
[인터뷰:소라노 요시히로, 김임만 씨 변호사]
"일본식 이름을 쓰면 외국인 취업증명이 필요없으니까 원청업체 말을 거스르지 않고 해결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잘못한 거죠. 이걸 위해 일본식 이름을 이용했다는 것도 잘못이죠."
재판부는 김 씨가 빨리 일하고 싶다며 일본식 이름 사용을 양해했다는 건설사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또 일제 강점기 '창씨개명'의 폐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일본 정부가 게을리했다는 김 씨의 주장은 이유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인터뷰:나카무라 카즈나리, 저널리스트]
"재일한국인, 조선인에 대한 인권문제가 과거의 문제인 것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그런 속에서도 이런 일이 당연하다는 듯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당한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항소를 준비하고 있는 김 씨를 자발적으로 모인 후원자들이 돕고 있습니다.
한복 입은 어머니를 길에서 만나면 모른척 했을 만큼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싶었던 젊은 시절.
나이 50을 넘긴 지금 김 씨가 벌이고 있는 싸움은 한국인으로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위한 과정일 겁니다.
일본 오사카에서 YTN 월드 박사유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